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가 존중받는 곳에서 청렴은 만개한다
용기가 존중받는 곳에서 청렴은 만개한다
  • 승인 2016.07.04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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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명 병무청장 사진
박창명 병무청장
꽃다운 23명의 목숨을 뇌물과 맞바꾼 씨랜드 화재 사건에서 자녀를 잃은 전 국가대표 하키선수는 부패한 나라에 절망해 메달과 훈장을 반납하고 이민을 떠났다고 한다. 씨랜드 소식에 우리 사회가 깊은 슬픔에 빠져 있었을 때가 17년 전 1999년 이맘때 즈음이었다.

당시 천만다행으로 검은 재에 그을리면서도 살아남은 사람들은 지금도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힘들어하고 있다는 최근 기사를 보며 질긴 부패 사슬의 위력을 실감한다.

대형사고 뒤 돈을 벌려는 사람들과 그들로부터 금품 및 향응을 제공 받는 공무원들의 부패 고리는 이제는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식상한 시나리오다.

제대로 된 소방시설조차 갖춰지지 않았던 씨랜드의 인·허가를 공직자의 양심에 따라 거부해온 담당 공무원의 비망록에는 상사의 압박과 용역 깡패의 협박 사이에서 양심을 가진 사람이 느끼는 고뇌가 절절히 담겨 있다.

양심에 따라 끝까지 고뇌한 공무원의 어려움을 공감하며 이러한 부조리를 외부에 알리는 용기와 용기를 낸 공직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 우리 사회의 공익 신고자를 바라보는 인식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권력형 부조리, 부패에서 내부 고발의 역할은 매우 크다.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은 1982년 ‘깨진 유리창 법칙’이란 개념을 만들었다. 깨진 유리창이 그대로 방치되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도덕적 해이가 겸해진다면 결국 무법상태에서 모든 유리창이 깨지고 만다는 개념이다.

조직 내부의 문제를 가장 면밀히, 신속히 인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잘못된 현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치유하려는 의지가 있는 조직이라면 유리창이 모두 깨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공공기관의 내부 고발자 보호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최소한의 법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하더라도 내부 고발자를 ‘밀고자’ 또는 ‘배반자’라 규정해버리는 선진화 되지 못한 조직문화로 인해 내부 고발을 위한 ‘용기’를 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조직 스스로 부패를 척결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없다면 이러한 양심에 의한 용기는 결국 고발자에게 화살로 돌아오게 된다. 내부 고발자의 효율성을 알고 있는 조직에서는 내부 고발자를 휘슬 블로어(whistleblower)라는 경쾌한 용어로 부르며 이들의 용기있는 행위를 칭찬한다.

병무청은 국민권익위원회 공공기관 부패방지시책평가에서 2012년부터 4년 연속 1등급 기관으로 선정돼 대외적으로 청렴한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고 선제적 부패 및 비리예방과 자정기능 강화를 위해 2016년부터 내부익명신고시스템을 도입하고 신고 활성화와 익명성이 보장되는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외부에 드러나지 않은 조직 내 용기있는 목소리 및 관심을 배려하고 자정과 개선의 피드백을 통해 공무원의 가장 큰 경쟁력인 청렴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결국 용기가 존중받는 곳, 내부 고발자가 인정받는 곳에서 청렴은 더욱 만개하고 우리는 이러한 자정 노력을 위해 일로매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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