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요리책 쓰는 선비 술 빚는 사대부
<신간>요리책 쓰는 선비 술 빚는 사대부
  • 남승렬
  • 승인 2016.08.23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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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photo/first/201608/img_205778_1.jpg"정재종가상차림/news/photo/first/201608/img_205778_1.jpg"
현직 문화부 기자가 쓴 ‘요리책 쓰는 선비 술 빚는 사대부’는 전국 명문가의 전통 음식·술을 통해 우리 음식문화를 소개하는 음식 인문학 책이다. 사진은 안동 정재종가에서 내려오는 술상. 육회, 청포채, 견과류 등이 안주로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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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photo/first/201608/img_205778_1.jpg"김봉규

현직 문화부 기자가 써내려간 전통 명문가의 집밥, 집술 이야기다.

전국 종가 43곳의 전통 음식과 전통 술을 통해 우리의 음식 문화를 소개하는 음식 인문학 책(음식 미시사)이다. 조선시대부터 이어 온 밥상, 다과상, 술상, 제사상, 손님상이 다양하게 펼쳐져 눈으로 요기하는 기분을 맛볼 수 있다. 책을 읽는 동안 우리 선조들의 손님 대접, 사람 대접 정신까지 엿볼 수 있다.

류성룡의 제사상에 오르는 달달한 약과인 ‘중개’, 공주님이 시집와 만든 종가음식인 ‘동곳떡’, 명성왕후 가문에서 대대로 딸에게 전수하는 술 ‘왕주’, 노인과 여자, 어린아이가 마시던 술 ‘이화주’…. 슬로우 푸드의 대명사이자 정성이 담긴 종가의 내림음식에는 이처럼 스토리가 있다. 특히 각박한 현대 사회와 달리, 혼자서만 잘 먹고 잘살지 않겠다는 명문가의 정신,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담겨 있다. 500년 전통 명문가가 지키려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상차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종가의 고향인 경북 안동부터 경기도 의정부와 모악산 사찰에 이르기까지 좋은 재료로 정성을 다해 차린 종가의 다과상, 제사상, 손님상을 꼼꼼히 취재해 수록했다.

조선시대에 대부분 형성된 종가 문화는 ‘봉제사(제사를 지내며 조상을 기리는 일)’와 ‘접빈객(손님을 접대하는 일)’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봉제사와 접빈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정성을 다해 마련한 술과 음식이다. 종가에서 술과 음식 문화가 발달한 이유다.

각 종가와 관련된 역사적 인물을 통해 뜻밖의 미시사를 접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윤선도, 류성룡을 비롯해 명성왕후, 녹두장군 전봉준, 독립운동가 안희제와 관련된 내림음식, 내림술 비화가 흥미롭다. 음식으로 알아보는 선비 정신, 명문가의 정신으로 알아보는 음식 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진다.

대중에게 내림음식과 내림술을 소개하는 후손들의 이야기도 엿볼 수 있다. ‘전통부각’을 판매하는 거창 사증종가와 ‘죽염장’으로 유명한 담양 양진제 종가처럼 기업이 된 종가 이야기가 소개된다.

한편 저자 김봉규는 1959년 경북 칠곡에서 태어났다. 경북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조폐공사 등에서 근무하다 1990년 대구경북지역 일간지 영남일보에 논설위원으로 입사했다. 그 후 편집국 기자와 문화부장 등을 거치며 우리 예술과 문화를 오랫동안 취재해 왔다. 인문학에 관심이 많으며 기회가 될 때마다 한국의 혼과 문화에 대한 글을 주로 써 왔다. 지은 책으로는 ‘현판기행’, ‘불맥, 한국의 선사들’, ‘마음이 한가해지는 미술산책’, ‘길 따라 숲 찾아’, ‘한국의 혼 누정’, ‘조선의 선비들 인문학을 말하다’ 등이 있다. 남승렬기자 pdnamsy@idaegu.co.kr

김봉규 지음/담앤북스/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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