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소수자가 행복한 사회
사회적 소수자가 행복한 사회
  • 승인 2016.07.1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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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경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지난번 6월27일 나의 칼럼 ‘퀴어 축제와 성담론’이 나간 다음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졌다. 별로 말없는 대구의 독자들이 이 글에 대해 반응을 보여준 것이다. 내가 쓴 칼럼을 가지고 독자들과 토론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 참으로 신선하였다. 내 의견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경우엔 이제는 보수적인 대구에서도 이러한 퀴어 축제를 계기로 성에 대한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토론해 보아야 할 때가 되었다는 입장과,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나를 동성애 지지자로 생각하여 위험시하는 반응이었다. 그 중에서 한 가지 사례만을 소개하면, 내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의 학부형이 전화를 하였는데, 내가 마침 그 시간에 연구실에 없어 학과조교와 이야기를 나눈 모양이었다. 조교가 전해 준 이야기로는 “동성애를 지지하는 사람이 학생들을 가르치면 학생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텐데 교육자로서 문제가 있지 않겠는가”라는 의견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혹시라도 그 분이 한 번 더 전화가 오면, 본격적인 토론을 해 볼 요량으로 “내 연구실로 방문해주시기를 원한다”고 전달을 부탁했다. 이번에도 분명 그 학부형께서 이 글을 읽으시리라 생각이 든다. 내 칼럼을 보는 순간 이번엔 또 무슨 내용의 글인가 ‘특별한’ 관심을 가지실 것 같다.

퀴어축제에 대한 칼럼에서 나의 주장은 동성애자를 지지하는 것에 있다기보다는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고 수용하자는 것이었다. 동성애자이건, 미혼모이건, 장애인이건, 결혼이주여성이건, 탈북이주민이건, 외국인 노동자이건 이들은 모두 현재 우리사회에서 살고 있는 사회적 소수자들이다. 사회적 소수자들은 숫자가 적어서도 소수자이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해 권리가 상대적으로 박탈되어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의 삶의 행태가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또한 내 가치관과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사회에 존재함을 인정하고 그들의 삶의 가치와 방식을 존중함으로써, 그들이 박탈된 권리들을 찾아 함께 행복한 삶을 누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회적 소수자들은 스스로 자신의 삶을 결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존재를 부정당함으로써 더욱 많은 문제에 놓이게 된다. 성소수자 청소년들은 특히 가족이 수용해 주지 않으면 우울증에 걸리고, 결국엔 삶을 놓아버려 자살로 이어지는 비극적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7월9일자 한 일간 신문에 ‘나는 레즈비언 딸을 둔 엄마예요’라는 기획기사가 실렸다. 6월11일 서울 시청앞 광장의 퀴어문화축제에서 있었던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프리허그 동영상 주인공과의 인터뷰내용이다. 이 동영상은 당시 국내 조회수 50만건을 넘겼고, 해외용 동영상은 475만건가량으로 국제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 그녀는 “엄마의 시선, 엄마의 목소리… 그 마음으로 족하다면 언제라도 나설 수 있다”고 하며, 아이들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게 살고 있는지 전해주었다. 다가오면서 울먹이고, 안기면서 눈물을 쏟아내고, 엄마가 자기 때문에 힘들어 하는 것을 생각하며 가슴아파하고, 그래서 좌절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사람들에게 동성애가 질병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보다는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이 더 필요하고 그들에겐 이런 존재인정과 위로가 정말로 힘이 되는구나를 깨달았다고 한다.

사회복지학은 사회적 소수자를 위한 학문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의 주된 가치와 흐름 속에서 배제당한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어떻게 한 개인에게 최소 생존권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도록 할 것인가를 연구하고 탐색하며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동성애자와 미혼모를 위시한 사회적 소수자는 사회복지학의 주요 대상이 된다. 이들에 대한 이해와 문제 파악, 다양한 개입과 지지, 그리고 해결책 모색이 중요한 실천과제가 된다. 교수는 학생들에게 사회를 지배하고 주도하는 한가지의 가치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가치를 알려주고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이 쓰고 있는 ‘무지의 베일’을 벗고 보다 더 넒은 세상을 볼 수 있도록, 그 방법을 알려주고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럼으로써 학생들은 사회에 대해 눈이 뜨이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인식하게 된다. 누구도 ‘루저’로 만들지 않는 사회, ‘패자’가 다시 부활할 수 있는 열린사회, 내가 노력한 만큼 이루어지는 사회, 그런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복지학도들과 사회복지사들은 오늘도 열심히 공부하며 또 일하고 있다. 사회적 소수자들에게도 골고루 기회를 주는 공평한 사회, 따뜻하게 서로 안아주는 사회, 그런 사회에서 우리 모두 함께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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