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상, 이미 역사다”
“평화의 소녀상, 이미 역사다”
  • 승인 2016.07.2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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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도심에 ‘평화의 소녀상’ 세우자-전문가 8인 릴레이 기고
김 규 종 <경북대 인문대학 교수>
제국주의 전쟁에 희생된
여성들의 인권과
민주의식 고양하는 상징
세계 곳곳에 세워져
‘만행 방지’ 의미 있는 일
김규종경북대인문대학교수
김규종 <경북대 인문대학 교수>
1991년 8월 14일은 한국 현대사에 한 획을 그은 날이다. 이제는 고인이 된 김학순 할머니가 “나는 일본군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린 날이기 때문이다.

일제의 질곡에서 해방된 지 어언 반세기가 흐른 시점에 터져 나온 ‘일본군 위안부’ 발언은 충격 그 자체였다. 무려 20만의 꽃다운 한국 여성들이 전쟁터로 끌려가 성노리개로 전락한 치 떨리는 사건이 그날 비로소 세상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정부수립 이후 43년 만에 밝혀진 일제의 만행은 김학순 할머니 아니었다면 아직도 은폐돼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진 이 나라 권력자들은 그 동안 무엇을 했단 말인가?! 제대로 된 정부라면 과거 제 나라 국민들이 겪었을 처절을 극한 치욕과 죽음과 고통을 낱낱이 기록하여 역사에 남겨야 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징병과 징용, 정신대로 끌려갔는지, 한국정부는 정확한 통계나 가지고 있는가?!

굴욕적인 한일협정의 대가 5억 달러로 일제의 만행을 덮어준 박정희의 패악은 새삼 재언을 요하지 않는다. 단돈 5억 달러에 일제강점기 전체를 사면하는 어리석음이라니! 이제 그와 같은 사건이 되풀이되는 시점이다. 지난 해 12월 28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했다”고 공언한 한국외교의 대참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위안부 당사자를 배제한 외교 당국자들의 회견문에 새겨진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이라니?!

문제가 된 것은 단돈 ‘10억엔’으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는 한국정부의 몰역사적인 작태다. 종군 위안부로 평생을 고통받아온 할머니들에게는 일언반구 의견조회도 없이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합의문에 도장을 찍은 외교부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합의문 발표 이후 평화의 소녀상은 한일 간의 쟁점이 됐다.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일본과 어정쩡한 자세를 취해온 한국정부. 참으로 낯 뜨거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어떤 명분으로라도 소녀상 이전과 철거는 있을 수 없다. 평화의 소녀상은 이미 역사이기 때문이다. 제국주의 전쟁에 희생된 여성들의 인권과 민주주의 의식을 고양하는 시대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소녀상은 한국인들만의 상징물이 아니라, 일제의 만행에 피해를 입은 중국과 동남아 위안부 여성들의 상징이기도 하다. 평화의 소녀상이 한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세워짐으로써 이런 만행의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정부당국의 책임 있는 자세와 조치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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