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시론>신 한일관계와 일본의 혼네(本音)
<팔공시론>신 한일관계와 일본의 혼네(本音)
  • 승인 2009.10.1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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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국 (정치학 박사)

일본의 하토야마 정권이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한일관계가 개선되는 느낌이다. 일본 총리의 어머니와 부인이 한류의 적극적인 팬이고 일본총리 자신도 한류에 상당히 우호적이다.

총리부인인 미유키 여사는 지난 30일 한류스타 배용준의 출판기념회장을 찾아 일본 민주당 중진 등 정관계 인사들과 함께 10여 분간 배용준과 환담하기도 하였고 9월 14일에는 드라마 `이산’ 홍보 차 일본을 찾은 한류스타 이서진과도 만난 바 있다.

하토야마 총리는 총리로 취임한지 3주 만에 한ㆍ중ㆍ일 3국 정상회담에서 자리를 빌려 한일정상회담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자차원의 첫 방문 국으로 지난 9일에 한국을 택하여 정상회담을 하기도 하고, 취임 초 에는 재일 한국인들의 투표권 문제도 우호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하였다. 특히 북핵문제에 있어서의 공조와 맞물려 바야흐로 본격적인 신 한ㆍ일 관계가 도래하는 느낌이다.

한일관계가 이러한 우호적인 분위기를 타고 순탄하게 우호선린적으로 발전하면 좋겠는데 역사적으로 한일관계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와 더불어 우려할 만한 것은 과거사 문제에 있어서의 일본의 진전된 발언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일본 오카다 신임 외상이 “무라야마 담화(일본의 침략전쟁에 대해 사과한 1995년의 무라야마 수상의 담화)에도 불구하고 과거 정권에서 이에 반하는 각료의 발언이 있었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고 싶다” “이제는 말보다 행동으로 할 때”라고 강조하기는 했지만 한국인에게 가장 민감한 과거사 문제인 독도문제라든가 군대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층 진전된 역사인식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생활 속에서의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가 있다. 말하자면 혼네는 본마음이고 다테마에는 본마음이 아닌 가식적인 마음이라고 보면 된다. 일본인들은 기분 나쁜 일에도 속으로 삭히고 표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쁜 마음도 표정관리를 하면서 잘 드러내지 않는다. 일본의 외교관계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하토야마 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에 대해 대등한 미ㆍ일 관계를 강조하고 이제 “세계는 미국 일극지배의 시대로부터 벗어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동아시아 공동체’를 구축하자고 제안하였다. 오카다 외상은 “공동체는 한ㆍ중ㆍ일과 인도ㆍ호주 등을 포함 한다”며 미국 배제 입장을 천명하기도 하였 다.

그러나 하토야마 정권은 혼네를 점차 드러내고 있다. 하토야마 정권은 아시아 중시를 주장하고 있지만 최대 동맹국이 미국이라는 입장은 확고하다. 하토야마 수상은 자민당 정권 때 이뤄진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의 외부 이전 합의를 용인한다고 시사하면서 공약을 뒤집는 발언을 하였다.

민주당은 그동안 기존 합의를 수정하겠다고 공약해 왔는데 지난 7일 주일미군 재편과 관련한 민주당 공약에 대해 “시간이라는 변수 때문에 바꿔야 할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다”며 공약 변경을 시사했다. 국제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해상자위대의 인도양 급유지원 활동에 대해서도 대미관계를 고려해 활동을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하토야마 내각에서 나오고 있기도 하다.

또한 비록 하토야마 총리가 “전향적으로 역사를 직시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한일관계와 관련한 현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해법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예를 들면 이대통령이 제안한 일왕 방한이나 재일동포에 대한 지방참정권 부여 문제 등에 대해 국내 사정과 내각과의 상의 등을 이유를 들면서 진정한 일본정부의 혼네를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일본의 역대 총리들은 기회가 있을 때 마다 무라야마 담화의 계승 의사를 밝히고 과거사에 대해 반성하고 사죄한다고 하였으나 그들의 혼네가 담겨진 진정한 역사의 참회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새로운 한일관계의 새장에 하토야마 정부는 역사적ㆍ지리적 숙명관계에 있는 대한민국과 진정한 선린우호관계를 유지하면서 양국의 발전을 위하여 일본의 혼네가 담긴 역사인식의 사과와 동등한 파트너십의 마인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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