분단의 고착화에서 통일의 희망으로
분단의 고착화에서 통일의 희망으로
  • 승인 2016.01.1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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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두
대구대 교수·지리학
새해 벽두에 단행된 북한의 ‘수소탄 핵실험’은 한반도와 동북아 국제 정세에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군·정보당국은 감지된 인공지진파 분석 등을 통해 그 규모와 위력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있지만, 폭발력이 과거 핵실험보다 훨씬 더 커진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북한의 핵실험을 한 달 전에 알 수 있다고 장담했던 군정보당국은 이번 실험을 사전에 전혀 감지하지 못한 점에 대해 당혹스러워 했다.

사실 지난 해 9월 미국의 한 연구기관은 북한이 수소폭탄의 원료를 얻으려는 시도를 한다는 정보를 밝힌 바 있다. 또한 김정은 제1위원장은 12월 중순 “수소탄의 폭음을 울릴 수 있는 핵보유국이 됐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언급이 수사적 의미가 크다”고 평가절하했고, 언론들도 이에 대체로 동의했다.

정부 당국이 북한의 핵실험을 사전에 감지하지 못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이지만, 이번 사태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에 대한 대응 태세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이번 핵실험이 지난 8.25 합의 이행을 벗어난 ‘비정상적 사태’라고 인식하고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하고자 한다. 또한 한미 군 당국은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를 포함해 미국 보유 전략무기들을 한반도에 들여오는 문제를 협의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대응책은 북한의 핵실험을 제대로 이해한 대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북한의 핵실험은 분명한 국내·외적 목적을 겨냥하고 있다. 국내적으로 북한 인민들의 자긍심을 자극하여 체제 결속력을 강화하고, 국제적으로는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고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데 있다. 이런 의도가 분명할진데, 북한에 대해 심리적 방송을 통해 적대적 대립감을 조장하고, 대응 전투력을 높인다고 해서 문제가 풀릴 것 같지 않다.

군사적 대립관계의 강화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고착화시킬 수 있다. 이 점은 북한이 그 동안 단행한 4차례의 핵실험 이후 대응 결과에서 알 수 있다. 단지 2006년 1차 핵실험 후인 2007년 6자회담에서 북한은 핵시설 불능화 및 핵 프로그램 신고에 합의했고, 2008년 6월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 등 유화책을 구사했을 뿐이다. 그 후 상호 신뢰가 깨지면서 북한은 추가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핵능력을 키워 온 것이다.

물론 북한의 핵 보유는 어떠한 이유에서든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북한의 거듭된 핵실험은 한반도와 동북아를 위협하는 것이다. 핵무기의 파괴력이나 사용 후 방사능 오염은 전체 인류를 파멸시킬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핵무기 감축과 비핵지대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엔(UN) 안보리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경제적 및 재정적으로 더욱 강력한 제재 조치를 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한반도에 핵무기를 들여오거나 주변국들 특히 일본의 핵무장을 허용하는 것은 올바른 대응책이 되질 못하고, 오히려 문제를 악순환의 구렁으로 밀어 넣을 뿐이다. 북핵문제에 대한 남한 당국 및 미국과 중국, 그 외 주변국들의 대응은 분단을 고착화시키는 군사적 대립이 아니라 더욱 적극적인 상호 신뢰와 대화를 통해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번 북핵문제를 계기로, 남북한과 주변국들은 진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2005년 9월 6자회담에서 북한의 핵 포기와 미국의 대북 불가침, 북·미 및 북·일 관계 정상화, 대북 에너지 지원 등을 골자로 한 ‘9·19 공동성명’이 채택된 바 있다. 그 후 이 공동성명은 상호 신뢰의 붕괴로 사문화되었지만, 만약 “그대로 지켜졌다면, 북핵 문제의 해결을 넘어 한반도와 동북아 항구적 평화까지 가져올 수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남북한 당국이 상호 신뢰와 관계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 가능성은 핵실험이 있기 직전 남북 정치지도자의 발언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북한의 김정은 제1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핵문제에 대한 언급 없이 남북한 간 합의를 존중하고 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임을 밝혔다.

그 동안 남북 관계의 전개과정을 보면, 대화와 관계 개선을 위한 유화 국면, 그리고 대립과 갈등이 팽배한 긴장 국면이 교차했다. 이번 북핵 사태에서는 이러한 반복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유엔 안보리를 중심으로 어떤 대응책과 제재 조치가 강구된다고 할지라도, 북한을 고립시키기보다 대화의 자리로 나오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통해 남북한과 관련국들은 새로운 유화국면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냄으로써 분단의 고착화에서 벗어나 평화통일의 희망을 실현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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