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연극 ‘가족의 계단’
남구 대명동 엑터스토리
내달 19~24일 선보여
또 진부(陳腐)한 ‘가족 이야기’라 힐난(詰難)하는 사람이 있을 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또 가족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들이 있다.
공연기획제작 ‘나무의자’ 사람들이다. 이들이 창립을 기념해 무대에 올리려는 첫 연극에 대한 인상은 이랬다.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아들’….
동네에서 폐지를 주우러 다니는 할아버지, 지적장애를 앓고 있지만 세상 누구보다 순수한 소녀 같은 어머니, 사람은 좋으나 집 밖으로만 도는 한량인 아버지, 한 성격 하지만 알고 보면 속내는 누구보다 여린 외강내유(外剛內柔)의 이모, 이기적이고 철없는 딸.
‘덩그러니 빈 의자만 남았다’.
할배, 엄마, 아빠, 이모, 딸…. 작품 속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아들’이 바라보는 관점이다. 식구 가운데 밥벌이를 하는 유일한 가장(家長)인 아들에게 어느날 갑자기 변고(變故)가 생긴다. 그로부터 1년 후 아들의 생일 날, 한 자리에 모이게 되는 가족은 서로 갈등만 겪게 되는데….
작품은 후천적 장애를 겪게 되는 한 인물(아들)과 그 구성원에 대한 이야기다. 할아버지 역의 이송희, 엄마 역의 김민선, 아빠 역의 김상수, 이모 역의 손지형, 딸 역의 석효진. 극작가는 철저하게 이 배우들을 염두에 두고 이 작품을 썼다고 했다.
작가가 전달하고픈 메시지는 이렇다. “대중(관객)이 살면서 직면하게 되는, 어쩌면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장애를 대할 때 고정관념과 편견을 버려달라. 문제가 없는 가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관건은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극 중에서는 후천적 장애를 가진 아들은 실제로 등장하진 않지만 관객은 각자 저마다의 마음 속으로 아들을 만나게 된다. ‘감성연극’을 표방하는 이 작품이 던지는 메인 카피는 이렇다. “아들아 우린 널 사랑한다. 이 손 잡고 웃어보자꾸나.”
결국엔 누군가 또 진부하다고 힐난할 지 모르는 가족 이야기다. 하지만 결코 버릴 수 없는 가족 이야기다. 그리고 또 여기 ‘덩그러니 빈 의자만 남았다’. 실재하진 않지만 무대 위 빈 의자에 앉아 있다고 암묵적 합의가 된 아들을 대하는 배우들의 연기력을 보는 것은 작품의 색다른 감상 포인트다.
작품명은 ‘가족의 계단’. 연출 및 극작가는 강석호. 공연은 내달 19일부터 24일까지 대구시 남구 대명공연문화거리 예술극장 엑터스토리. 053-522-4255.
남승렬기자 pdnamsy@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