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 대계
하루살이 대계
  • 승인 2016.09.2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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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추석 전 우리나라의 경주에서는 큰 지진이 일어났다. 강도 5.8이란 수치는 꽤나 심각한 수준의 지진으로 지속시간이 짧아서 다행이지 조금만 더 길었으면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가까운 일본과 달리 지진에 대해서는 안전한 나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간간히 일어나는 지진에는 정말 안전한 지대인지 의구심이 든다.

실제로 이번 경주 지진은 지진에 대한 여러 가지 면들을 짚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안전지대라는 인식과는 달리 과거 우리 역사에서도 지진의 기록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빈번하진 않았지만 꽤나 강력한 지진이 있었고 피해 형태와 사상자의 기록까지 적혀있다. 진도 8, 9도 강도 높은 지진의 기록도 있었다. 그렇다면 쉽게 우리나라는 지진에 안전하다는 말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경주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유산이 집중된 곳으로 문화재의 피해도 상당하다. 진도 5.8의 짧은 진동에도 고층 아파트 사람들은 멀미가 날 정도의 현기증과 극도의 공포감을 맛보았다.

그런데 이보다 더 아찔했던 것은 원자력발전소와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이 위치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우리는 수년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기억한다.

아직도 극복이 되지 못했고 진행 중인 오염에도 손 쓸 방도가 없이 어떠한 생명도 살아내지 못하는 불모지를 보았다.

만약 우리가 원자력발전소를 세울 때 과거의 기록들을 들춰 보았고 이 부분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면 결코 원자력발전소나 그 부수물을 처리하는 방폐장의 위치를 경주에 세우지 않았을 것이다.

우선 과거 기록에 지명과 인명피해의 기록이 명확하게 쓰여 있고 지질학적 연구를 보면 200년이나 300년 주기로 지진의 기록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경주와 울산 지역이 활발하였고 현재 가장 큰 활성단층인 양산단층이 존재하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양산단층은 부산, 경주, 울진까지 이어진 단층이다. 이는 울산단층과 이어져 지진의 충격은 영남지역에 집중될 수 있다.

또한 지층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특히 지진이 잦은 일본의 진동이 끊임없이 한반도의 지층을 흔들어 대고 있다.

활성단층은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살아서 움직이는 단층을 말한다. 단층이 살아 있으면 이의 움직임에 따라 땅이 꺼지거나 지진이 일어나게 된다. 따라서 국가마다 이에 대한 연구로 지진을 기록하고 지진의 가능성을 예측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이 활성단층의 연구가 거의 전무하다. 어쩌다 한번 일어나는 지진이고 지진에 대해선 거의 안전하다는 인식까지 있으니 이 분야의 연구가 돈벌이가 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공계 기피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당장 성과가 나오는 돈 되는 학과가 경쟁이 높고 일자리도 쉽게 구할 수 있다며 실질적으로 관심이나 적성은 무시하고 일자리학과로 집중되고 있다.

혹 성적 때문에 다른 전공을 하게 된 아이들도 대학 입학과 동시에 고시공부에 열을 내고 있으니 실제 학문에는 관심이 없는 셈이고 간판과 일자리를 따러 대학에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차 이 나라의 주역이 될 아이들의 현황이 이러니 조금 더 미래의 우리의 학문의 현주소, 기초과학의 미래는 불 보듯 뻔하다.

오랜 시간 연구와 성과물의 집약으로 결과물이 나타나는 분야는 모든 문명의 근간이 된다. 쉽게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이 분야의 학문을 게을리 하면 그만큼 우리의 내실은 점점 허술해지고 급변하는 세계의 기술경쟁에서 뒤처지게 될 것이다.

당장 체면 차리기,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주기처럼 오늘만 사는 연구가, 오늘만 사는 계획들이 난무 한다면 작금의 어이없는 상황들을 비일비재하게 만나게 될 것이다.

백년대계는 말뿐이고 일년 계획도 주먹구구식의 행정이니 이대로라면 반만년이 넘어서는 찬란한 역사는 다시는 빛날 일이 없을 것이다.

근근이 남의 기술을 이용하는 로열티만 내며 저작권 싸움에 등 터지며 물량공세의 자잘한 수입으로 입에 풀칠하기 바쁜 인류가 될 것이다.

쉽게 점령당하지 않을 저력을 가지려면 기초를 무시할 수가 없다. 때문에 오늘을 포함한 백년대계, 천년대계의 지속성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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