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도 공기업비리에 관대하기는 마찬가지란 소리가 나올법하다. 국정감사자료를 통해 알려진 적자공기업들의 성과급잔치 행태를 보면 공분을 면치 못한다. 공직자들의 도덕적해이의 수준을 넘어 양심불량의 극치라는 말이 딱 알맞다.
먼저 21조의 부채를 안고 있는 한국도로공사는 올해 직원 1인당 평균 1000만원씩의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성과급규모를 보면 2006년 567억여 원, 2007년에는 672억여 원, 지난해는 540억여 원, 올 상반기는 436억여 원, 모두 2200억 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간이 배밖에 나왔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누적 적자가 1조 원 대에 달하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경우 최근 4년간 직원들에게 8000억 원에 이르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자구 노력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기는 커녕 2007년 1850억 원, 2008년 3210억 원 등을 성과급으로 잔치를 벌였다.
한국전력은 지난해와 올 상반기에 각각 2조 9,525억 원과 6,425억 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임직원에게 준 성과급은 지난해 3,670억 원, 올 상반기에도 2,702억 원으로 성과급을 지급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임원들도 성과급 잔치를 벌여 지난해 사장과 감사의 경우 각각 7400만 원, 부사장 성과급은 4600만 원, 이사 대우 보너스도 1400만 원에 달했다. 경영악화로 1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도 예외가 아니다. 월차수당 지급이 금지된 2005년 3월 이후에도 `단체협약’을 이유로 141억 원을 불법으로 지급했다. 빚만 쌓아놓으면서 성과급이라니 기가 막힌다.
공기업 선진화는 역대 정권마다 내 세운 화두다. 고비용, 저효율의 시스템을 경쟁력 있게 바꾸자는 것이지만 어느 정권도 성공하지 못했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것은 빚더미속의 푸짐한 성과급잔치가 하위직 중심이 아니라 상후하박으로 경영진일수록 더 많이 퍼 갔다는 사실이다. 혈세를 다투어 퍼 갔으니 도둑의 심보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 점에서 역대 정권의 현안이던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토지주택공사로 출범시킨 것을 이명박 정부의 치적으로 내세울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겉을 재포장함은 중요하지 않다. 고질병처럼 돼 버린 성과급잔치 등 방만 경영의 버릇을 어떻게 바꾸느냐가 핵심이다. 도덕적해이의 구태를 벗고 정신자세부터 선진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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