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오인신고
야생동물 오인신고
  • 승인 2016.04.14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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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학 대구경북야생동물연합회장
대구 신천에 수달이 살고 있다. 신천은 대구시를 가로질러 흐르는 약30km 되는 하천이다. 수질이 많이 좋아져서 잉어와 메기들이 물속에 헤엄쳐 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며칠 전 북구청으로부터 수달 신고가 접수되었던 현장에 동행조사를 부탁받았다. 대현동 주택가에 수달이 밤마다 나타나서 시끄러워 잠을 못 잔다는 신고였다.

멀리서 지켜보면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5일 동안 밤에 지속적으로 수달이 공터에 나타나서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다는 신고였다. 시장 주변에 위치한 곳이라 처음에는 수달일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 시장에는 활어를 파는 횟집이 많기 때문에 가끔 수달이 먹이를 쉽게 구하기 위해 활어판매점이나 양식장에 들어가 물고기를 잡아먹는 경우가 있다.

주변을 여러 번 둘러보고 수달이 싸웠다는 장소를 관찰해보니 야생 길고양이 흔적이 아주 많았다. 주변에 길고양이들 배설물이 있었다는 것과 고양이가 잔디위에서 놀아 잔디가 납작하게 누운 흔적을 보고 생각해보니 밤에 나타나서 심하게 울고 영역싸움을 한 것은 길고양이가 분명했다. 혹시나 해서 주변 횟집에 들러서 탐문조사도 해보았다. 최근에 일주일 이내에 물고기들이 없어지지 않았는지 물어보아도 그런 일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신고하신 분에게 수달의 흔적을 찾을 수 없고 만약에 다시 수달이 보이면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시면 꼭 확인 후 모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을 드리고 전화를 끊었다.

예전에 군부대에서 새끼 수달을 구조했다며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전화가 왔다. 그래서 우리 야생동물 치료센터로 이송해주면 최선을 다해서 돌보아주겠다고 했다. 부대에서 방송국과 신문사, 시청에 연락을 한 상태여서 시청, 구청 공무원과 각 방송사 신문사가 우리 병원 야생동물치료센터에 모여서 취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는 핸드폰이 보편화 되지 않아서 사진을 바로 전송받아 볼 수가 없었다. 군부대에서 새끼 수달을 조그마한 종이 상자에 담아서 데리고 왔다. 황당하게도 너구리 새끼 2마리가 박스에 담겨 있었다. 그래서 이것은 수달이 아니고 너구리 새끼라고 하니 모든 언론사 기자들이 황당해 한 적이 있다. 너구리 새끼는 발에 물갈퀴가 없고 수달은 물갈퀴가 있는 것으로 구별이 된다.

또 다른 일화는, 화원 유원지에서 두루미를 구조했다고 연락이 왔다. 계절이 한여름인 8월이었다. 분명히 8월에 두루미는 우리나라에 있을 수가 없기 때문에 이상하게 여겨 전화상으로 신고자에게 여러가지를 여쭈어 보았다. 혹시나 겨울철 나그네새인 두루미가 낙오되어서 대구에 텃새화 되어서 살고 있다가 구조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야생동물 치료센터로 보내달라고 했다.

신고하신 분은 확실히 두루미가 맞다고 이야기하면서 두루미를 큰 종이상자에 넣어서 왔다. 박스 안을 확인하니 왜가리가 박스 안에 있었다. 구조하신 분께 두루미와 왜가리의 차이를 설명하고 이것은 왜가리라고 이야기하니 실망하는 것을 보고 혼자 조용히 웃었다.

지난 봄에는 시민이 정말 희귀한 새를 구조했다고 병원에 왔다. 연세가 많은 분이었다. 본인이 지금까지 산에 가서 여러 새를 보았지만 이런 새는 처음이라서 구조해서 왔다고 했다. 할아버지가 가지고 오신 것은 멧비둘기 유조였다. 아직 솜털이 풍성하게 나있는 상태여서 일반 시민들은 보기 드문 새가 맞았다. 할아버지께 멧비둘기 유조(어린 새)라고 설명을 드리고 우리 센터에서 키워서 야생으로 돌려 보내주겠다고 약속을 드렸다.

이처럼 시민들이 야생동물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주고 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은 것을 보고는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야생동물에 대해서 조금 더 정확하게 알고 구조나 신고를 한다면 오인 신고도 줄어들 것이고 야생동물 보호에도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시민들께 당부말씀을 드리면, 얼마 후 4~6월이 되면 조류들이 둥지에서 나와서 첫 비행을 하는 이소시기가 다가온다. 둥지에서 떨어진 어린 새들은 무조건 구조하여 병원에 데려오지 말고 주변에 어미 새가 있을 것이니 어미가 돌볼 수 있도록 그곳에 놓아주길 부탁드린다. 꼭 도움을 주고 싶다면 길고양이들이 어린 새를 잡아먹을 수 있으므로 박스에 넣어서 높은 곳에 올려놓기를 바란다. 주변에서 새끼 새를 찾던 어미 새가 안전한 곳으로 데리고 갈 것이다.

애기 새를 구조를 해야 하는 경우는 상처를 입어서 피를 흘리고 있거나 주변에 어미새가 죽어 있는 경우에는 애기새를 구조하여 가까운 야생동물 치료 센터로 이송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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