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 이전에 따져봐야 할 것들
기업 구조조정 이전에 따져봐야 할 것들
  • 승인 2016.05.1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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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광구
前 한국바이오협회 상임부회장
황광구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침체로 인한 물동량 감소와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해양플랜트 수주 감소, 중국의 저가 수주 공세 등으로 인해 조선·해운 업계의 불황이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조선·해운업의 불황이 그 중심지인 거제와 울산 지역 경제를 파탄 직전까지 내몰고 있을 뿐만 아니라, 거제 등 조선업계에 취업한 대구권 대학 졸업생과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실업 위기에 처했고, 취업준비생들의 취업문도 좁아진다고 한다.

이번 조선업 불황이 경남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조선업과 동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운업의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민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이 이들 산업의 주요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부실로 주채권은행들마저 부실화될 우려가 있어 그들 국책은행의 감독기관인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국책은행 부실을 방지하면서 기업구조조정을 하려는 것이다.

이처럼 민간기업과 국책은행의 부실문제를 최종적으로 국민의 부담이 되는 공적자금을 투입해야하기 때문에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최소한 다음과 같은 점은 따져봐야 한다.

먼저 중소기업이 빚을 못 갚으면 민간 채권단 주도로 부도, 채무불이행, 법정관리, 결국 청산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나, 조선· 해운업에 참여하는 소수의 대기업은 국민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결코 죽일 수 없어 정부가 개입해야한다 것이다. 언제까지 소위 ‘대마불사론’을 이어갈 것인가. 이번 지원 한 번으로 해당 기업들이 정말로 회생할 수 있는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닌가.

두 번째는 민간은행이 대출을 잘못해 해당기업이 부도가 나면 대출은행도 당연히 피해를 입어 최악의 경우 은행 자체가 M&A나 청산을 당하게 정상적인 데 비해, 이번 조선·해운업의 최대 부실대출 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국책은행이라는 이유로 부실대출의 책임 추궁 대신 국민 부담인 공적자금을 투입해 살리려고 하는데 이러한 관치금융을 언제까지 유지할 것인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최소한의 정책기능만 남기고 민간은행으로 넘기거나 두 은행을 통폐합하면 안 되는가.

세 번째는 2000년 대우그룹 해체 과정에서 인수 기업이 없어 2조 9천억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 받아 부실을 털어내고 독자생존을 걸어온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주인 없는 공기업이 정부의 낙하산 CEO와 강성노조, 국책은행의 합작으로 ‘호황일 때는 돈잔치’, ‘불황일 때는 국민에게 빚 떠넘기’와 같은 도덕적 해이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감사원 결과가 나올 때 까지 처벌을 한다고 지난해 10월말 4조 2천억원을 대우조선해양에 지원하면서 한 발표를 앵무새처럼 언제까지 되풀이할 것인가, 공적자금 투입 결정 전에 할 수 없는가,

네 번째는 빚더미에 빠진 조선·해운업의 구제 금융을 위해 필요한 자금 마련 방식을 둘러싸고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정부가 국민 세금인 재정 투입은 곤란하니 한국은행에게 돈을 찍어 아무런 담보 없이 부실기업들의 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출자형식으로 돈을 대 주자고 한국은행을 압박한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정부가 원하는 ‘묻지 마 지원’은 곤란하고 채권은행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담보대출 방식 등으로는 돈을 대어 줄 수 있다고 한다. 정부는 언제까지 꼼수로 국민에게 책임을 면하려고 할 것인가. 재정을 동원한다면 국회에 가는 것이 진정으로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가. 그것보다 정책실패를 추궁당하는 것이 두려워서가 아닌가.

마지막으로 이번 조선·해운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이 논란의 중심에 국민을 대표한다는 정당과 국회가 보이지 않는다. 새누리당이 총선기간 중에 ‘구제금융’,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용어 대신 경제학자도 이해하기 힘든 ‘한국형 금융완화’라는 눈속임 공약을 하고, 민주당은 반대한다는 것이 전부이고, 총선이 끝나고 나서는 공식적인 움직임이 없다, 핑계는 새로운 원내지도부와 상임위 구성이 안 돼 있다는 것이다.

시급하고 날이 갈수록 피해가 커져가는 이 사태에 대해 국민을 대표한다는 각 정당과 국회는 없고 정부에 맡겨놓고 방치만 하고 있을 것인가. 새누리당은 정부의 정책실패 방어와 주요 텃밭인 경남지역 주민들의 표심이 두려워 침묵하고, 야당은 정리해고 위기에 몰린 노동자와 노조의 반대가 두려워 구조조정문제에 주저하고 있지 않은가.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다. 지금이야 말로 이번 국책은행 구제금융을 통한 해운·조선업 구조조정 문제를 계기로 관치경제 청산, 관치금융 청산, 기업주인 찾아주기 등 시장경제 발전에 대한 진정한 논의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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