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사에서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공식·비공식 채널을 통해 청와대에 당 소속 의원 출신 정치인의 기용을 수차례에 걸쳐 주문했지만 이 같은 건의는 철저히 묵살 당했다.
특히 박 대표는 개각명단이 발표되기 전 청와대 정례회동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개각 문제를 놓고 독대까지 했지만, 경제팀을 중심으로 한 소폭 개각이라는 말만 전해 들었을 뿐 구체적인 개각 명단에 대해서는 끝내 아무런 말도 듣지 못했다고 한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 회의 도중 개각 명단을 보고 받고 “당과 의논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인사 청문회 때 청와대 비서진들이 대신 와서 하라”며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에 친이계인 공성진 최고위원은 2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적어도 집권 여당과 청와대는 개각의 문제에 있어서 정보를 공유하고 문제의식을 같이 해야지, 따로 따로 놀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친이계 전여옥 전 최고의원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지금 여의도는 대통령이 여의도 정치, 여의도 사람들을 무시한 데 대해 분노와 좌절을 느끼는 듯하다”면서 “어제 보니 여의도에서는 ’안녕‘하지 못한 분들이 꽤 많은 것 같다. 이번 개각에서 ’정치인 입각‘을 생각하고 또 ’누가 어디로‘ 등등 소문도 많았던 지라 ’실망‘도 큰 듯하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친이계인 장광근 의원은 “어제 아침 청와대 정례회동에서 이번 개각에서는 정치인 입각은 없다는 말씀은 전달된 것으로 알기 때문에 당 지도부가 청와대와 완전 소통 불능 상태라는 지적은 옳지 않다”면서도 “인사 청문회가 당의 협조 없이는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원내대표나 당 지도부 일각의 일리있는 문제제기는 앞으로 청와대도 충분히 염두에 두고 의견을 수렴해서 오해가 있다면 풀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당 중진인 이한구 의원은 당청간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당 지도부와 청와대를 모두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얼마나 당이 청와대로부터 평소에 존중을 받지 못했으면 그런 일이 벌어졌겠는가”라며 “당 지도부가 이제는 왜 이렇게 소홀하게 취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철저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당도 이제는 좀 의젓하게 정부를 이끌고 갈 생각을 해야지 자꾸 몇 가지 인센티브에 따라서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행동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청와대도 마음대로 하면 된다는 식의 자세를 보이는 것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나라당 의원 출신 정치인이 입각 대상에서 배제된 데 대해서는 “당의 사람을 꼭 써야 한다는 논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개인적으로 꼭 필요한 사람 같으면 필요한 단계에 쓸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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