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농, 문명의 뿌리...자연의 경고에 ‘농본주의’로 응답하라
소농, 문명의 뿌리...자연의 경고에 ‘농본주의’로 응답하라
  • 김가영
  • 승인 2016.01.27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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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농, 문명의 뿌리’의 저자 웬델 베리는 자본주의 근대에 저항하며 자연의 순리로 돌아가 ‘농적 가치’를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구신문 DB

순환은 자연불변의 법칙이다. 자연은 스스로 이 이치를 거스르지 않는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 순환은 자연스럽지 못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고, 이에 따른 부작용인 자연의 역습이 시작됐다. 환경파괴와 그로인한 지구 온난화 등이 대표적인 역습에 속한다. 전지구적 차원에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고, 인간사회의 피해는 증가하고 있다. 원리 회복에 따른 역습의 전환에 대한 담론을 모아야 할 때다.

역습을 회복하는 길은 무엇이 있을까? 근본으로의 회귀다. 자연의 순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저자 웬델 베리는 현대사회를 유전자의 훼손으로 순환에 거스르는 시대라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다시금 생성 성장 쇠퇴 부활의 순환 패턴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문화적 유전자의 회복을 꿈꾼다.

웬델 베리는 한때 대학 교수였다가 농부이자 철학자이자 시인이자 소설가가 된 미국 보수 사상의 은사로 불린다. 여기서 일컫는 보수는 정치적 보수라는 뜻이 아니다. 바로 사상적·문화적 보수다. 그는 보수 사상의 선구자로써 자본주의 근대에 저항한다. 그가 저항하는 가장 급진적인 방식은 문명의 기초이자 맹아를 돌아보고 문화적 유전자의 훼손을 치유해 다시금 생성 성장 쇠퇴 부활의 순환 패턴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웬델 베리는 이러한 순환적 치유의 잣대를 기준으로 농기업, 대학, 환경운동단체, 에너지, 테크놀로지 등 다방면의 제도적 관행 또는 절차에 근원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웬델 베리가 근대에 저항하며 보존하고 싶어 하는 것은 ‘농적 가치’다. 그가 이 가치에 주목하는 것은 미국 국유지 교부 대학(주립대학)의 역사를 반면교사로 했다. 국가가 국유지를 교부해 대학을 설립한 원래 목적이 농촌 지역의 발전과 농민의 필요 충족이었지만, 오히려 대학은 농촌 공동체와 소농의 파괴에 동원됐다. 역사적으로 미국 주립대학 형성 과정은 이처럼 자본 확장과 권력 집중을 제도화하는 과정이었다. 자본 확장과 권력 집중은 세계의 실패로 이어졌다.

그가 언급하는 농적가치의 핵심은 문명 세계로의 야생성(또는 자연성)의 귀환과 문명 세계에서 훼손된 야생성의 회복을 위한 인간 기술의 성장이다. 이 두 가지 문명의 조건은 인간 문명사에서 반복되는 야생과 문명, 자연의 훼손과 치유라는 순환 패턴을 가리킨다. 문명의 조건으로서의 순환 패턴이 만족되지 않는 한, 문명은 건강성을 잃고 종국에는 소멸될 것이다. 이는 웬델 베리가 평생의 저작과 고향 땅에서의 농촌 공동체 운동을 통해 미국 사회에 전달하고자 했던 핵심 메시지다.

웬델 베리의 첫 저서인 ‘소농, 문명의 뿌리: 미국의 뿌리는 어떻게 뽑혔는가’(원제, The Unsettling of America: Culture and Agriculture)는 출간 이후 미국 문단과 출판계로부터 찬사를 받았고, 이후에 미국의 환경운동계와 시민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웬델 베리가 지키려 했던 농적가치와 그 구현자인 소농의 존재는 단순히 지나가 버린 과거의 것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실현되어야 할 가치와 역사적 주체라는 것이 이 책에 담겨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웬델 베리 지음·이승렬 옮김/한티재/1만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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