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를 찾아서> 안개 구간
<좋은시를 찾아서> 안개 구간
  • 승인 2009.10.2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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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경 희

안개 속에 길을 나선다
낯익은 들판은 은닉되어
어디서 무엇이 되었는지
기척도 없이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가시거라, 내딛는 발자국마다
인색한 빛이 길을 인도하고
지난 것들은 이내 안개 속에 묻히며
응얼거리며 타이른다
아침이면 사라지지 않는 안개인들
어디 그리 흔하냐
잊혀진 다음에 묻혀지는 것이 아니라
묻혀진 다음에 서서히 잊혀지고
잊혀진 것들은 아름다운 사금파리 파편처럼
안개 속에서도 자주 가슴을 찌르고
우리는 그저 아픈 채로 가야 하느니
아득하기는 버리고 온 길이나
다가올 길이 함께 닮아 있고
포옹같은 배반같은 안개 헤치고
살아있는 자들은 씩씩하게
가야하는 거야
보이지 않는 길을 응시하며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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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강릉 출생. 1983년 `현대시학’ 추천으로 등단. 시집으로 『아홉의 끈을 풀고』등이 있다.
이 시인의 시작 경향은 `사물의 새로운 해석을 통한 존재의 탐구와 인간에 대한 애틋한 정감, 그리고 절대에 기울이는 사랑의 그 넓이를 미세한 정서의 표충망으로 구축해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상의 여러 변화 속에서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현실이 안개요 극심한 안개 지역이 안개 구간이기도 하다. 안개는 낯익은 들판만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 것들을 묻히게 하는 인간의 내면의식의 안개도 있다.

화자는 모든 것을 감추고 묻어버리는 것이 안개이긴 하나 실은 인간 삶이나 기억도 묻혀진 다음에 서서히 잊혀지고 있다고 한다.

이일기(시인`문학예술’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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