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옛날 아이들, 요즘 아이들
<대구논단>옛날 아이들, 요즘 아이들
  • 승인 2009.10.2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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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규 (대구보건대 안경광학과 교수)

나는 사랑스런 딸과 아들이 한명씩 있다. 특별한 날이 아니면 매일 아침 아이와 함께 집을 나서 아이의 등교하는 모습을 지켜보고는 출근을 한다. `오늘도 무사히, 그리고 건강하고 즐겁게 뛰어 놀고, 공부하며 하루를 보낼 수 있길’ 기도하면서 …. 그리고 오후에 진행되는 아이의 하교와 학원 등 오후일정은 아내의 몫이다.

대부분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나의 아내도 아이들이 좀 더 총명하게 자라길 바라다보니 방과 후에도 아이들 일정은 이런 저런 교육일정으로 빡빡하지만 아이들에 대한 나의 소박한 희망은 첫째,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고 둘째, 긍정적이고 밝게 자라는 것이다. 아내가 내 머리 속을 들여다본다면 큰일 날 일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아이가 공부를 조금 못하거나 어느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않더라도 결코 서운하거나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

교육계에 종사해 살아오고 있으면서도 내가 평소 늘 가지고 있는 생각은 살아가는데 있어서 공부가 가장 마지막이라는 것이다. 주위에 건강이 좋지 않아 고통 받으며 사는 사람들과 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볼 때 항상 건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믿고 있다. 공부를 못해 일용직 노동자로 살아가더라도, 심지어는 거지처럼 살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무조건 건강해야 한다.

그 다음은 올바른 가치관과 도덕성을 갖추고 건전한 사고로 밝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두 가지만 갖추어져 있으면 나머진 시간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늦게 시작하면 더 큰 고통과 노력이 따르겠지만 어릴 때 충분한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나중에 철이 들어 자기분야를 찾아 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온 까닭일까?

그렇다고 공부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학습을 통한 사회적 성취는 꿈과 희망을 가지고 도전하며 열정을 불태운다면 언제든 그 뜻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이고 `가슴은 차갑고 머리만 비대해진 기형적인 인재’가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 바람직한 사람일까라는 생각 때문이다. 최소한 내 아이만이라도 그렇게 키우고 싶다.

그러나 요즘 들어와 아이들에 대한 나의 작은 바람조차 위협 받고 있음을 느끼고 더욱 긴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이유는 물론 최근 확산되고 있는 신종플루 때문이기도 하고 또 다른 이유는 최근 방송가와 언론을 뜨겁게 달구었던 아동대상 범죄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에서 아이를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키워나가는 일이 여간 힘들지 않다.

우리 집 아이들만 그런지 내가 어릴 때와는 달리 아이들 건강이 여간 부실하지 않다. 철마다 감기와 사소한 질병으로 병원을 달고 산다시피 한다. 얼마 전 추석연휴를 며칠 앞두고도 작은 놈이 고열과 기침이 심해 병원에 갔더니 폐렴이 심하다고 해서 며칠 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요즘 아이들과 옛날 아이들의 기초체력이 다르다는 보고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요즘과 옛날의 시간적인 기준은 명확하지 않지만 내가 어린 시절에는 나뿐만 아니고 주위의 아이들도 대부분 병원을 찾는 일이 드물었다. 겨울철에 바깥에서 놀다가 동상으로 손발이 갈라진 아이들이 대부분이었고 콧물에 기침을 하는 아이들도 많았지만 대부분 특별한 조치 없이 그냥 지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나 자신도 반세기가까이 살면서 치료 때문에 병원을 찾은 기억은 거의 없다. 그러다보니 내 아이들을 볼 때 정말 저렇게 약을 많이 먹어도 되는 건지 항생제를 비롯한 약 때문에 오히려 걱정이 앞선다. 약을 하도 많이 쓰다 보니 요즘은 병균들도 약제에 대한 내성이 생기고 무수한 변종들이 생겨난다는데!

내가 어릴 때는 학교에 뚱뚱한 아이들이 별로 없었고 또 안경 쓴 아이들이 거의 없었다. 당시 안경 쓴 아이들은 `안경잡이’라고 놀림감이 될 정도였으니!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비만이 심각한 문제이고 절반 가까운 아이들에게 안경은 필수품처럼 되었다.

한 두세대를 거치며 갑자기 유전자가 달라졌을 까닭은 만무하고 급변한 생활환경 때문일까? 옛날엔 너무 못 먹어 문제였고 이젠 지나치게 잘 먹어 문제인지, 과거엔 공부를 등한시해 문제였고 지금은 지나치게 과열된 교육이 문제인지,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많이 걸었던 옛날 아이들과 달리 오염된 공기와 자동차와 대중교통의 발달로 너무 걷지 않는 것이 요즘 아이들을 약하게 만드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시대에서 요즘 아이들이 체형만 커지지 말고 강하고 튼튼하게 성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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