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주의 무대
합주의 무대
  • 승인 2016.07.24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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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옥
대구미술비평연구회·미술학 박사
집 언저리에 둥지를 튼 새들의 지저귐은 하루도 쉬는 법이 없다. 덕분에 아침의 상쾌함은 배가 된다. 새소리에 익숙한 귀가 악기 소리에 젖던 날 잠깐 시험에 들었다. “인공의 악기소리가 새소리와 맞울림 할 수 있을까?” 며칠 전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해본 독백이다.

“미술작품을 감상하려면 전시장으로 가야하고 공연을 보기 위해서는 공연장으로 가라”는 모 미술지에 실었던 한 줄이다. 그 때문만은 아니지만 서울신포니에타 패밀리 콘스트장에 갈 수 있었던 것은 뜻밖에 찾아온 행운이었다. 실은 ‘심포니(symphony)’인가 했다. 정확히 ‘신포니에타(sinfonietta)’가 맞다. 신포니에타는 ‘내용과 형식이 소규모인 교향곡, 작은 편성의 오케스트라’라고 한다. 토탈아트의 이 시대에 부끄럽게도 시각예술에만 천착해왔음을 고백한다. 분별심을 자책하면서도 합주 덕에 영혼은 힐링을 도모했다. 더하여 무대 가까이에서 감상했으니 분에 넘치는 호사를 누린 셈이다. 선명한 음질과 무대 위의 긴장감을 공감할 수 있었던 시간. 단원들이 짓는 표정까지 유심히 살핀 건 처음이다.

필자의 공연리뷰는 주제 넘는 일이겠다. 다만 교훈의 단서가 된 공연의 여운을 나누고프다. 특히 후반부에 연주된 탱고는 정렬의 잔흔이 깊다.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 No.1 D장조와 비발디의 사계 중 봄, 여름 그리고 베라노 포르테노(Verano Porteno)에 이어 오블리비언(Oblivion), 리베르탱고(Libertango), 방콕탱고(Bangkok Tango)등, 열정적인 탱고에 깃든 내용을 풀던 현악기의 선율은 금세 콘스트장 분위기를 압도했다.

지휘자의 곡목 해설에 곁들인 새와 파도소리 모방에 대한 설명도 신선했다. 감미로우면서도 격정적인 음률은 균형미와 절제미에 경쾌함까지 더한다. 간간이 달뜬 마음이 차오른 건 바이올린 선율에 숨겨진 자연의 소리 발견 때문만은 아니다. 공명은 협화음으로부터 열린 마음에 와 닿는 울림임을 느낀 때문이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눈물 젖은 두만강’ 연주가 아니었나 싶다. 모차르트의 소야곡에 이어진 익숙한 음에 관중들은 몸을 맡겼다. 짤막한 깜짝 이벤트 같은 위트였다. 위트는 짧을수록 강하다. 이 모두를 통틀어 관중을 하나로 결속시키던 오케스트라다. 악단인 오케스트라(Orchestra)는 17세기 이후부터 여러 악기연주자들의 합주단체를 일컫는다.

이러한 조건을 감안할 때 개별연주자의 톡톡 튀는 몸짓은 단체에 큰 도움을 주진 못한다.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등, 고유한 음색을 지닌 악기들도 전체에 제 본연의 소리를 간헐적으로 보탤 뿐이다. 가장 높은 음역대를 자랑하는 바이올린도 예외는 아니다. 지휘자는 전체와 부분을 아우르며 곡목 해설과 지휘로써 연주를 조화롭게 이끈다. 연주 중에도 연주자는 지휘자에게 주목한다. 시종일관 전원은 타자와의 협심을 중심에 두며 인내와 포용으로 훌륭한 합주를 입증해 보였다.

그렇게 두 시간의 공연이 끝났다. 조명이 꺼지고 연주자들도 무대에서 내려온다. 다음 날엔 다른 공연이 이어질 것이다. 더 웅장한 오케스트라일수도 있겠고 오페라나 합창일 수도 있겠다. 마치 영화의 스크린처럼 다양한 스토리가 스쳐간 무대만 본래의 모습을 되찾고 고요하다.

일련의 과정이 인생 같다. 퍼즐처럼 전체에 존재를 묻은 연주자들의 담금질은 제 소임에 성실할 때 더 훌륭한 합주가 된다. 지휘자는 리더답게 단원들과 악기는 물론 관중의 반응까지 두루 조망하며 전체를 이끈다. 게다가 위트로 활력까지 더하는 센스를 발휘한다. 덕분에 관중은 공연에 몰입할 수가 있다. 간간이 악기 속에 숨어든 익숙한 자연의 소리를 발견하는 기쁨까지 누리면서 말이다.

이런 저런 문젯거리가 숨이 조여 오는 현실이다. 아침마다 가슴을 짓누르는 뉴스보다 새소리가 더 반가운 이유다. 부정하고 싶지만 우리에게 닥친 현실이기에 맞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끔은 오케스트라 무대를 생각한다. 현실 도피나 외면이 아닌 힐링과 교훈의 단초로써의 오케스트라 무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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