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의 뒷모습을 보며
흡연자의 뒷모습을 보며
  • 승인 2016.02.24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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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봉조
수필가
혹독한 한파 속에서도 몸을 웅크리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몹시 처량해 보인다. 비흡연자의 눈에도 그런데, 당사자들의 기분은 어떨까.

기호식품이라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복잡하고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라는 사람도 많다. 어렵고 힘든 일을 치르고, 하늘을 바라보며 피우는 담배 한 개비의 효과야말로 천 냥과도 바꿀 수 없는 커다란 위안이 된다고도 한다.

담배 속에는 무수한 유해물질이 들어있다는 사실은 일반상식이 될 정도로 익히 들어왔다. 간접흡연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것도 그렇다. 담배를 피우면 니코틴과 일산화탄소가 혈액 중의 헤모글로빈과 결합하여 산소 공급을 저해한다는 등 자세한 기전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나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담배의 장점은 전혀 없는 것일까? 담배의 유래와 효능에 대해 검색해보았다.

담배는 15세기 말 ‘신대륙’ 발견을 계기로 약2세기 동안 원산지 신대륙(남아메리카)에서 구대륙(유라시아와 아프리카)으로 전파되었으며, 16세기 초엽 스페인인들이 유럽으로 들여왔다고 한다. 특히 16세기 후반 스페인의 한 의학자가 담배의 의약적 효능을 발표하자, 담배는 ‘만능 약’으로 인식되어 신속하게 보급이 되었다고 한다. 종교의례나 질병 치료, 각성제, 피로회복제로 이용되기 시작했다는 기록도 있다.

소량의 니코틴은 중추신경을 자극하고, 모세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높이며, 심장운동을 촉진한다고 한다. 이로 인해 맥박이 빨라져 심장에서 나오는 혈액의 양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또 침의 분비가 늘고 위의 운동이 증가하는 것은, 니코틴이 노르아드레날린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담뱃값이 인상된 것이, 1년 전 일이다. 담뱃값 인상 이후 상당수 흡연자들이 금연을 결심하기도 했다. 전년 대비 담배 판매량은 24%, 반출량은 30% 정도 줄어든 반면 담배 세금은 당초 정부예측보다 7천억 원 많은 3조 6천억 원이 더 걷혔다고 한다. 국민건강을 위해 흡연율을 낮추겠다며 담배 한 갑에 물리던 세금을 배 이상 올렸고, 그 결과 2015년 담배세수(稅收)는 10조 5천억 원으로 전년도 7조원보다 50% 이상 크게 늘어난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심한 계층이 담배를 더 많이 피우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소득수준이 낮은 서민이 세수에 기여한 효과는 엄청나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후두암 주세요. 폐암 주세요. 뇌졸중 주세요.’ 등의 공익광고를 접할 때마다 일말의 반감이 부글거리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 정도로 유해한 물질이 분명하다면, 재배에서부터 담배 제조와 판매 과정 일체를 금지하는 조치가 더 시급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섬뜩한 광고 따로 판매 따로, 거기다 높은 세금까지 물리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처사가 아니고 무엇인가.

오히려 소량의 니코틴에 대한 긍정적 효과와 다량의 니코틴 흡입으로 인한 부정적 효과를 동시에 알려주고, 건강을 위해 금연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과 흡연을 하되 양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광고를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흡연자들이 부담한 세금 중 일정부분은 건강증진부담금으로 편입된다고 한다. 그 예산으로 국민건강을 위해 새로운 연구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담배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니코틴의 나쁜 성분을 크게 낮추거나, 냄새를 줄이는 특정물질을 첨가하는 등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까.

어차피 판매를 위해 생산한 제품이라면, 흡연을 죄악시하기 전에 정당하게 담배를 피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옳다고 본다. 비와 추위를 피할 수 있고, 따갑게 내려쬐는 햇볕을 가릴 수 있으며, 환기장치가 제대로 설치된 공간에서 흡연하게 될 때 주변 환경도 깨끗해지고 간접흡연의 피해도 줄어들 것이다. 더불어, 흡연은 반드시 흡연구역에서만 해야 한다는 의식의 전환 또한 필요하리라.

말리면 더 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또 재배에서 판매까지 담배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흡연자를 몹쓸 사람 취급하는 정서적 분위기로 내몰기보다 이성적 판단과 행동을 일깨워주는 차원 높은 경고나 권유가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바람은, 흡연자 가족의 한 사람이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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