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위한 책 엮으며 사제간 쌍방향 사랑 확인”
“아이들 위한 책 엮으며 사제간 쌍방향 사랑 확인”
  • 황인옥
  • 승인 2016.08.09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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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년 교직생활 마감 박경선 대진초 교장

1994년 동시로 문단 등단

수필·동화·이론서 23권 발간

“왕따 등 힘든 상황 겪는 아동에

창작 동화로 사랑·배려 전달”

퇴임 전 발간한 ‘마음이…’

제자들이 건넨 독후감에 뿌듯

“아이들 순수함이 내 창작 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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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년 교직생활을 마감하는 박경선 대진초등학교 교장은 “퇴임해서 제일 아쉬운 일은 이 아이들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새 임지에서 현장 교사들을 만나 교육이야기, 문학이야기로 또다른 재미있는 꽃을 피워 갈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전영호기자


“재미있는 학교놀이였다.”

이번달 말 정년퇴직을 앞둔 박경선 대진초등학교 교장은 지난 41년 동안의 교직생활을 “재미있는 놀이였다”고 회상했다. 흔히 일을 놀이처럼 하는 사람을 천직의 범주로 분류한다면, 박 교장의 교사로서의 지난 삶은 천직이었을까? 그는 ‘미친 여자와 좋은 선생님’이라는 짧은 문장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퇴직하면 ‘미친 여자와 좋은 선생님’를 제목으로 책을 쓰고 싶었다. 이 책 제목은 그동안 내 삶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미친 여자’는 집안일에는 관심을 쏟지 않는 나를 보고 남편이 하는 소리였고, ‘좋은 선생님’은 학교에서 아이들이 나를 평가해 주는 말이었다. 제자들이 좋은 선생님으로 평가해 주고, 지난 41년이 행복의 연속이었으니, 나의 교직생활은 천직이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 교직생활을 마감하는 두 권의 책 출간

정년퇴직을 앞둔 이의 교육철학은 감회가 남다르다. 철학이 실천으로 이어졌는지, 그저 허공에 맴도는 헛구호에 그쳤는지를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변곡점이 되기 때문이다. 박 교장에게 지난 41년 교직생활에 길잡이가 되어준 교육철학은 ‘사랑’과 ‘글쓰기’와 ‘독서’다. 그는 이 철학을 한결같이 실천하며 교육현장을 지켜왔다.

- 왜 ‘사랑’인가?

“‘사랑’은 사제지간을 지탱해 주는 힘의 원천이다. 나 또한 그동안 ‘사랑’이 있어 흔들림 없이 스승의 길을 걸어올 수 있었다.”

박 교장은 23권의 책을 출간한 아동문학가다. 그는 1994년 ‘방학에는 술래되어’로 동시까지 문단에 등단했다.

지금까지 ‘너는 왜 큰소리로 말하지 않니’, ‘개구쟁이 신부님과 해를 맞는 부처님’ 등 5권의 단편동화집과 ‘우체통에 칭찬 넣기’, ‘바람새’ 등 12권의 장편동화집, ‘열린교실의 글쓰기’ 등 3권의 글쓰기 이론서, 최근에 ‘섬김밥상 행복교육’ 수필집 1권, 제자들과 나눈 편지를 엮은 ‘마음이 자라는 교실 편지’ 등 총 23권의 책을 출간했다.

그가 쓴 책들은 어린이도서연구회나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등에서 우수도서로 여러 번 선정됐으며, 조선일보와 한국출판협회가 공동 주최한 5월의 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 특히 동화 창작을 많이 썼다. 교직생활에서 동화 창작은 어떤 의미였나?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또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도구였다. 왕따 당하는 아이나 힘든 환경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을 달리 도울 방법이 없을 때 나는 내가 쓴 동화로 아이들 마음을 열도록 했다. 그 동화를 통해 서로 배려하는 따스한 마음을 키우도록 이끌었다.”

박 교장은 퇴임을 앞두고 수필집 ‘섬김밥상 행복교육’과 편지글모음 ‘마음이 자라는 교실 편지’를 출간했다. ‘섬김밥상 행복교육’은 지난 4년 동안 신문에 써오던 칼럼들을 엮은 것이며, ‘마음이 자라는 교실 편지’는 41년간 교단에서 제자들에게 받았던 편지를 묶은 것이다.

‘섬김밥상 행복교육’을 학교 교직원, 학부모, 한국글쓰기회 회원들에게 선물로 나눴으며, ‘마음이 자라는 교실 편지’는 박 교장이 재직 중인 대진초등학교 4,5,6학년 학생들에게 선물했다. 이 두 권의 책은 ‘독서를 통한 소통’이라는 그의 교직생활을 함축하는 상징성을 내포한다.

- ‘섬김밥상 행복교육’에 소통 교육의 철학이 녹아있나?

““몇 년 동안 신문에 칼럼을 쓸 때마다 동료교사들이나 학부모들이 카톡이나 이메일, 박경선의 동화나라 홈페이지 등에 내 글을 읽고 힘을 얻었다는 글들을 보내왔다. 글을 통한 소통이었다. 이 책은 그 결실이다.”

- 아이들과의 직접적인 소통도 남달랐다는데…

“새학기가 되면 유치원과 초등학생 등 학교 전 구성원의 사진과 이름을 교장실에 붙여놓고 매일 보면서 익힌다. 아침마다 등굣길에 교문에서 아이들을 맞으며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나눈다. 또 교장실을 ‘ 박마담 찻집’으로 개방해서 선생님들이나 아이들 누구나 와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그동안 출간한 책들도 아이들과 꾸준하게 나눠왔다.”

- 아이들이 졸업 후에도 계속해서 편지를 보내오는 이유가 소통의 결과인가?

