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시론> 화투(花鬪) 이야기
<팔공시론> 화투(花鬪) 이야기
  • 승인 2009.10.2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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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호정 (전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 전무이사)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화투는 1543년 포르투갈의 상인에 의해 일본에 전래된 서양카드인 카르타(carta)에 일본의 절기를 상징하는 풍속화가 결합되어 18세기중엽에 완성된 후 구한말 개화기 때 쓰시마(對馬島)상인들에 의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일본에서는 이를 하나후다(花札)라고 하며 11월의 오동과 12월의 비가 우리와 순서가 바뀌어져 있고 광, 홍단, 청단 등의 글자가 없으며 8월 공산에는 억새풀이 그려져 있고 우리의 흑싸리와 난초가 일본에서는 등나무와 창포를 의미하며 비광에는 10세기 당대최고의 서예가인 오노도후(小野道風)의 교훈적인 일화가 묘사되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P. 아널드의 도박 백과라는 논문과 펜실베이니아대학의 고고학박물관장이었던 슈트어트 컬린(1858ㅡ1929)의 보고서에는 신라시대의 투전(鬪箋)이 실크로드를 건너가 서양카드의 시조가 되었다고 하며 국내의 민속학자들도 이를 인정하고 가깝게는 조선통신사에 의해 일본으로 건너간 십장생그림의 12폭 병풍이 하나후다 문양의 모태가 되었다고도 한다.

이러한 논리대로라면 투전이 천년동안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다가 화투라는 이름으로 다시 조국에 돌아 온 샘이 되며 종주국이라는 일본에서는 빠찡고에 밀려 거의 없어진 놀이가 되어버린 화투가 우리나라에서는 성인남녀의 90퍼센트가 고스톱을 칠 줄 아는 가장 사랑받는 국민놀이가 되었으며 IT강국답게 온라인에서까지 각광을 받고 있다.

투전의 소몰이방법에서 그 원류를 찾을 수 있는 고스톱이 생활 속 깊숙이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은 1960년대 산업사회가 본격화 되면서 도시로 몰린 농촌출신의 근로자들이 농경사회의 전통적인 놀이대신 여가문화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놀이를 찾던 중 실력과 운수에 따라 이익을 얻을 수 있고, 돈에 정신이 팔려 시간가는 줄 모르며, 합의에 의한 규칙의 적용으로 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등 도박과 오락을 겸한 매력에 빠지게 되면서 부터이다.

고스톱은 운과 실력의 상승작용으로 승리와 이익을 안겨주는 놀이의 원리에도 맞고 규칙도 정하기 나름이라 폭탄, 따닥, 싹쓸이, 쓰리피 등의 대박이 있는가 하면 설사와 같은 불운의 나락도 있고 고박과 독박으로 인한 역전의 기회도 있어 인생의 축소판이나 마찬가지며 바둑처럼 느리지도 않고 한판의 소요시간이 짧으며 기하급수적으로 점수가 불어나는 메커니즘 때문에 빨리 빨리 와 한탕주의에 익숙한 우리의 국민성과도 부합되는 점이 많다.

이와 함께 급격한 시대변화와 정치권에서 소외된 계층들이 만든 것으로 보이는 마구잡이식의 전두환 고스톱, 5·공산·비·2를 들면 거액을 받는 오공비리 고스톱, 고를 불러놓고도 번복할 수 있는 DJ고스톱, 현 정권의 7·4·7경제성장공약을 빗댄 MB고스톱 등의 이색규칙을 만들어 권력자를 풍자함으로서 민초들에게 재미와 카타르시스를 제공해왔으며 피의 가치를 격상시켜 사회적 약자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의 해소에도 기여하고 있다.

또한 고스톱은 한 번의 실수도 용인하지 않는 낙장불입, 과감히 포기해야 하는 비풍초똥삼팔, 사소한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는 피박, 양자택일의 기로에서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하는 쇼당, 강자만이 승자가 될 수 있는 광박 등 어렵고 힘든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담고 있으며 입과 귀가 통제 당하던 시절 내려치는 화투패에 한을 담아 세상을 고발해왔다.

시골경로당에서부터 국회의사당에 이르기까지 만연된 고스톱에 대해 일제잔재의 청산이나 고스톱망국론은 잠시 접어두고 이제 반세기의 역사를 재조명해볼 시기가 되었으며 최근 경북대학교에서 화투를 디자인으로 재해석한 졸업전시회가 개최되어 화제를 모은 적이 있고 온라인고스톱이 일본으로 역수출되고 있으며 우리의 전통문양과 새로운 놀이방식의 52장짜리 한투(韓鬪)가 개발되어 국내외에 보급을 서두르고 있다는 희소식도 들리고 있다.

고스톱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고 한 차원 더 높은 놀이문화로 재창조하여 온, 오프라인에서 한류에 동승시켜 전 세계로 보급한다면 그 속성상 급격히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며 훌륭한 수출효자상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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