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선수의 일탈, 조기 인성교육 부재가 원인
스포츠 선수의 일탈, 조기 인성교육 부재가 원인
  • 김성미
  • 승인 2016.08.01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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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환
부국장·문화체육부장
우리나라 프로 스포츠계는 최근 수년간 양적인 성장세가 뚜렷했다. 특히 프로야구는 국민적인 스포츠로 발돋움하면서 유료관중 800만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프로야구에 종사하는 선수들 개인의 연봉 규모는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구단의 1군 선수 평균 연봉이 1억 원대에 이를 만큼 시장 규모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일부 자유계약선수(FA)들은 100억 원대 몸값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1990년대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박찬호와 일본으로 간 선동열을 필두로 이승엽, 이종범 등 국내 프로야구 스타들의 해외진출이 성사되면서 국내 프로야구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올해는 추신수를 비롯해 강정호, 오승환, 이대호, 김현수 등 무려 8명의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면서 호황을 맞고 있다.

이처럼 프로야구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외형적인 성장세에 반해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사회 봉사와 기부에 인색한 구단들과 선수, 그리고 각종 사건에 연루된 선수들의 일탈로 인해 질적인 현실은 되레 퇴보하고 있다.

최근 스포츠 스타의 도박, 승부조작, 성 추문 등 연이은 범죄 소식에 국민들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전 KT 위즈의 김상현 선수가 공연음란죄로 불구속 기소됐고, 작년 원정도박 혐의로 물의를 일으켰던 삼성 라이온즈의 안지만 선수는 최근 불법 인터넷 도박 사이트 자금 투자 의혹을 받고 불구속 기소됐다. 또 NC다이노스의 이태양 선수와 넥센 히어로즈의 문우람 선수가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밝혀진데 이어 KIA 유창식 선수가 스스로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고 자인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해 5월 법무부와 함께 ‘배려, 법질서 실천운동과 클린 베이스볼 문화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자정노력에도 불구하고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예전에도 이런 사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동안 도핑, 불법 도박, 승부조작 등의 사건으로 많은 선수들이 처벌을 받았다. 특히 승부조작은 지난 2012년 이후 사회적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심지어는 브로커가 아닌 프로야구 선수가 먼저 제안한 승부조작도 발생했다. 당시 각 구단들은 해당 선수들의 징계조치를 내리는 등 후속조치를 했지만 좀처럼 폐해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작년 한국체육학회지에 게재된 설문조사가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야구·축구·농구·배구 등 4대 프로스포츠 선수 274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토대로 발간한 10월 한국체육학회지 제54권 6호에 게재된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승부조작에 대한 인식과 예방교육 전략 연구’ 논문에 따르면 ‘승부조작 제안 받았다 15명(5.5%). 승부조작이 법률적 범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17명(6.2%). 승부조작은 스포츠 윤리에 어긋나지 않는다 16명(5.8%).’고 답했다.

승부조작 제안을 받은 것을 고백한 선수가 있었고, 승부조작이 법률적·윤리적으로 어긋나는 게 아니라는 그릇된 생각을 하는 선수까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분별력 없이 승부조작에 가담하는 선수도 문제지만, 어릴 때부터 공정한 스포츠를 강조하는 교육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우리나라 체육 전반의 현실에서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프로야구를 비롯한 우리나라 4대 프로스포츠는 모두 승부조작과 도박 등 각종 사건으로 한 번씩 홍역을 앓았다. 이 설문조사에서 야구 선수는 4대 프로 스포츠 중 유일하게 응답자 가운데 한 사람도 중·고등학교 때 승부조작 예방교육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과도한 조기 교육이 사회적 문제가 될 때도 있지만, 스포츠의 생명과도 같은 ‘공정함’을 가르치는 조기교육은 절실한 상황이다. 운동선수들이 초·중·고·대학교 과정을 거치면서 해당 연령대에서 마땅히 배워야 할 인성과 기본적인 지식 그리고 타인, 타 집단과의 공동의 선을 공유 하는 것을 배우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프로 스포츠는 팬들의 성원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 팬의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 믿고 자성하지 않는다면 프로야구는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을 뿐더러 국민들에게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대만 프로야구가 11개 구단이 양대 리그로 운영될 만큼 인기를 누리다 승부조작이 끊임없이 불거지면서 팀 해체가 잇따라 현재 4개 팀으로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국내 프로 스포츠 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비례해 인기 스타들은 젊은 나이에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부와 명성을 얻고 있다. 팬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수들이 경기장 안팎에서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하지 못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프로 스포츠계를 수렁으로 빠뜨리고 있는 각종 사건들을 단지 선수들의 일탈로만 보고 넘기기에는 가볍지 않은 만큼 보다 광범위한 체육관련 정부와 단체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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