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만이 누릴 수 있는 긴 연휴로 이때는 일가친척과 산 조상은 물론 돌아가신 조상들과의 유일한 유언, 무언의 대화와 소통의 끈이자 통로가 된다.
일 년에 한번 아니면 두 번이지만 친척과 연세 지긋한 집안의 어른을 봬오면 꼭 한 두 가지 씩 옛날에 몰랐던 선조들의 덕담과 일화들은 우리는 물론 자라나는 세대의 삶의 뿌리를 찾고 모진 세상풍파를 해쳐가는 지혜를 주는 등불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금년 추석명절도 어김없이 연례행사처럼 오고가고 보며 음식을 만들며 누구는 어느 학교에 진학하고, 누구는 취직하여 좋아 하는 등 형제, 자매는 물론 동서 간 우애도 돈독하게 하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명절 끝날 쯤 되면 명절증후군으로 피곤하지만 볼 사람보고 만날 사람 만나서 건강한 모습을 보며 다음 명절까지도 화목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기를 기다리니 온몸이 오히려 가볍고 깨운 하다.
정성이 담긴 소정의 용돈과 특산물을 드리면 처가에서는 참기름을, 외가에서는 고춧가루를, 의성에 사시는 숙부님은 마늘을 주시니, 아내가 “올해도 배추만 사면 김장걱정 끝”이라며 좋아하니, 아들도 덩달아 신토불이 “국산토종김치 먹겠네요.” 하면서 거든다.
배고파 못살던 필자의 어린 시절은 연세 드신 분은 “늙으면 일찍 죽어야지” 하는 말을 자주 듣는다. 지금 생각하면 어려운 살림에 짐이 되어 넋두리 하는 것으로 들린다. 요즘은 온갖 지병이 있어도 “약을 밥 먹듯 병원을 시장 가듯” 하더라도 오래 버티려고 하는 모습이 우리에게는 버팀목이 되고 우산이 되기도 한다.
전번 TV 인간승리에 청주에 사는 쉰 가까이 된 분은 암수술을 25번하여 성대도 잃어 말도 못하고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도 끝까지 암과 싸워 승리한다며 웃고 퇴원하는 모습을 보고 건강이 얼마나 소중하며 더구나 고귀한 생명은 꼭 지켜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명절이 있기에 고맙고 해마다 고대하며 일가친척들을 두루 찾았을 때 마다 지난해 보다 매사가 한 발자국이라도 앞으로 나가는 소박하고 작은 바람을 기대하면서 다시 생업의 현장으로 돌아가 열심히 살려는 각오와 용기를 얻는 소중한 만남의 시간 이었다
김 종 한 (수필가, 상주문화회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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