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를 찾아서>타향, 그 저물녘에 서서
<좋은시를 찾아서>타향, 그 저물녘에 서서
  • 승인 2009.09.2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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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문 희

서울에서 돌아가신 어머니 얼굴이
로스앤젤레스 로스휄리츠 뒷산 위로
해진 저녁 하늘에 걸립니다.
먼 타향, 낯선 언어로 고단한 세월은 가고
가슴 속에는 물 속처럼 깊고 서늘하게
낮은 음정의 바람이 일렁입니다.

이처럼 늦은 계절의 저녁에는
왜 나는 문득 마음의 뜨락에 혼자 남아서
쓸쓸한 어머님의 얼굴을 뵙는 것일까요.

겨울 저녁 종소리도 멀어진 세모의 귀로에서
우리가 돌아갈 곳이란 결국
어머니의 흑백 추억밖에는 창가에는 없는 것일까요

내 무거워지는 연륜의 창가에 반짝,
홍시빛 가로등 하나 밝혀 주시고
어머니는 말없이 어둠 속으로 떠나십니다.

어쩔 수 없는 유명(幽明)의 경계선 저편으로
산그림자가 무겁습니다.
..............................
강원도 원성 출생. 숙명여자대학교 불문학과 졸업. 1987년 `시문학’ 추천으로 등단. 시집으로 『눈 뜨는 풀잎』(1988)등이 있다.

이 시는 `낯선 언어로 고단한 세월’을 지나온 이국에서의 삶을 `쓸쓸한 어머님의 얼굴로 치환하고 있다. 여기서의 어머님은 단순히 화자의 어머니를 너머 먼 모국에 있는 모든 정다운 이에 대한 상징어다.

타향, 한 해가 저무는 세모 저물녘에서 그리운 고국의 모습들이 `홍시빛 가로등’에 밝혀지는 먼 타향에서의 무거운 삶이 `산그림’에도 매어있다.

이일기(시인`문학예술’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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