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우울한 도시의 자화상
청년실업, 우울한 도시의 자화상
  • 승인 2016.02.2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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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두
대구대 교수·지리학
졸업 시즌이다. 졸업은 학업을 무난히 끝낸 학생들에게 축하할 일이다. 특히 대학 졸업생들은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다는 점에서 축복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졸업식은 축하나 축복을 받는 자리가 아니라, 걱정과 우울함이 앞서는 자리가 되었다. 졸업생들은 대학 졸업과 동시에 구직 전선에 뛰어들지만, 거대한 채용 장벽에 막혀 좌절하게 된다. 학자금 대출과 가계 부채에 억눌린 학부모들은 자녀의 졸업과 취업으로 무언가 달라질 것을 기대하지만, 오히려 시름만 더 깊어진다. 이처럼 졸업식장은 우울한 도시의 자화상과 같다.

이러한 우울한 모습은 청년실업률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5년 청년실업률은 9.2%에 달한다. 청년실업률은 IMF 위기 이후 증가했지만 그래도 2000년대에는 대체로 8% 중반 수준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2014년 9%를 넘어섰고 2015년에는 한 때 10%를 넘기도 했다. 특히 지역별 청년실업률을 보면, 대구시는 2014년 11.4%로 인천 다음으로 높았고, 2015년에는 10.0%로 줄었지만, 전국 3위를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이러한 청년 실업률이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더구나 이러한 청년실업률 수치도 믿을 것이 못된다. 우리나라는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에 따라 일주일에 1시간 이상만 일하면 취업자로 분류되며, 따라서 실업률에서 제외된다. 또한 청년실업률은 적극적으로 구직하는 청년들만 포함한다. 아예 구직을 포기하거나 공무원 시험 등 취업 준비에 매달려 있는 청년층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처럼 일할 의욕이 없거나 자발적 실업에 있는 이른바 니트(NEET)족은 2013년 우리나라 청년의 15.6%를 차지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들 가운데 터키와 멕시코 다음으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와 같이 청년 실업률이 높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최악의 청년실업 사태에 대해 일부에서는 중소기업에 일자리들이 많이 있지만 청년들이 힘들고 낮은 임금의 일자리, 이른바 3D업종에는 취업을 기피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대로라면, 청년들이 눈높이를 낮추어 이런 업종에 취업하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 그러나 사실 3D 업종의 취업은 저임금으로 최소한의 생활조차 어렵게 한다. 이런 업종에 취업을 권하는 것은 안정된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포기하도록 요구하는 것과 같다.

만약 이러한 중소기업 3D 업종에 취업을 권하려면, 이에 대한 정부의 정책과 사회적 인식이 먼저 개선되어야 한다. 비록 위험하고 고된 일자리하고 할지라도, 나름대로 더 높은 임금과 안정된 일자리에 대한 자부심을 높여 준다면, 청년들은 이런 일자리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및 대기업을 막론하고 비정규직의 급속한 확산은 청년들로 하여금 졸업 후에도 취업을 미루고 공무원시험이나 교사 임용고사와 같이 안정된 정규직 취업 준비에 시간을 투입하도록 한다.

정부는 그 동안 청년 고용대책으로 여러 방안들을 제시했지만, 별 실효성이 없었다. 정부가 내놓은 대표적인 청년 일자리 대책은 기간제(인턴) 활성화였다. 고용부에서만 2005년에서 2014년 사이 약 1조 5천억원을 투입했지만, 청년실업률은 오히려 상승했다. 그럼에도 기간제 계약기간을 2년 더 연장하는 기간제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게류 중에 있다. 기간제 활성화 정책은 고용의 질을 무시한 채 취업률 제고에만 관심을 보임으로써 제대로 임금도 받지 못하는 이른바 ‘열정 페이’로 청년들의 고통만 가중시켰다.

그 외에도 정부는 해외 취업 활성화 방안과 ‘취업정보망’과 데이터베이스(DB)구축 등을 제시했지만, 정책의 성과나 결과가 어떠한지 조차도 제대로 확인하질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이러한 단기적이고 임시방편의 대책이 아니라 경제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발상의 전환과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기존의 대기업 중심 정책이 아니라 우수한 중소기업들을 육성, 확산시킴으로써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국가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노동의 유연화를 위한 비정규직의 확대가 개별 기업들에게는 이익을 가져다 줄 수는 있을지는 모르지만, 취업의 기피와 실업 증대를 유발하고 나아가 소비를 위축시킴으로써 오히려 국가 경제 발전에 역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기업들 역시 자신들의 입장을 바꾸어야 한다. 비정규직의 채용과 임금 동결이 당장 이익이 될지 모르지만, 노동자들의 헌신적 노력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나 기술 혁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TV 드라마의 ‘미생’처럼, 일단 비정규직으로 시작하면 아무리 능력을 발휘해도 정규직이 되기 어려운 현실에서, 정규직 취업을 원하는 청년들을 탓할 수만은 없다.

국가 경제가 저성장 시대에 들어선 상황에서, 기업이 해야 할 일은 비정규직 채용과 저성과자 퇴출을 통한 기업 이익의 추구보다 안정된 정규직 일자리 보장을 통해 생산성을 증대시키고 소비를 진작시킴으로써 전체 경제를 살려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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