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그리고 반드시
오로지 그리고 반드시
  • 승인 2016.03.1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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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대구지방보훈청장
어디서 많이 듣던 귀에 익숙한 단어들이다. “오로지 시민행복!, 반드시 창조대구!”라는 대구시 시정 슬로건의 일부이기도 하다. 나만의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오로지’와 ‘반드시’라는 단어는 무언가 궁극적인 상태를 암시한다. 우리는 학습을 통해 이 단어들을 알게 되는데 이들을 다시 접할 때마다 어떤 결연함 내지는 강건함을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필자와 같이 마음 약한 사람들은 좀체 이런 단어들을 활용하여 글을 쓰지 않는다. 아니 쓰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런 단어들을 사용하는데 대한 부담감이 너무 크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배부른 소리 같지만 이제 그런 단어들을 써야할 만큼 외통수의 환경에 처할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가오는 3월 25일을 생각하면 이 단어들을 빼놓고는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2016년 3월 25일은 ‘제1회 서해수호의 날’이다. 이 기념일의 제정취지는 오로지 대한민국 영토수호의 일념으로 서해를 지키다가 목숨을 잃거나 신체적으로 희생한 분들을 기리면서 반드시 대한민국을 안전하게 지켜 후대에 물려주자는 결의를 다지는 데 있다.

광복 이후 우리나라는 북한과 이념적으로 대치하면서 6.25전쟁이라는 유사 이래 가장 큰 무력충돌을 치렀지만 북한이 그 밖에도 수많은 도발을 통해 우리의 안녕과 질서를 깨뜨리기 위해 골몰해 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서해는 최근 10여 년 동안만 하더라도 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도발 등 지리적 여건과 군사적 중요성을 고려하여 북한이 자주 도발을 벌이고 있는 세계 최고의 긴장 지역이다. 열거한 도발 이외에도 북한은 서해를 이용한 간첩선 침투 등 수많은 체제 위협행위를 저지른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우리는 너무 둔감하다. 누군가는 “왜 이제서?”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기 전에 먼저 우리의 안보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에도 뉴스에서는 북한의 김정은이 핵탄두의 소형화를 주장하면서 미국에 대한 실시간 타격 가능성으로 엄포를 놓는 장면이 보도되었다. 애써 북한의 기술적 한계를 지적하면서 ‘아직은 아닐거야.’라는 위로를 해보지만, 이제 북한의 핵이 우리 대한민국에게 가장 큰 체제 위협수단으로 떠오른 것은 미국도 인정하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어버렸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우리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놓치고 있거나 아니면 일부러 외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시 말해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낮은 것과 없는 것은 분명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애써 둘을 같이 취급하고 있다. 세간에서 잘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을 두고 말을 할 때 우리는 시쳇말로 복권에 당첨될 확률이니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일이니 뭐니 하면서 고개를 가로젓곤 한다. 그러나 내가 아니어서 그렇지, 분명 어딘가에선 그 어렵다는 복권당첨자가 나오기 마련인 것 또한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설마...’라는 지독한 회피심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확률이야 백만분의 1일지언정 사건이 나려면 나는 것이다.

필자가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북한의 영토위협에 대해 마치 머리에 인 화롯불처럼 전전긍긍하고 불안에 떨자는 것이 아니다. ‘서해수호의 날’이라는 공식적 계기를 활용해서 대한민국 영토수호의 뼈아픈 역사를 되돌아보고, 북한의 각종 도발 시에는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굳건히 대응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추자는 것이다. 그것만이 북한을 포함한 모든 군사적/외교적 위협세력과 그들의 경거망동에 대한 가장 큰 예방수단임은 불문가지이다. 아울러 그런 의식이 있어야만 시민들의 행복과 창조도시 대구가 보장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3월 25일은 대구 시민 모두가 이런 마음으로 지냈으면 한다. ‘오로지 서해수호!, 반드시 대한민국!’ 필자 생각에 권영진 대구시장님이 슬로건 훔쳐 썼다고 혼내시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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