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향기> 은해사 주시 돈관스님
<종교의 향기> 은해사 주시 돈관스님
  • 김덕룡
  • 승인 2009.01.2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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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상식속에서 자신의 삶 살아가야"
"사찰.수행자 위주 불교 탈피 생활불교 실천에 주력할 것"

“한국불교가 그동안 산속 불교, 사찰중심의 불교, 수행자 위주의 불교로 일반대중과 거리감이 있었던게 사실입니다. 우리 은해사가 불교의 초심을 되찾고 지역 사회와 어우러질 수 있는 생활불교 실천에 주력할 것입니다.”

지난해 12월 조계종 제10교구본사 은해사 신임 주지로 취임한 돈관스님은 “이웃을 위한 나눔과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불교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웃을 위한 나눔과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불교가 되겠다"고 말씀하시는 은해사 주지 돈관 스님.
돈관스님은 지난 1978년 해인사에서 일타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대구불교방송 총괄국장과 은해사 기획국장, 환성사 주지, 대구 불광사 경북불교대학 학장 등의 소임을 맡아왔다.

우리 문화와 깊은 인연을 맺으며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온 불교. 불심 강하기로 유명한 돈관 스님을 만나기 위해 지난 17일 오전 영천 은해사를 찾았다.

이곳을 찾은 날은 영하로 떨어진 찬 겨울이었지만 종무소 앞에서 따뜻한 미소로 기자를 맞는 돈관 스님의 첫인상에 마음이 절로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깨끗한 공기와 고즈넉한 산세가 산문을 찾아온 사람마다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은해사는 진정한 자아 성찰을 할 수 있는 기도도량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신라의 진표율사는 은해사에 대해 “한 길 은색 세계가 마치 바다처럼 겹겹이 펼쳐져 있다.(一道銀色世界 如海重重)” 고 표현한 바 있다.

기자는 주지스님 방에서 돈관 스님과 차 한잔을 나누며 저간의 궁금한 점을 여쭸다.

-기축년 은해사 주지로 취임하셨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십니까?

▲은해사는 서기 809년 기축년(己丑年) 신라 헌덕왕 원년 혜철국사가 창건했습니다. 마침 올해가 기축년인데 주지를 맡게돼 여러 의미가 있는 것 같네요.

현재 은해사를 둘러싸고 있는 지역이 대구를 비롯해 영천, 경산, 군위, 청송 지역이지만 그간 재가 신도들은 물론 지역민들에게 소홀히 했던 게 사실입니다.

불가(佛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중 대중간의 화합입니다. 이와 함께 종교가 시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은해사를 교육·포교 도량으로 발전시키는 데 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과거 은해사는 일타스님이 주석하면서 신행과 수행의 면모를 일신케 됐고 지역 본사를 중심으로 능인학원 등을 설립해 지역 불교 발전에도 큰 기여를 했습니다.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유대관계를 통해 화합하고 상생 발전할 수 있는 요람이 될 수 있도록 매진할 것입니다.

-‘불교의 대중화’를 강조하시는 이유는 뭡니까?

▲일본에 유학하던 시절 한 스님이 신도가 눈 앞에서 사라질 때 까지 무릎을 꿇고 합창하는 모습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주지로 임명된 뒤 가장 먼저 종무소의 문턱을 낮췄습니다. 신도가 스님과 상담을 하고 싶어도 문턱이 높아 망설이기 때문입니다.

또 최근 49개소의 말사(末寺) 순례를 다녀왔는데 소규모 말사(末寺)의 경우 산속에 묻혀 세상과는 동떨어져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러웠던게 사실입니다. 이제 불교는 은둔이 아닌 생활화 및사회화를 통해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할 것입니다.

이같이 고립된 불교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하루빨리 대중속으로 파고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은해사 승가대학원과 선원 등을 강화시켜 수행·교육 도량으로 은해사를 변모시킬 것입니다.

일례로 승가대학원의 경우 신도들이 2년 동안 엎드려 절만하다 졸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법문(法門)을 통해 참회와 감사의 마음을 신도들 스스로 깨닫도록 가르칠 예정입니다.

