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무섭게 눈 내린
대관령 눈꽃 사이로
노오란 복수초 꽃 은밀하게 얼굴 내밀면
봄이 온다
그래, 아무리 막강한 폭설도
어쩌지 못하는 저 생명의
은총을 보아라
봄은 가슴 울렁거리던
첫사랑의 편지처럼 남몰래 와서는
버려진 이 땅에 보랏빛 제비꽃도 피우다가
처연한 동백꽃으로 뚝뚝 떨어진다.
아득하게 괴로운 한 세월
그렇게 보낸 사람아,
봄은 온산 가득하게 진달래, 영산홍도 붉게 피우다가
천지에 몸살나게 산벚꽃도 만개시키겠지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세상사,
구도의 길 떠나는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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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출생. 연세대학교 졸업. 196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시집으로 「이별 없는 사랑은 거짓이다」 등이 있음.
겨우내 앙상한 모습으로 헐벗은 채 서 있던 창문너머 느티나무에 잎눈이 열리고, 매서운 겨울 칼바람에 매를 맞고 섰던 가로수들도 어느새 물기운에 젖어 봄이 완연하다.
이활용 시인의 `봄’은 `아무리 막강한 폭설도 / 어쩌지 못하는’ 생명의 은총에 의해 `첫사랑의 편지처럼 남몰래’ 우리들을 찾아온다. 봄은 천지에 몸살나게 무수한 꽃을 만개시키나 찬란한 슬픔인양 `아무것도 아닌 세상사’처럼 허무하게 무너지는 처연한 낙화를 어찌하랴.
이일기(시인`문학예술’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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