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귀향’과 우리의 역사인식
영화 ‘귀향’과 우리의 역사인식
  • 승인 2016.03.0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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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경북대 교수
2016년 2월24일 개봉한 귀향이 연일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고, 3월3일 개봉 9일 만에 관객 200만을 돌파하였다.

이는 가히 ‘귀향신드롬’이라 할 수 있으며, 극장 속의 ‘국민운동’이라 할 수 있다.

당분간 이 흥행질주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이 영화가 한국이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 더 먼저 상영되었다는 사실도 특이한 점이다.

대구출신인 조정래 감독이 2002년 위안부할머니들이 살고 있는 ‘나눔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한 할머니가 그린 ‘불타는 조선처녀’”그림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으며 그때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한다.

그 뒤 제작비를 마련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고 14년 만에 드디어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되는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시민 75,200명의 기부금으로 제작비 50%를 마련하였고, 그 외 제작진들의 집 담보대출과, 동네 카센터, 헬스 트레이너, 세탁소아저씨 등 일반인들의 투자로 나머지 예산을 마련하였다.

배우들의 재능기부로, 더구나 현지 일본인들의 막역한 도움으로 이 영화제작이 가능하였으니, 영화제작 자체도 영화내용만큼이나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겪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슬픔과 분노 외에도 이 영화 속에는 아픔과 상처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힐링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이 영화는 더 나아가 우리의 역사를 바로 인식할 것을 주문한다.

우리가 역사에 대한 똑바른 인식을 가지고 있는 한, 다시는 나라를 잃는 슬픔과 설움을 경험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의 주권과 인권을 함부로 유린당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내가 이 나라의 주인이고 나 자신이 스스로 주인이라는 인식은 지금 바로 우리가 서 있는 여기, 이곳에서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각인시켜준다.

이런 역사의식은 조선처녀들의 인권유린과 박탈을 사실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역사의 생생한 현장으로 우리를 데려가는 것이며, 우리의 딸들에게 행했던 일본의 잔학무도한 일들을 우리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우리세대의 의무임을 말해주고 있다.

조 감독의 말을 빌리면 영화에 나오는 장면들은 관객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부분적 스토리만을 촬영하였다고 한다.

극한 상황에서 병들고 정신이 혼미해진 우리 아이들을, 총으로 쏘아 발로 구덩이에 밀어 넣고 기름을 부어 태우는 장면을 촬영할 때, 배우들은 서로 부등켜 안고 울었다고 한다,

이 영화는 그래서 진혼의 역할을 한다. 한번 상영될 때마다 20여만 소녀들의 혼을 하나 하나 불러내어 고향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감독의 마음을 깊이 느낄 수 있다.

위안부할머니문제야말로 여성주의적 시각이 필요하다. 보듬고 위로하고 공감하며 함께 통곡하는 일이 전제되어야 한다.

영화 속에서도 씻김굿을 통해 혼을 불러내고 과거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있지 않은가?

“언니야, 이제 고마 집에 가자” 고향을 그다지도 애타게 그리며 죽어가던 어린 소녀들을 영화 속에서 만나며, 모든 관객들은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그들의 넋을 기리며, 가슴 깊이 간절하게 그들의 혼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화면에 가득 채워지는 노랑나비들에게 그동안 우리가 너무 몰라서 미안하다고 사죄하는 심정이 되었다.

영화가 끝나도 사람들은 일어서지 않았다.

할머니들의 그림과 영화제작에 도움을 준 개미군단의 이름이 끝없이 화면을 지나가는 사이에 우리는 할머니들과 기부자들에게 온 마음으로 경의를 표하였다.

위안부문제는 민간에서 주도하여 종국적으로 국가의 이름으로 사과받는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다.

국가라는 이름으로 저지른 일본의 만행을 부끄럽고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그래서 조금이라도 용서받고 싶어하는 많은 일본인들의 마음을 일본정부는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현지의 일본인들이 이 영화를 위해 기꺼이 몸을 던지고 고통스러운 악역도 마다하지 않았으며, 주위의 친구들에게 모금운동을 하고, 영화를 제작하는 곳마다 함께 다니며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그들은 조상이 저지른 만행을 그렇게라도 봉사하고 헌신하면서 조금이라도 용서받고 싶은 마음 간절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위안부 문제를 풀 수 있는 관건이 아니겠는가?

이 문제는 정치와 정치가 충돌하여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남으로써, 마음과 마음이 하나가 됨으로써 흘리는 뜨거운 눈물과 사과와 용서만이 이 끈질긴 역사적 질곡과 원한의 고리를 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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