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품었던 소녀 권기옥, 무대 위 전설이 되다
하늘을 품었던 소녀 권기옥, 무대 위 전설이 되다
  • 남승렬
  • 승인 2016.01.1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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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립극단, 한국 첫 女 비행사 ‘권기옥’ 연극·뮤지컬로 제작

독립운동가의 삶…연극 ‘비상’

日강점기 해방 향한 투쟁과정

여성으로서의 삶 녹여내 ‘눈길’

그녀의 꿈…뮤지컬 ‘비 갠 하늘’

역경에 지지 않고 꿈 이뤄낸

한 인간의 강한 의지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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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립극단이 올해 첫 공연으로 한국 최초의 여성비행사이자 독립운동가인 권기옥 선생의 삶을 다룬 연극 ‘비상’과 뮤지컬 ‘비 갠 하늘’을 동시에 선보인다. 사진은 연극 ‘비상’의 한 장면. 대구시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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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립극단이 올해 첫 공연으로 한국 최초의 여성비행사이자 독립운동가인 권기옥 선생의 삶을 다룬 연극 ‘비상’과 뮤지컬 ‘비 갠 하늘’을 동시에 선보인다. 사진은 뮤지컬 ‘비 갠 하늘’의 한 장면. 대구시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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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비상’ 권기옥 역 김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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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비 갠 하늘’ 권기옥 역 장은주.

# “나라를 빼앗겨서 안된다고? 식민지 조국의 소녀라서 안된다고? 아니야, 할 수 있어. 하늘을 날겠다는 나의 꿈, 비행기를 타고 일본제국주의의 심장부에 폭탄을 떨어뜨려 조국 해방을 앞당기겠다는 나의 결심. 모두 이뤄낼거야!”

조국의 운명이 풍전등화와도 같았던 암울했던 1900년대. 평양에서 태어난 한 소녀에게는 꿈이 있었다. 자유롭게 하늘을 날고 싶다는 꿈.

몰락 양반 집안의 딸로 태어난 소녀의 이름은 ‘갈례’였다. 먹고 살기도 힘든 가난한 시절, 부모님은 ‘어서 이 세상을 떠나라’며 딸의 이름을 갈례라고 지었다. 그토록 공부를 하고 싶어한 어린 갈례를 앞에 두고 아버지는 말한다. “이제부터 네 이름은 갈례가 아니라 기옥이다. 앞으로 네 꿈을 위해 열심히 살도록 해라.”

늦은 나이인 12살에 소학교에 입학 후 숭의여학교에 들어간 기옥은 17살 때 미국인 아트 스미스의 곡예비행을 보고 비행사의 꿈을 품게 된다. 이후 하늘을 날고 싶다는 기옥의 꿈은 “폭탄을 싣고 가 일제의 심장부를 폭파하겠다”는 독립 의지로 거듭난다.

기옥은 비행기를 타고 조선총독부에 폭탄을 안기겠다는 투지로 상해 임시정부의 추천장을 받아 윈난항공학교에 입학하고, 1925년 2월 한국인 최초의 여성비행사가 된다. 임시정부가 독립군 항공대를 창설할 여력이 없자 중국공군에 투신, 항일의 최전선에서 싸우고 무공훈장까지 받는다. 그리고 그는 훗날 해방된 조국 대한민국 공군 창설의 마중물이 된다.



항일 독립운동가이자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비행사 권기옥(1901~1988)의 파란만장한 일대기가 공연 작품으로 재조명된다. 특히 최근 한·일 정부간 위안부 합의에 대한 반발이 숙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치열하고 당찬 삶을 살다간 여성독립운동가 권기옥의 가장 빛나던 시절이 연극과 뮤지컬로 동시에 제작, 공연계 안팍에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구시립극단은 올해 첫 공연으로 국내 최초의 여성비행사이자 독립운동가인 권기옥 선생의 삶을 다룬 연극 ‘비상’과 뮤지컬 ‘비 갠 하늘’을 동시에 제작, 오는 3월 선보인다.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최근 열린 두 작품의 제작발표회에서 최주환 대구시립극단 예술감독은 “두 공연 모두 ‘권기옥’이라는 인물을 공통적으로 이야기하지만 연출과 스토리 전개는 다르다”며 “두 개 장르의 차별화된 극 전개로 연극과 뮤지컬이 주는 각각의 감동과 재미를 비교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 감독은 “권기옥 선생은 비록 대구 출신은 아니지만 시댁이 대구이기 때문에 대구와의 연관성도 찾아볼 수 있다. 이번 두 작품에 녹아있는 권기옥 선생의 스토리를 대구 공연문화의 킬러 콘텐츠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실제 권기옥은 독립운동가 이상정 장군의 부인이며,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로 유명한 대구 출신의 저항시인 이상화의 형수이기도 하다. 그녀는 영화 ‘암살’의 주인공 안옥윤의 실제 모델인 남자현, 약산 김원봉의 아내 박차정 등과 더불어 대표적인 여성독립운동가로 손꼽힌다.

극본을 쓴 안희철 작가는 “권기옥 선생의 이야기를 통해 꿈을 꾸지 않는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었다”며 “이번 두 작품이 힘들고 고단한 삶을 사는 청년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선총독부를 폭파하라”…연극 ‘비상’

연극 비상은 독립운동가로서의 권기옥의 삶을 주로 다뤘다. 권기옥, 이상정, 이상화의 방대한 독립운동 역사를 다 담아내진 못했지만, 어지러웠던 시대 그들이 가졌던 신념과 민족정신을 그려냈다. 아울러 여성으로서 권기옥의 사랑이야기도 녹여냈다.

출연진은 객원배우 없이 탄탄한 호흡을 자랑하는 대구시립극단 단원들로만 구성됐다. 권기옥 역은 김경선이 맡았다. 이상정 역에는 최우정이, 이상화 역에는 박찬규가 캐스팅됐다. 이와 함께 이동학, 천정락, 백은숙, 강석호, 김미화, 박상희, 김재권, 김효숙, 황승일 등 시립극단 배우들이 모두 참여해 힘을 더한다.

배우 김경선은 “권기옥 선생님의 삶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논문 등 각종 참고자료를 통해 선생님의 성품과 삶을 공부하고 있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권기옥 선생님의 삶과 정신을 알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석 1만5천원. 3월 4일~6일(금 오후 8시, 토 오후 3·7시, 일 오후 5시). 053)606-6323

◇“한국 최초의 여성비행사, 권기옥”…뮤지컬 ‘비 갠 하늘’

뮤지컬 비 갠 하늘은 굳은 의지와 열정으로 꿈을 성취한 인간 권기옥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한다.

한국인 최초의 여성비행사 권기옥의 삶과 도전정신에 초첨을 맞췄다. 전투기 조종사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 험난한 역경을 이겨내면서 끝내 그 꿈을 이룬 한 여성의 의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출연진은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배우들로 채워졌다. 오디션에는 51명이 몰렸고 그 중 13명을 선발했다. 권기옥 역에는 지난해 뮤지컬 ‘투란도트’에서 류 역을 맡아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 장은주와 2013년 딤프어워즈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민주가 더블캐스팅됐다.

또 2012년 딤프어워즈 남우조연상 수상자 박지훈과 지난해 딤프어워즈 남우조연상을 받은 최용욱 등이 출연한다. 이들 외에도 배우 최민준, 전재원, 권수은, 김명일, 손현진, 이서하 안세영, 오택완, 임시윤 등이 무대에 오른다. 전석 1만5천원. 3월 11일~13일(금 오후 8시, 토 오후 3·7시, 일 오후 5시). 053)606-6323

남승렬기자 pdnamsy@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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