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코미디
선거철 코미디
  • 승인 2016.03.06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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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봉조
수필가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부터 문자가 날아오고 있다. 확인할 수 없는 치적이 장황하게 열거된 내용이다. 일정기간 주기적으로 계속되는 것을 보니 선거철이 다가온 모양이다.

작년 가을부터 꾸준히 날아오던 메시지가 있었다. 필자가 소속된 협회에 가입한 신입회원이라며 잘 부탁한다는 인사였다. ‘나는 그런 인사치레를 생각지도 못했는데, 신입회원이 정성이 대단하다’ 싶어 답장을 해주지 못한 것이 미안했다.

몇 번인가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겠노라는 각오의 메시지가 도착하기에, 취미활동을 하는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그러려니 하고 말았다.

이름을 기억할 만큼 시간이 지나자 본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정지역에 출마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정계에 발을 들여놓기 위해, 회원 수가 많은 단체에 가입을 하여 이름을 알리는 것이 첫 번째 수순이었을까. 다니던 직장과 출신학교를 깨알 같이 써넣은 것은 열정이 담긴 활동보다는 지연과 학연 등 연줄의 덕을 보겠다는 뜻이리라.

받는 사람의 기분이나 인격 따위는 고려할 필요도 없다는 듯 일방통행의 문자가 계속되고 있다.

여론조사 중이니 전화가 오면 자신을 꼭 선택해달라는 생뚱맞은 당부까지 이어지니, 이름만 봐도 기분이 나빠진다. 문자 몇 번 보낸 것으로 자신을 선택해달라니.

어떤 일을 어떻게 해보겠다는 의지와 각오만 있어도 읽기가 귀찮은 마당에 근거가 불확실한 말로 다른 사람의 허물을 유포하는 것은, 매우 비생산적이고 무례한 행위라 싶다. 선거구 획정도 되기 전에 예비후보라며 연일 문자를 보내는 것이 선거법 위반은 아닌지 모르겠다.

평소 하지 않던 일을 하는 사람들이 곱게 보이지 않는 것도 그렇다. 쓰레기 수거차량 앞에서, 연탄배달 현장에서, 전통시장에서, 무료급식소에서 만면의 미소를 띠고 허리를 굽실거리며 인사하는 모습이 우습다. 그들은 환경미화원 옷을 걸치고, 몇 시간이나 일을 했을까. 무료급식소에서는 어떤 일을 했을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하게 봉사활동으로 구슬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잠시 포즈를 취하기 위해 휘하의 군중을 거느리고 언론까지 동원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정치인들의 끊임없는 언쟁과 공방 또한 지겹고 한심하다. 과거 집권자들의 공과(功過)를 들먹이며 내 편과 네 편을 나누고, 상호비방과 인신공격에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다툼의 현장. 같은 정당 내에서도 친(親)과 비(非)에 진(眞)까지 만들어가며 스스로 계파를 나누는 것은 더 우습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사분오열(四分五裂)하는 사람들. 정책에 대한 솔직한 견해를 밝히거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토론을 그렇게 잘한다면, 모든 국민들과 유권자가 박수를 치고 환영할 일이다.

자신을 내려놓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다른 사람이 잘한 일은 인정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어야 한다. 차마 칭찬을 해주지는 못한다하더라도 꼬투리를 잡기 위해 눈을 붉히는 것이 정치인의 기본이라 생각한다면, 하루빨리 도려내야할 암 덩어리나 다름없다.

어지러운 국내외 정세와 침체된 경기로 한숨이 깊어 가는데, 무제한 토론(filibuster)이니 공천배제(cut-off) 등의 어려운 용어로 국민들은 더 머리가 아프다.

국회의원이 할 일은 법을 만들지 못하도록 시간을 끄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나라를 위해 좋은 법을 제때 만들어주는 것이다. 어느 집단보다 활발한 소통과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며, 대의를 위해 양보도 할 줄 알아야한다.

그것만이 유일한 선택인 듯 상대방을 깎아내려 자신이 돋보이기를 바라는 것은, 선거 때마다 드러나는 고질적인 병폐다. 상대방을 헐뜯고 욕하는 집단,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일하는 집단이 법을 좌지우지하게 해서는 정말 곤란하다.

선거운동 기간의 반의반만큼이라도 겸손한 정치인이 나타나기를 기대하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그들도 알고 있을까? 몸살이 날 지경으로 허리를 구부리고 악수를 청하는 입후보자들의 코미디 같은 모습이 벌써부터 눈에 선하다.

부디, 투표소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워지기를 바라는 것이 더 이상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아니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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