“해마다 한 학년이 끝나 아이들과 헤어질 때면 ‘성공해서 찾아오려고 하지 말고 살다가 힘들 때 찾아오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에게 힘든 일이 생길 때면 편지를 보내 오곤 한다. 군대 갔을 때나 실연을 당했을 때 부모에게도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편지로 보낸다. 학급 문집 ‘색동’을 꾸준하게 만들어왔는데, 그 기억도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아 편지로 이어지고는 한다. 졸업을 해도 소통은 계속되는 것이다.”

- 책을 출간한 과정이 드라마틱하다고 들었다.

“학교에 학부모 강의 차 오셨던 이주영 어린이문화연대 회장님이 고령에 있는 우리 시골집에 하룻밤 묵은 일이 있다. 그때 이 선생님이 책장에 꽂힌 편지 파일들을 꺼내 보시고 책으로 내어보자고 하셨다.”

◇ 독서는 전인교육의 첫걸음

책 ‘마음이 자라는 교실 편지’는 박 교장에게 가장 큰 퇴임선물이다. 자칫 짝사랑으로 끝날 수 있었던 박 교장과 제자들과의 사랑이 쌍방향이었음을 확인해준 고마운 책이다.

-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짝사랑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동안 출판한 책들은 전교생을 대상으로 생일인 아이에게 선물했다. 이번에 출간한 ‘마음이 자라는 교실 편지’는 4,5,6학년 학생들에게 모두 선물했다. 이번에는 독후감을 보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동안 아이들이 내 책을 읽고 별 호응이 없어 짝사랑이었나 하는 가슴앓이를 해왔기 때문이다.”

- 어떤 반응들을 보냈나?

“짝사랑을 하며 가슴앓이를 하는 제자가 보낸 편지를 읽은 한 학생은 ‘선생님이 주고받으신 편지가 마치 저의 상황인 것 같다’며 ‘저도 짝사랑을 한다면 친구나 선생님께 털어놓아 이야기해보거나 편지를 써봐야겠다’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이 책을 조금 읽어도 아주 흥미롭습니다. 배려, 양보 등을 배우게 됐다’는 학생도 있었다. 정말 다양한 의견들을 보내왔다.”

- 학생들이 책을 읽고 감화를 받은 것 같다.

“그동안 아이들이 책을 선물해 준 뒤에도 반응이 없어 ‘과연 책을 읽기나 했을까’ 의구심마저 들면서 회의를 가진 것이 사실이었다. 이번에 보내준 아이들의 독후감이 아니었으면 그런 섭섭한 마음을 가지고 퇴직할 뻔 했다. 아이들이 내 책을 통해 다양한 감성을 표현하는 것을 보고 그동안 내가 아이들에게 준 사랑이 짝사랑이 아니었음을 확인했으니 내게는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 제자들이 보내 준 편지는 교직생활에서 어떤 의미였나?

“나는 어리버리한 선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이 졸업 후에도 잊지 않고 지난 추억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아픔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친구처럼 대해줬다. 그런 마음들이 내게는 큰 에너지원이 됐다.”

- 교직생활 중 특별히 힘써온 교육이 ‘독서의 생활화’였나?

“독서 인문학 교육에 힘써왔다. 독서는 전인교육의 첫걸음이며 독서만큼 효과가 넓고 깊은 교육방법도 없다. 그래서 ‘책읽기’를 늘 강조해왔고, 책읽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책읽기, 글쓰기, 토론하기, 책 쓰기 4단계였는데 아이들 수준에 맞게 단계별로 진행했다.”

- 가시적인 성과도 컸다고 들었다.

“전국도서관 교육평가에서 우수학교로 문체부장관상을 받았다.”

- 우동기 교육감도 책을 읽은 소감을 보내왔다는데…

“이번에 출간한 두 권의 책을 보내드렸는데 ‘글을 읽는 내내 마음이 든든하고 자랑스럽다’는 감상평을 보내주셨다. 특히 우리 학교가 학교폭력 제로 학교로 선정됐는데 그 배경에 아이들의 ‘걱정 풀어 글쓰기’ 활동이 큰 힘이 된 것 같다고 평도 해 주셨다. 감사한 일이다.”

◇ 교육이야기, 문학이야기로 또 다른 꽃 피울터…

- 평생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아이들은 어떤 존재였나?

“나한테는 아이들이 교직생활을 계속해야 하는 의미였고, 창작의 원천이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자부심과 사명감 없이는 하기 힘들다. 나 역시 그랬다. 순간순간 힘들 때가 많았고, 끝내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울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아이들을 의지하고 힘을 냈다.”

- 창작의 원천이었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아이들하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학급 문집을 만들어보면 아이들이 너무나 순수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또 어른이 생각할 수 없는 창의적인 생각들도 쏟아낸다. 아이들이 보여준 순수한 마음과 기발한 이야기들은 내가 동화책을 쓸 때 좋은 글감이 된다.”

- 41년 교직생활을 마감하는 소감은 어떤가? 서운할 것 같은데…

“ 여름 방학 하는 날 교실을 돌며 아이들과 마지막 악수를 하며 헤어졌는데 ‘안 가면 안 되요?’ 하며 팔을 잡고 안 놓아줄 때 내가 얼마나 아이들을 사랑했는지 알 수 있었다. 퇴임해서 제일 아쉬운 일은 이 아이들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 향후 계획은?

“다음 학기부터 바로 대학원 강의를 맡았다. 그동안 현직 교장은 대학원 강의가 제한적이어서 몇 년간 미뤄왔는데 이제 할 수 있게 됐다. 새 임지에서 현장 교사들을 만나 교육이야기, 문학이야기로 또다른 재미있는 꽃을 피워 갈 것이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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