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진정 수호해야 할 것은
대학이 진정 수호해야 할 것은
  • 승인 2016.01.2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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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경북대 교수
새해에는 더 대범하고, 더 지혜롭게 한 해를 보내자 마음먹은 지 이제 3주일이 지났다. 혹시라도 언제 새해에 그런 결심을 했던가 작심 3일이 되지 않도록 다시 한 번 다짐해야 할 때이다. 원리원칙도 없이 너무 안이하게 살아 온 것은 아닌지, 나로 인해 상대방을 상처받게 만든 점은 없는지 작년을 되돌아보며 또 한 번 성찰해야 할 시기이다.

그런데 새해 벽두부터 나를 너무도 부끄럽게 만든 일이 일어났다. 총장직선제 고수 유일 대학인 부산대학에 교육부가 예산을 삭감하였고. 이에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이 예산을 자신의 1월 월급으로 120만원씩 충당하며 총장직선제를 지키려 결의하였다는 소식이다. 가슴에서 쿵 소리를 내며 부산대학 교수들에 대한 경외심과 더불어 나 자신이 경북대학교의 일원임이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이렇게 교수로서 부끄럽게 느낀 적이 또 있었던가? 직선제를 지켜내기 위해, 다시 말하면 대학의 자율성을 지켜내기 위해서 결행하는 부산대학과 그동안 경북대학이 퍼질러 놓은 일들을 생각하면 같은 국립대학으로 서로 가까운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대학구성원들이 어쩌면 이렇게 그 행동이 다를까 충격을 받는다.

경북대학은 교육부가 정한 간접선거를 그대로 수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선거과정에서 규칙을 어기는 일이 일어났고 다시 재선거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던 잡음들이 대학구성원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게 또 끝이 아니었다. 두 번이나 같은 인물이 총장후보로 선발되었음에도 교육부가 승인을 해 주지 않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그 이후 1년 반을 교육부는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버티고 있으며 재판에서 패소까지 하였음에도 지리멸렬한 기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교육부가 승인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사유라 밝힐 수 없다하는데, 어찌 한 국립대학총장의 승인을 거부하는 이유가 개인적인 것이라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런 과정에서 경북대학교의 총장지원자들과 구성원들은 무엇을 하였던가 하는 문제이다. 이 어려운 과정 속에서 경북대학의 총장지원자들은 다시 있을지도 모르는 재재선거에 대비하여 이 기회를 개인적으로 어떻게 유리하게 활용할 것인가가 가장 큰 관심이었고 다시 ‘권력’을 잡기 위한 각개 각축전을 벌인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하니 외부의 압력에 어떻게 지역 경북대학이 한소리로 대응할 것이며, 어떻게 하는 것이 지역사회를 위하는 길이고, 나아가 현재 우리사회가 처한 난제와 국면 속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대학의 사명을 다하는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부수적인 것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사회는 공공성에 기반한 개인이 무너지면 모두 어그러지게 된다. 대학사회의 구성원들은 지역사회의 구심적이 대학인 것을 다시 한 번 인식하여야 한다. 미래가 요구하는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를 키워야하는 대학은 종속적이고 타율적인 기반과 틀 속에서는 작동될 수 없다. 이런 모순된 환경에서는 교수가 아무리 우수한들 그 역량을 발휘할 수 없으며, 차세대에게 자신의 세상을 마음껏 꿈꾸게 만들 수 없다.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적응하고 순응하라는 구조 속에서는 창조적인 인재를 길러 낼 수 없다. 그래서 대학이 처음 생긴 이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학에게 자율성과 학문의 독립성을 부여하지 않았던가? 지역의 청년들이 떠나가는 것도 대학이 미래에 대한 희망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역의 거점국립대학이 이 지역사회를 위해서 그동안 그 역할을 다해 왔던가 깊이 반성해 보아야 할 부분이다.

그럼 지역의 시민사회는 경북대학에 기대와 애정이 있을까? 총장승인거부사태가 나자 제일 먼저 나선 것은 지역의 시민단체들이었다. 학교 본관 앞에서 “총장거부를 철회하라”는 구호와 함께 대학의 자율성 수호를 외쳤다. 그러나 정작 대학 구성원들은 잠잠하였고, 작년 3월 개학을 하고 4월이 되어서야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지면서 소수의 교수들이 활동을 시작하였다. 지역사회의 문제를 먼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대학이 오히려 시민단체들이 총장승인거부의 문제를 지역사회문제로 생각하여 먼저 나섰던 것이다. 1월11일 부산대학에서 교육부에서 절감당한 예산을 교수들 스스로 마련하겠다는 소식을 접하고 시민들이 12만원, 10만원씩, 심지어는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부산대 출신도 아닌 사람조차 십시일반을 보태며 ‘힘내라’는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지금이라도 경북대학은 총장지원자들을 중심으로 대학의 자율성을 선언하고, 대학구성원들은 한 목소리로 이를 수호하려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그리고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경북대학은 그동안 왜 이 지역의 청년들이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지 못하고 떠나게 만들었는지 깊이 성찰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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