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파괴’ 택시업체 대표 구속
‘노조 파괴’ 택시업체 대표 구속
  • 손선우
  • 승인 2016.01.1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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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노조 설립 사주…‘비협조적’ 기존 노조 무력화
부당노동행위 사업주 구속 대구서 8년만에 처음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 이 법언(法諺)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영역 중 하나는 ‘노사관계’다. 노동자들은 사소한 불법행위에도 처벌을 받는 반면에 기업주는 노조원 폭행, 노조파괴 등의 범죄를 저질러도 제재를 받는 것에 그치거나 법망에서 벗어나는 일이 당연한 것처럼 치부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오랜만에 이 모순이 깨졌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기존 노동조합이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로 새 노조 설립을 사주한 혐의(부당노동행위)로 대구지역 택시업체 대표 A씨를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대구지역에서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사업주가 구속되기는 2008년 이후 8년 만이다.

13일 대구노동청에 따르면, 이 택시회사에는 조합원 60여명으로 운영되는 노동조합이 있었지만, 지난 2013년 또 하나의 노조가 새로 설립됐다. 노조원은 대표 A씨의 고향 후배와 친구들로 구성된 4명이었다. 이들은 직원들에게 기존 노조를 탈퇴하고 신설 노조에 가입하도록 회유했다.

노조 파괴 시나리오가 가동되면서 기존 노조의 조합원 수는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40명으로 줄었들었다. 반면 신설 노조는 과반수 조합원을 확보해 교설대표노조가 됐다. 이듬해 8월에는 기존 노조에는 조합원이 한 명도 남지 않았다. 올초 기존 노조에는 조합원 1명이 가입했다.

대표 A씨는 새 노조 설립을 지원하고 기존 노조 조합원들을 회유해 새 노조에 가입하도록 했으며, 기존 노조 분회장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A씨는 일부에 대해서만 인정하고 나머지 혐의는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의 노조 파괴 수법은 대체로 이런 식이다. 2011년 7월 복수노조 제도가 도입되면서 사측은 회사에 우호적인 노조를 설립해 회유 등으로 기존 노조의 노조원들의 탈퇴와 친기업 노조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기존 노조를 무력화한다. 노동조합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인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노동자를 보호해줄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다.

대구노동청 근로개선지도1과 관계자는 “부당노동행위의 경우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지만 노동조합의 노동3권 침해라는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로 구속했다”며 “A씨가 핵심 참고인들에게 진술을 번복하도록 유도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발견돼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손선우기자 sunwo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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