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거대한 마취실.
상경 3년 만에
어찌된 셈인지
내 마음의 자명고.
조그만 슬픔에도
맹렬히 울던
내 마음의 자명고.
이제 우는 법마저
까맣게 잊고
깊은 잠 속에 떨어져버렸네.
서울은 환각의 스크린.
아침저녁으로 꿈으로
발음 안 되는
비극만 상영되고,
확실히 보이는 것도
그리움도 꿈도 없이
시퍼런 정신마저 갇히어
비몽사몽 흔들리고 있네.
자꾸 자꾸 무너지고 있네
(이하 생략)
▷경기도 송탄 출생.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졸업. 1971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술래의 잠’이 당선되어 등단. 1981년『월간문학』신인상에 소설 당선. `소설문학’ `여원’ 편집장 역임. 시집으로는「술래의 노래」(1976),「방화(防火)」(1983)등이 있다.
박석수는 80년대까지 활발하게 시작활동을 보여줬던 시인이다. 그는「술래」의 연작시를 통해 유년의 침울을,「쑥고개」연작시에서 젊음의 처절한 방황을 보여 주던 시인이다. 그런 시인이 `서울에 와서’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삶의 외로움과 절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은 `아침저녁으로 꿈으로 / 발음 안 되는 / 비극만 상영되고’ 있다고 화자는 탄식하고 있지만, 그래도 서울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오늘도 꿈을 심고, 꿈을 캐며 다지는 도시가 아닌가.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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