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음주의 明暗
<기고> 음주의 明暗
  • 승인 2009.10.1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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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단합과 공지사항을 알리기 위해 매월 열리는 반상회에 같은 승강기를 사용하는 아파트 양 라인의 가구가 참석 했었다.

한 라인이 11층으로 양 라인이 합해도 20여 가구 밖에 안 되지만 한 승강기를 사용해도 출퇴근 시간대에 마주치지 못하면 옆집이나 위층, 아래층에 누가 사는지 조차 모르는 삭막하고 행여나 만난들 어색한 분위기이다.

매달 모이는 반상회라도 자주 참석하여 얼굴을 익히고 가족도 알아야 이웃사촌처럼 정겹게 지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모임에 몇 사람 되지 않는 남자끼리도 앉다가 보면 자연적으로 주류, 비주류로 자리가 갈리게 된다. 아파트가 지난해 가을에 완공하여 이제 1년 갓 넘어 반상회도 다섯 번째가 된다.

처음에는 서먹하고 생소하며 초면이라 조심이 되어서 그런지 간단하게 음식이 마련되고 술도 먹지 않아 또 말수도 적어 썰렁했다. 달이 갈수록 만남도 빈번해지고 이야기도 길어져 다양한 음식의 종류와 술도 여러 가지 나오게 되는 것 같다.

술 이라는 것이 오묘하다 한, 두 잔 들어가니 서먹하던 분위기가 아파트 사는 이야기부터 시작하다가 한 병,두 병으로 이어지니 군대이야기로 포문을 열어 정치이야기, 나중에는 사돈팔촌 들먹거리며 성씨가 어디냐를 따지고, 고향을 묻고, 학교까지 파고 들어가면, 농촌 소도시는 아파트라도 형님, 아우, 더러는 삼촌으로 서열이 매겨 지며 호형, 호제 하며 가까워진다.

어떻게 보면 술이 대화와 소통에는 특효약이며 윤활유 역할도 하는가보다. 주안상의 시작은 사람이 술이 먹다가, 취하면 술이 술을 먹고, 조절이 안 되면 막판에 가서 술이 사람을 먹는 격이 되어 처음에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결국은 시장바닥이 되기 십상이다.

국민성이 요란스럽고 시끄럽다고 하나 그럴수록 음주습관의 품위와 주량을 지켜야 한다. 음주도 알맞게 먹으면 보약이 된다고 하고 폭음하면 극약이 된다는 말도 있다.

앉으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마시니 아내가 데리러 올수 밖 에 없다. 옆에 있던 한분은 술 한 잔도 못한다며, 응급실에 실려 가서 소동이 난 덕분이라고 하는데 단호히 거절하고 금주하는 모습이 부럽고 대단해 보인다. 흔히들 술 끊으면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넋두리를 할런지 몰라도...

김 종 한 (수필가, 前 상주문화회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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