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풀 대구’ 웬 말인가?
‘컬러풀 대구’ 웬 말인가?
  • 승인 2016.08.25 22:1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지월
서지월
한민족사랑문화인협회
작가회의·공동의장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구문학제를 다녀왔다. 대구문학제란 글자 그대로 대구의 문학을 총괄하는 대구문인들의 축제이다. 1년에 두 번에 걸쳐 개최되는 것으로 아는데 여름문학제와 겨울문학제이다. 이 행사는 단순한 문학제 성격만을 띠는 게 아니라 <대구문학>에서 연중 공모하는 신인상 시상식도 겸한다. 대구지역에서 글을 쓰는 독자들이 신인으로 등단하는 관문이기도 하다.

마침 내가 대구문학 신인상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어 시부분에 4명의 신인상 당선자가 나왔다. 문제는 대구문학제가 대구 색깔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타성처럼 젖어왔던 것이다.

대구광역시에서는 듣기도 좋게 ‘컬러풀-대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구를 홍보하고 있지 않은가. 대구광역시도 마찬가지다. 말은 번지르하게 ‘컬러풀-대구’가 맞느냐, 실천하고 있느냐 하는 비판이 화가들 중심으로 일고 있기도 하다. 내 생각으론 컬러풀이라는 영어를 세종대왕께서도 모르시겠지만 굳이 풀이하자면 다양성 또는 지역성을 의미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컬러풀-대구’라면 대구만이 갖는 특색을 연출해야 할 줄로 안다. 그래야 타지역에서도 대구가 아니면 볼 수 없는, 대구가 아니면 불가능한, 말하자면 대구만이 갖는 특허상품 같은 것이어야 함이다.

이번 대구문학제에서는 서막이 오르면서 청록파로 유명한 박두진 시인의 시 <해>가 공연되었다. 일찍이 한국시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정지용 시인이 <문장>이라는 잡지를 통해 시부문에 박목월 박두진 조지훈 박남수 이한직 같은 시인을 배출했으며 대구출신 이호우 시조시인도 정지용 시인이 발간한 <문장>을 통해 등단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대구문학제가 대구 또는 경북 출신 시인을 외면하고 경기도 안성 출신인 박두진 시인의 작품을 들고 나와 공연을 한단 말인가. 8.15 해방 전부터 해방 후 지금까지 수많은 시인들이 있었으며 대구를 위해 족적을 남긴 시인들도 많다. 일반인들의 귀에는 생소할지 모르지만 고월 이장희, 백기만, 구상 시인도 있고 김춘수 시인도 있었지만 신동집 시인도 있고 박양균 시인도 있다.

이 또한 꼭히 한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대구문학제라면 대구컬러 걸맞는 현역시인의 시라도 찾아보면 나올 것이며, 아니면 가장 대구지역의 정서를 잘 살려내는 시인을 찾아 원고료를 주더라고 청탁해 서막을 울렸다면 ‘컬러풀-대구’ 성격에 걸맞는 대구문학제가 되지 않았겠나 하는 순전히 내 생각이다. 그래서, 경기도 안성 출신 박두진 시인의 시 <해> 보다는 박목월의 시 <경상도 사투리>나 <도토리묵을 먹으며>가 훨씬 공감대를 불러일으켰을 것이라 본다. 얼마 전 대구 현역시인의 시 <대구는 내 사랑>이 칸타타로 대구시립예술단에 의해 공연이 되어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킨 바 있기도 하다.

나는 안다. 왜 박두진 시인의 시 <해>가 가무형태로 공연 되었는가를. 아마도 대구문학제 서막에 오를 작품의 내용은 고려하지 않고 시낭송가에게 시낭송을 겸한 가무 공연을 부탁했기에 전국 시낭송가들이 무대에서 시낭송으로 아주 선호하는 박두진시인의 시 <해> 가 공연 된 것 같다. 참고로 말하면 전국 시낭송가들이 무대에 오르면 즐겨 낭송하는 시로는 서정주 시 <자화상>, 유치환 시 <행복>, 박두진 시 <해>가 꼽히는 것으로 안다.

만주땅 용정 윤동주 시인에 이어 강원도 강릉 태생으로 연변땅에서 활동하다 숨진 심연수시인을 기리는 심연수문학제가 해마다 강릉에서 개최돼 참여한 적이 있다. 심연수문학제에서도 개막을 알리는 축시낭독으로 박두진 시인의 시 <청산도>가 낭송되었다.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해방 전 만주땅에서 윤동주시인에 이어 비운의 삶을 살다간 심연수 시인을 기리는 행사인데 심연수 시인의 시정신이 가장 잘 깃들어 있는 심연수 시를 무대에 올려야 더 빛나는 행사가 되기에 말이다. 물론 나는 안다. 왜 그 해 심연수문학제에서 박두진 시인의 시 <청산도>가 낭송되었는가를. 그 해 심연수문학제 전국시낭송대회가 열렸는데 대상을 받은 시낭송가가 낭송한 시가 박두진 시인의 시 <청산도>였던 것이다.

그러나 보라, 문화감각이라는 말이 있잖은가. 이런 별 것 아닌 하찮은 것 같지만 중요한 것을 외면하는게 아니라 감각이 없어서 아무 시나 낭송무대 올리면 된다는 사고가 문제인 것이다. 시낭송가들도 이런 것을 고려해 대상 작품은 <청산도>였을 지라도 심연수문학제라는 타이틀로 개최되는 본 행사에서는 심연수 시인의 시를 선택해 행사 서시로 낭송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이것도 순전히 내 생각이다.

지금 대구 소재 한국낭송문학회에서 대구문화재단 협찬으로 총 5회에 걸쳐 <대구사랑 시낭송콘서트>를 열고 있다. 그냥 시낭송회가 아니라 <대구사랑 시낭송콘서트>라 했고 보면 ‘컬러풀-대구’를 충실히 이행해 주길 바란다. 이 역시 수십 명의 시인들 시가 무대에 오르니 시인들 작품이 문제인 것이다. 진정 대구사랑을 담은 전통성과 지역성을 담은 진정한 물수건같은 서정성이 푹 배인 시를 시인들이 써내는가가 문제라면 문제로 여겨진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