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자칫하면 벗어난다
<대구논단> 자칫하면 벗어난다
  • 승인 2009.01.2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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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건강한 의욕은 아름답지만 부질없는 욕망은 추락하기 쉽다. 더구나 욕망이 욕심으로 떨어지면 필연적으로 파국을 맞게 된다.

성공은 의욕에서 시작하여 성실로 완성 되지만 실패에는 대개 중간에 다른 욕심이 들어가게 된다.
어느 도시 변두리에 원조(元祖)를 자처하는 팥빵집이 있었다. 여러 사업을 전전한 끝에 부부가 마지막으로 매달린 사업이 빵을 쪄서 파는 구멍가게였다.

이제 물러설 곳도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둘 다 어린 시절 팥 앙금이 들어있는 하얀 찐빵에 대한 추억 때문에 더욱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부부는 여러 번 실패 끝에 어린 시절에 느꼈던 빵 맛을 제법 살려내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손님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정성들여 쪄내어도 제대로 팔리지 않았다. 조금이라고 돈이 들어와야 계속 빵을 찔 수 있는데 빵이 팔리지 않으니 자연히 재고품이 생겼다. 이튿날이 되면 변질되어 먹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부부가 생각해낸 아이디어는 학생들에게 빵을 갈라주는 것이었다. 저녁 무렵 더 팔리지 않고 남은 빵을 학교 운동장으로 가져가서 늦게 까지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갈라주었다. 아이들은 좋아하였다. 물론 상호(商號)도 알려주었다. 그래도 빵은 더 많이 팔리지 않았다. 가난한 학생들이라 사먹을 돈이 넉넉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에는 경로당으로 남은 빵을 가져갔다. 입소문은 널리 퍼졌지만 역시 빵이 더 많이 팔리지는 않았다. 할머니들도 돈이 넉넉하지 않았던 것이다.

생각 끝에 이들 부부는 남은 빵이 생길 때마다 자신들의 가게로 학생들은 불러 모았다. 가게 앞에 줄을 늘어서게 하고 차례대로 빵을 갈라주었다, 학생들은 그 빵을 받아 후후 불어가며 맛있게 먹었다.
비로소 빵집에 대한 소문은 점점 널리 퍼져나갔다. 무엇보다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저 집 빵은 얼마나 맛있기에 저렇게 줄을 서서 빵을 사먹을까?’하고 궁금해 하였기 때문에 소문은 더 커졌다. 어떤 사람들은 차를 몰고 가다가도 세워놓고 빵을 사게 되었다.

부부는 하루 종일 빵집에 매달려 빵을 팔았다, 팔 때마다 돈이 들어왔으니 매우 재미가 났다. 마침내 부부는 하루 종일 일해도 피곤한 줄을 몰랐다. 날마다 서로 보며 웃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돈이 점점 많아지자 다른 사업을 꿈꾸게 된 것이다. `사업장을 좀 더 넓힐까? 아니야, 한 봉지에 2천 원 하는 빵을 팔기보다는 한 끼에 2만원 하는 고급 음식점을 열면 지금보다 수십 배는 더 많이 벌 수 있을 거야.’하며 틈이 날 때마다 새로운 사업장을 각각 찾아다니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빵집을 비우는 일이 많아졌다.

자연히 빵집에서 들어오는 수입은 줄어들게 되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부부가 각각 바람이 났다는 것이다,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가운데에 돈을 노리는 사기꾼에게 각각 홀린 것이었다. 남편은 미인계에 넘어갔고 아내는 투자를 잘못하여 몽땅 날린 것이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이혼하게 되었고 끝내 원조 빵집의 신화는 내려지게 되었다.

복권에 크게 당첨된 사람들은 갑자기 생겨난 많은 돈 때문에 행복해지기는커녕 재산 다툼으로 도리어 불행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이러한 사람들도 결국은 처음의 소중한 마음을 잃어버리고 다른 욕심을 내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경위야 어떻게 되었든 남에게 베풀고 처음 먹은 마음을 숭고하게 지킨다면 성공하지만 중간에 섣불리 다른 욕심을 부리면 결국 실패한다는 교훈을 준다.

부질없는 일에 곁눈질하지 말고 먼저 그 마음을 가다듬는 것이 바르게 살아가는 지름길임을 잊어서는 아니 되겠다. 일찍이 `대학(大學)’에서도 수신의 기본은 먼저 그 마음을 바르게 해야 한다고 가르치지 아니 하였는가? `心不在焉이면 視而不見하며 聽而不聞하며 食而不知其味이니 此謂 修身은 在正其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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