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연극, 새로운 비상을 꿈꾸다
대구 연극, 새로운 비상을 꿈꾸다
  • 남승렬
  • 승인 2016.03.07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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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콘텐츠 가능성 보여준
대구시립극단 창작극 ‘비상’
‘지역 정신 담은 연극’ 목표
대구 출신 이상화·이상정 등
역사적 사실 근거한 팩션 제작
“극 전개 다듬으면 잠재력 충분”
연극_비상_공연사진-다시
대구시립극단이 올해 첫 선을 보인 연극 ‘비상’은 지역 공연예술계의 역량으로 새롭게 발굴한 스토리와 콘덴츠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은 공연 모습. 대구시립극단 제공

01_권기옥 役 김경선
권기옥 역 김경선 배우.
02_이상정 役 박찬규
이상정 역 박찬규 배우.
“대구의 수성들이 그립소.”

“저 역시 평양 대동강의 수양버들이 생각납니다.“

일제의 추격을 피해 만주와 내몽골 등으로까지 몸을 숨겨 조국광복의 염원을 이어가던 독립운동가 이상정과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전투기 비행사 권기옥은 이역만리 해외에서 각자의 고향인 대구와 평양을 그리워하는 대사를 한다. 이상정은 대구의 수성들을, 권기옥은 평양 대동강의 수양버들을 각각 이야기하며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랜다.

극 중에는 이런 장면도 있다. 이상정의 동생이자 윤동주, 이육사 등과 더불어 ‘글’이라는 수단을 통해 엄혹했던 일제강점기를 온몸으로 저항했던 민족시인 이상화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읊으며 수성들을 언급하는 장면. 또 이상화가 서신을 통해 중국 등지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형 이상정에게 “대구는 걱정하지 말라”며 안도의 당부를 전하는 신….

좀처럼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을 것 같던 여성독립운동가 권기옥과 그의 남편 이상정, 그리고 ‘대구’가 만났다. 지난 4~6일 대구시립극단 정기공연으로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 무대에 오른 연극 ‘비상’은 지역을 소재로 한 새로운 문화예술작품 콘텐츠 개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연극 비상은 대구라는 지역성을 담은 콘텐츠를 발굴해 제작한 창작초연작품이다. 비상 제작진은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의 독립을 열망하는 독립운동가 이상정과 권기옥의 부부라는 관계성, 여기에 이상정의 동생이자 대구 출신 민족시인 이상화를 끌여들여 ‘비상 = 대구’라는 인연의 등식을 완성시켰다.

연극 비상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새로운 시나리오를 재창조한 팩션(faction) 장르를 표방한 작품이다. 주인공 권기옥과 이상정, 이상화를 비롯해 장덕진, 문일민, 안경신 등은 모두 독립운동을 펼친 실존인물이었다. 암울한 시대상과 실존 인물의 활약상만을 부각시켰다면 자칫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질 수 있었겠지만 제작진은 ‘박복남’이라는 허구의 인물을 등장시켜 극 전개의 감초역할로 활용했다.

비상은 공연 전부터 공연계 안팎의 관심을 받아왔다. 대구문화예술회관과 시립극단은 권기옥의 생애를 통해 새로운 대구 콘텐츠를 개발하고 대구의 정신을 부각시킨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비상을 시립극단의 새로운 레퍼토리 작품으로 삼겠다는 제작진들의 포부에도 불구, 아쉬운 점도 일부 부각됐다. 독립운동가 권기옥의 삶과 역사적 배경에 초점을 맞췄지만 스토리의 전개는 큰 긴장감을 주지 못했다. 특히 고조 없는 극 전개와 빈약한 갈등 구조, 평이한 엔딩은 아쉬움을 남긴 대목이라는 일부의 평가도 있다.

한 문화예술계 인사는 “희곡의 완성도를 높이고 수정 작업을 거치면 더 좋은 작품으로 무대에 올릴 수 있는 잠재력은 충분히 보여줬다”면서도 “극적 갈등구조와 전개의 클라이맥스가 약해 기본기를 탄탄히 갖춘 배우들의 연기력이 오히려 과소평가된 측면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했다.

남승렬기자 pdnamsy@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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