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물처럼 살아야 한다는데
<대구논단> 물처럼 살아야 한다는데
  • 승인 2009.10.28 15: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일전에 텔레비전을 통해 박재희 교수의 강연을 시청하였다. `손자병법(孫子兵法)’을 예로 들어 승리하는 조직은 물의 원리를 닮은 조직이라고 한데 대해 크게 공감하였다.

손자는 물에서 배워야 할 점으로 크게 네 가지를 들었다고 한다. 그 첫째 교훈은 `유연함(flexibility)’이다. 병형상수(兵形象水)라고 하여 조직의 모습은 물을 닮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은 자신이 담고 있는 그 그릇의 모양대로 모습을 변하게 하는 유연성을 갖추고 있다. 즉 네모난 그릇에 물이 담기면 네모난 모습으로 변하고, 둥근 그릇에는 둥근 모습으로 물은 자신의 형태를 변화시킨다.

이처럼 물은 자신의 모습을 고정하지 않기에 어떤 그릇에도 담길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모습이 고정돼 있지 않다는 것은 무한한 모습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늘 열려 있다는 것인데 바로 이것이 경쟁력이 된다는 설명이다.

승리하는 사람들이나 조직들을 보면 어떤 고집이나 편견도 없이, 다가오는 상황을 유연하게 받아들인다. 어제 승리한 방법으로 오늘 또다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바로 패배하는 사람이 되고 만다. 상황이 바뀌면 전술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교훈은 겸손함(humility)이다. `피고이추하(避高而趨下)’ 즉 물은 자신을 낮추고 모든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 흐른다. 모든 사람들이 낮다고 비웃을 때 물은 오로지 아래로 흘렀기에 큰 강이 되고, 거대한 바다를 만들 수 있다. 최후의 승자는 으스대고 어깨에 힘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진정 물처럼 낮은 곳으로 임하는 사람인 것이다.

그리하여 `물은 높은 데를 피하고 아래로 흐른다. 결국 겸손이야 말로 가장 효과적인 공격 방법이라는 것이다.이 부분에서 필자는 어릴 때에 선친으로부터 `法’이라는 글자를 배우면서 `물(?)과 같이 순리대로 흘러가는 것(去)’이 원래의 의미라고 배웠던 기억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세 번째 교훈은 위대한 적응력(adaptation)이다. `물은 앞에 놓여있는 지형에 따라 자신의 물줄기를 바꾼다(水因地而制流).’고 하였다. 따라서 `군대의 모습도 상대방의 모습에 따라 적절하게 전술을 바꿔야 된다(兵因敵而制勝).’고 하였던 것이다.

물은 바로 앞에 놓여 있는 땅의 모습대로 흐름을 바꾸는 적응력을 보인다, 그리하여 바위가 있으면 돌아갈 줄 알고 깊은 곳이 있으면 채우고 간다고 하였다. 무조건 전진만 할 것이 아니라 강한 적을 만나면 물러날 줄도 알아야 참된 승리를 얻을 수 있다고 보았다.

마지막으로는 변화(change)이다. 세상에 변화하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손자는 `물에게 영원한 모습이란 없다(水無常形)’고 지적하면서, 개인이든 군대든 영원한 세란 없다고 강조한다. 결국 어떤 조직이든 사람이든 영원한 힘을 가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토록 막강했던 권력도 하루아침에 무너져 버리는 것을 보면 영원한 승리는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영원히 젊음을 가지는 인간이 없듯이 조직도 생로병사(生老病死)의 변화를 거치기 마련인 것이다. 패기로 시작한 조직이었지만 언젠가는 매너리즘에 길들여진 맥 빠진 조직으로 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항상 이런 변화를 인정하고 새로운 상황에 생명력 있게 대처해야 하는 것이다.

손자는 물에서 유연하고, 겸손하며, 상황에 적응하고, 변화하는 조직이야 말로 승리하는 조직이라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도 이처럼 자신의 모습을 유연하게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여서 순응과 순리(順理)는 결코 소극적인 모습이 아니라고 보았다. 도리어 다가오는 상황에 자기를 유연하게 적응시키는 어쩌면 더 힘든 적극적인 삶의 방법일 수도 있다고 보았다.

일찍이 노자(老子)도 `가장 선한 것은 물처럼 사는 것이다(上善若水),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나 다투는 일이 없고(水善利萬物而不爭), 모두가 수치스러워하는 낮은 곳을 향하여 흐를 뿐이다(處衆人之所惡).’ 라고 한 바도 있지 않은가.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