주지가 된 후 대웅전 앞에 새끼를 쳐 소원지 함을 만들어놨는데 이것이 대박을 터뜨려 신도들 사이에 꽤 인기가 많습니다. 이는 불교에서의 반야(般若) 즉, 신도들이 지혜를 가져 스스로 깨닫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이밖에 영천 등 군부대 지역 포교와 상대적으로 소외된 어린이 청소년 포교에 힘을 기울이는 한편 템플스테이, 요양원 등 사찰에 맞는 차별화된 수련회를 운영해 불교 대중화에 노력하겠습니다.

-신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자신만 소외됐다는 생각과 함께 정체성을 잃고 헤매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러한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고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상식 속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라고 강조합니다.

옛날 스님들이 길을 나설 때나 야단법석(野壇法席)을 할 때는 ‘육환장(六環杖)’이란 지팡이를 짚고 다녔습니다. 육환장은 긴 막대기 위에 둥근 고리가 박혀 있고, 큰 고리위에 여섯 개의 작은 고리가 걸려 있는 지팡이를 말합니다.

스님들이 이 육환장을 짚고 다녔던 이유 중 하나는 산길을 갈 때 길가의 미물과 곤충들이 절겅거리는 소리를 듣고 미리 피해 밟히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보다 더 큰 의미는 인간이 반드시 지녀야 할 여섯 가지 덕목(德目)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섯 개의 고리 중 첫 번째 고리는 널리 ‘베풂’을, 두 번째 고리는 ‘자기 역할을’ 세 번째 고리는 참고 견디는 ‘인욕(忍辱)을’, 네 번째 고리는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정진하라’는 것입니다.

또 다섯 번째 고리는 ‘흐트러진 마음을 한곳에 모아 움직이지 않게하고 사유하는 마음으로 번뇌를 잠재우는 방편’을 의미하며 마지막 고리는 ‘지혜’의 고리입니다. 이는 완전한 지혜, 인간적인 이성을 초월한 무분별(無分別)의 지혜입니다.

옛날 길이 좋지 못할 때 큰 스님네들이 짚고 다녔던 육환장이 요즘 같은 혼탁한 세상, 이 어려운 사바세계에도 필요할 것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주지방을 나서는데 아직도 꽤 차가운 날씨였다. 그러나 왠지 일주문 밖까지 따스함을 느끼는 것은 돈관 스님이 말씀하신 금강경(金鋼經)의 ‘비움(空)’의 법문 때문이었을까? 모처럼 속세의 티끌을 씻은 것 같아 돌아오는 발길이 무척 가벼웠다.
영남지방의 대표적 사찰인 은해사 전경.

은해사는 조선 31본산, 경북 5대 본산, 현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0교구 본사의 자리를 지키는 영남지방의 대표적 사찰이다. 교구 본사중 본존불로 아미타불을 모시는 미타도량으로도 유명하다.

신라 헌덕왕 1년(809)혜철국사가 창건한 해안사가 전신이다. 1943년까지만 하더라도 은해사에는 건물이 35동 245칸에 이르러 대사찰의 위용을 자랑했지만 현재 은해사 본사 내에는 19개 건물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조선시대 4대 부찰 중의 하나였다는 명성에 걸맞게 대웅전을 중심으로 많은 전각들이 좌우에 포진하고 있다. 대웅전 편액의 글씨는 추사 김정희선생의 작품이다.

은해사 내에는 보물 제 1270호인 은해사 괘불 탱화, 대웅전 아미타 삼존불, 후불탱화, 괘불, 신장탱화, 쇠북 등 수많은 문화재가 있다. 은해사 성보박물관은 은해사를 중심으로 암자와 말사를 비롯해 인근 지역의 성보문화재를 수집해서 도난과 훼손을 방지하고 체계적으로 보존, 관리, 전시하기 위해 건립했다.

은해사 부속 암자인 거조암의 영산전은 국보 제14호로 지정되어 있고 그 안에 후불탱화와 오백나한상이 봉안되어 있다. 이곳은 사흘 동안 지성스럽게 기도를 드리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해서 불자들이 끊이지 않는다.
대구능인고등학교의 전신인 오산불교학교 개교 모습.

이밖에 백련암은 일제 강점기에 학생운동에 참여한 오산학교가 있었던 곳이다. 1938년 백련암에 오산학림이 설치되고 1939년 오산 불교학교 설립인가를 받아 1940년 오산불교학교가 개교했다. 이는 현대 대구 능인고등학교의 전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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