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봄 깨운 ‘나눔씨앗’
희망의 봄 깨운 ‘나눔씨앗’
  • 승인 2016.04.1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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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누리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싱그러운 새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스쳐간 4월 첫 주는 경북 나눔문화의 가장 따스한 봄날로 기억될 듯하다. 오천년 역사의 상부상조 전통이 살아있는 경북에 뿌려진 나눔의 씨앗 세 개가 커다란 희망의 싹을 움틔웠기 때문이다.

선진국형 기부문화의 대명사인 직장인 월급기부와 소상공인의 정기기부, 개인자산가의 고액기부 세 가지 부문에서 새로운 이정표가 될 뜻 깊은 소식이 들려왔다.

경산시 공무원들이 대대적으로 직장인 나눔에 참여했고 칠곡군은 경북 소상공인 나눔 1등 도시가 됐다.

그리고 1억원 이상 개인 고액 기부자클럽인 경북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는 50번째 회원을 맞았다. 더 놀라운 일은 경북 기부문화의 새로운 전환점을 여는 기쁜 일들이 3일에 걸쳐 연달아 일어났다는 것이다.

첫 시작을 연 나눔은 경산시 공직자들의 직장인 월급기부 참여다. 지난 4일 경산시청 전 부서(2실 26과), 의회 사무국, 직속기관 및 사업소 7곳과 읍·면·동사무소 15곳의 공무원 1천60명 중 900여명이 ‘착한일터 캠페인’에 가입했다.

이들은 매달 급여 중 5천원 이상의 금액을 기부, 연 4천100여만원의 성금을 조성해 경산지역 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복지사업을 펼치기로 뜻을 모았다.

기부 선진국 미국의 경우 직장인의 60% 이상이 월급기부에 참여하고 있지만 지난 해 경북지역의 전체 기부금에서 직장인 정기기부의 비중은 0.8%에 불과했다.

기업체와 대학교가 많은 경산시는 상생돌봄의 나눔문화를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고심하던 중 공직자들이 먼저 솔선수범하기로 하면서 이번 기부가 성사됐다.

지역사회를 위해 공직자들이 모범을 보인 본 사례가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현재 ‘착한일터 캠페인’ 기부에 관심을 가지는 기업 및 단체들도 늘고 있다.

타 지역에 비해 부진한 도내 직장인 나눔문화가 되살아나는 희망의 새싹이 돋아나길 기대한다.

이튿날 5일에는 칠곡군의 소상공인들이 나눔의 꽃봉오리를 활짝 펼쳤다.

소규모 자영업 사장님들이 매월 3만원 이상 기부하는 ‘착한가게 캠페인’이 시작된지 7년여 만에 칠곡군이 도내 시·군 지자체 중 누적 기부자수 1위로 올라선 것이다.

이 날 칠곡군 왜관읍의 소상공인 24명이 동시 가입함으로써 칠곡군의 착한가게는 모두 167곳이 됐다. 특히 왜관읍에서만 95곳의 착한가게가 생겨 도내 최초 ‘읍단위 100호점’ 탄생까지 바라보는 겹경사를 맞았다.

지난해부터 급성장한 칠곡군의 착한가게 참여는 전국적으로도 이례적이며 놀라운 수준인데, 그 이면에는 칠곡군 희망복지지원단과 칠곡군 사랑의열매 나눔봉사단의 각별한 노력이 숨어있다.

이들은 수시로 지역 곳곳을 돌며 착한가게 캠페인을 홍보하고 각종 모임과 구매를 통해 사업에 직접 도움을 주면서 사장님들에게 기부 참여를 권유하는 열의를 보였다.

그 결과 지난해 85곳, 올해 37곳 등 현재까지 122곳이 참여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불경기로 인해 어려운 형편에도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을 배려하는 소상공인들의 온정에서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곧이어 6일에는 개인 고액기부문화의 꽃이 활짝 피어났다. 지난 2010년 첫 회원 탄생 이후 6년 만에 경북 ‘아너 소사이어티’의 50번째 회원이 탄생한 것이다.

김재왕(59) 경상북도의사회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김 회장은 지난 20여년간 경북 북부지역 소외 이웃들을 위한 무료진료봉사와 캄보디아 해외의료봉사 등 따뜻한 의술을 몸소 펼쳐왔다.

오랜 동료의사이자 대선배인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신현수 회장께서 김 회장님을 소개하여 처음 뵙던 날이 기억난다. 낡은 가운과 구두, 그리고 진료실 곳곳에는 검소함과 소박함이 그대로 묻어있었고, 말씀 하나하나에 지역 나눔문화와 어려운 이웃에 대한 온정이 서려있었다.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은 전국적으로 1천120여명으로 경북은 전국 회원 수의 4.4% 수준이다.

인근 경남은 80호, 대구는 70호 회원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비해 다소 아쉬운 현실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경북의 고액기부 참여는 눈부시게 성장했지만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기만 한데 금번 50번째 회원의 탄생이 도내 사회지도층과 독지가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끄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

지난 겨울 ‘희망2016나눔캠페인’은 경북 도민들의 온정과 공공기관, 언론의 성원으로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그 열기가 가라앉을 무렵 들려온 아름다운 개인기부 미담은 봄비처럼 나눔의 대지를 촉촉이 적셔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키우려 한다.

소득양극화와 가족기능 붕괴로 고통받는 우리 이웃들을 위해 소시민과 지도층이 하나가 되어 작은 기부의 위대한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나눔의 물꼬를 트고 새 희망의 씨앗을 심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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