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 법칙
파킨슨 법칙
  • 승인 2016.08.29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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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호
논설실장
전설적인 복서 무하마드 알리로 인해 유명해진 병이 파킨슨병이다.

치매를 유발하는 병으로 운동신경 이상을 초래해 손이 떨리는 증상을 나타낸다. 그러면 파킨슨 법칙은 무엇일까?

파킨슨 법칙(Parkinson’s law)은 공무원의 수는 해야 할 업무의 경중이나 그 유무에 관계 없이 일정 비율로 증가한다는, 파킨슨(Cyril N. Parkinson)이 주창한 법칙을 말한다.

오늘날 국가는 관료제 사회라고 할 만큼 관료조직은 국가의 운명을 결정지을 만큼 가장 큰 이익집단으로 성장했다. 과연 국민을 위해 할 일이 많아서 조직이 비대해진 것일까?

중앙정부나 지자체는 갈수록 모든 면에서 거대함을 자랑한다. 그런데 그것도 부족한지 조직의 규모는 날로 커진다. 조직 안에서 일하는 사람 중에는 아주 생산적인 사람도 있지만, 상당수는 그리 바쁘지 않고, 바쁘게 일하는 사람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위한 일’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직 역시 구성원이 많기 때문에 많은 예산을 받고, 예산을 많이 받았으니 일부러 만들어서라도 쓸데없는 일을 한다. 비대해지고 관료화된 거대 조직의 병폐가 아닐 수 없다.

영국의 경제학자인 노스코트 파킨슨(C. Northcote Pakinson)은 1955년 ‘런던 이코노미스트’에 파킨슨 법칙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이 충격적이었다.

파킨슨 법칙은 ‘일의 양과 공무원 수의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이 법칙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영국 해군 사무원으로 일을 했던 경험과 실제 통계를 토대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더욱 설득력이 있었다. 어떤 내용이었을까?

파킨슨은 1914년부터 1928년까지 영국 해군의 간부 숫자를 비교했다. 이 기간 동안 주력 함정 수는 68%나 줄어들어 종전의 3분의 2 수준이 됐고 장교와 사병 수는 32% 줄어들어 종전의 3분의 2 수준이 됐다. 하지만 포츠머스(Portsmouth) 군항에 있는 조선창 관리자와 사무원 수는 오히려 40% 늘어났고 해군 본부 관리자 수는 무려 78%나 늘어나 ‘웅장한 지상 해군’이 만들어졌다.

파킨슨은 1935년부터 1954년까지 영국 식민성 행정 직원 수를 비교해 보았다. 1935년의 영국 식민성 행정 직원은 372명이었다. 하지만 19년 후인 1954년에는 1,661명으로 늘어났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식민지들이 독립하거나 자치권을 갖게 돼 영국이 관리할 식민지가 줄어들었는데도 식민성 직원은 오히려 5배 늘어난 것이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파킨슨은 두 가지를 지적했다. 첫 번째 이유를 부하 배증 법칙이라고 불렀는데, 특정 공무원이 과중한 일에 시달릴 때 그는 동료를 보충 받아 업무를 나누기보다 자신을 보조해 줄 부하를 두기 원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업무 배증 법칙이라 불렀는데, 부하가 늘어나면 혼자서 일하던 때와는 달리 지시, 보고, 승인, 감독 같은 파생적 업무가 생겨나 본질적 업무량과는 관계없이 업무량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다. 빨리 할 수 있는 일을 천천히 해서 다른 부서 사람들을 기다리게 해 사기를 떨어뜨린다. 또 동료와 협력하면 되는데 자신의 승진을 위해 불필요한 부하 직원을 고용하고, 많아진 인원을 위해 쓸데없는 일을 만들어낸다.

병든 조직은 세 가지 증세를 보인다. 첫째 조직원들의 기대 수준이 낮고, 둘째 쉽게 자만하며, 셋째 무관심하다. 병든 조직은 자체적으로 병을 고치기가 매우 어려우므로 조직의 병을 고치려면 외과 수술이 효과적이다. 정권이 바뀌면 초기에는 조직 효율화를 위해 구조조정을 실시해 공무원의 수가 줄어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파킨슨 법칙에 따라 공무원은 다시 늘어난다.

파킨슨은 이 같은 ‘파킨슨 제1법칙’ 발표 이후에 ‘지출은 수입만큼 증가한다.’는 두 번째 법칙을 발표했다. 두 번째 법칙은 세금을 올릴 수 있는 여지가 있는 한, 공무원 수는 무한정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기업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부서에 배정된 예산을 연내에 쓰지 않으면 내년에 예산이 제대로 배정되지 못할 것을 두려워해 연말에 모두 써버리는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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