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계명대 성서캠퍼스.
풀렸다고는 하지만 바람이 찬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본관을 중심으로 대학 캠퍼스 곳곳에 교복을 입은 학생과 예쁘게 차려입은 10대 여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단 하나. 상한가를 기록 중인 TV드라마 ‘꽃 보다 남자’의 촬영이 혹시나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다.
90년대 초반 ‘모래시계’를 시작으로 각종 드라마, 영화, CF의 배경이 될 만큼 아름다운 캠퍼스로 이름난 계명대 성서캠퍼스에서 ‘꽃 보다 남자’의 첫 촬영은 지난해 10월 중순에 있었다.
이후 12월에 2차 촬영 그리고 지난 16일 3차 촬영이 이어지면서 성서캠퍼스엔 촬영 구경을 하기 위해 16일 이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중고생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16일 3차 촬영 땐 5천여명이 성서캠퍼스에 몰리면서 대명동과 성서를 오가며 찍기로 했던 일정이 취소돼 촬영팀이 대명동만 찍고 철수해 밤 10시까지 100여명의 학생들이 성서캠퍼스에서 기다리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지금은 홍보팀을 중심으로 하루에 전화만 500여통 온다. 모두 촬영 일정을 가르쳐 달라는 문의 전화다. 당연히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다.
특히 지난 16일에는 수백여 명의 학생이 조퇴를 신청한 한 여고 교사로부터 드라마 촬영이 정말로 이뤄지는지 문의 전화가 올 정도로 그야말로 ‘웃지못할 일’까지 생기기도 했다.
전화오는 계층도 다양하다고 한다. 당연히 학생들이 가장 많지만 주부들도 계면쩍어 하면서 전화를 한다는 것.
이날 진을 친 학생 중 본관 잔디밭에 앉아있던 도지은(16)학생은 “아침부터 나와 점심도 먹지 않고 촬영팀이 올까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다”며 “교직원 아저씨들이 오늘은 촬영이 없다고 하는데 못 미더워서 계속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학교측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22일 촬영이 있다는 루머가 퍼지면서 학생들이 몰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학교측은 이날 촬영이 없는데 잘못된 정보를 알고 학교에 찾아오는 학생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학교 관계자는 “학교 캠퍼스가 아름다워 많은 러브콜을 받았지만 이번 드라마처럼 사람들이 많이 몰리고 문의도 잇따르는 건 처음”이라며 “전화 문의 때문에 힘든 건 견딜 수 있지만 어린 학생들이 무작정 추위에 떨며 기다리는 것이 맘에 걸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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