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와 민중에 대한 생각
톨스토이와 민중에 대한 생각
  • 승인 2016.09.27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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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금희 탈북민 1호 인문학 강사
지난 4월부터 필자는 인문학강의에서 톨스토이(1828~1910)의 불후의 명작들을 여러 편 다루고 있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톨스토이는 19세기 러시아리얼리즘문학의 대가이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문호인 동시에 저명한 사상가, 문화비평가이다. <전쟁과 평화>(1864~1869), <이반 일리이치의 죽음>(1886), <안나 카레니나>(1875-1877), <부활>(1899) 등 그가 남긴 수많은 걸작들은 톨스토이 사후 10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인문학 강의에서 톨스토이의 작품들을 다루면서 적게는 서너 번, 많게는 수십 번씩 읽었던 작품들을 다시 읽으면서 또다시 톨스토이에게 빠지고 있는 나(我)이다. 톨스토이는 자신이 러시아백작이면서 작품 속에서는 늘 귀족들과 재정러시아의 사회모순을 비판하고 농노나 소시민을 비롯한 민중의 모습에서 노동에 대한 참사랑과 진정한 신앙을 그려내곤 하였다.

그의 처녀작인 <어린 시절>에 등장하는 하녀 나탈리아 사비쉬나는 주인공인 니콜렌카라는 귀족집 도련님이 10살의 꼬마에서 청년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영향을 주는 인물이다. 나탈리아 사비쉬나는 주인공 니콜렌카의 어머니가 니콜라이백작에게 시집올 때 지참품으로 데리고 온 하녀였다. 그녀는 니콜렌카의 어머니를 갓난아이 적부터 키워준 유모이자 하녀이다. 니콜렌카의 어머니는 시집올 때 자기를 키워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하여 나탈리아 사비쉬나에게 노비문서를 주면서 자유를 준다.

그런데 평생 귀족 집에서 하녀로 살아온 사비쉬나는 그 ‘자유’의 의미를 잘 몰랐다. 그녀는 주인아씨의 성의에 당황해하면서 아씨는 왜 자기를 버리려고 하냐고 슬퍼하는, 그런 무지한 여인이었고 평생을 주인아씨에게 충실하고 어린 도련님 니콜렌카를 정성껏 키우는 순박한 농노이기도 하다. 평생을 귀족 집 하녀로 살아온 그녀가 세상을 하직할 때 혈육에게 남긴 유산은 꼴랑 60루블이 전부였다.

나탈리아 사비쉬나는 자신이 평생 모시던 주인아씨가 병마로 죽자 주인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에 도련님(니콜렌카)을 안고 한없이 슬퍼하기도 하고, 평생을 성실하게 살았기에 자신의 죽음이 닥쳐왔을 때에는 아무런 미련 없이 세상을 하직한다. 또한 죽기 전에 그녀는 신부에게 자신이 좋은 일 많이 못하고 살아온 것 같다고 반성하면서 얼마 안 되는 재산에서 몇 루블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써달라고 남긴다.

니콜렌카는 커가면서 자주 나탈리아 사비쉬나 할멈을 그리면서 점차 그녀의 순박함과 성실함, 주인과 가난한 이웃에게 기꺼이 자신을 헌신했던 진정한 신앙에 대하여 추억한다.

톨스토이는 나탈리아 사비쉬나 같은 순수한 민중을 통하여 저들의 노동에 대한 성실함, 평생을 가난하게 남의 노예로 살면서도 따뜻한 마음과 예수 그리스도가 가르치는 사랑과 헌신으로 힘든 삶을 위안 받으며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아울러 귀족사회의 모순을 통하여 화려한 삶 속에 가려진 추악한 인간의 ‘악’과 ‘이기심’, 도덕적 나태함을 폭로하면서 웅장한 교회에서 고해성사를 하는 니콜렌카보다 민중의 신앙이 참된 그리스도의 신앙이라는 것을 역설하였다.

<부활>에서도 톨스토이의 사실주의는 계속되었다. 주인공 네흘류도프공작이 카츄샤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원로원 고위층들과도 만나면서 뛰어다녔지만 끝내 카츄샤가 유배형을 받는 결과를 통하여 당대 제정러시아의 법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인가 하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

톨스토이는 일찍이 사회발전의 주체가 민중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나아가 자신의 가진 부와 명예에 대해 괴로워하고 농민들에게 선행을 베풀고 농민자녀들을 위해 계몽학교를 세웠던 것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150여 년 전에 톨스토이가 작품을 통하여 고발했던 사회모순이 21세기 우리사회에서도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주민들을 노예로 부려먹는 김씨왕조나, “민중은 개, 돼지”라고 하는 고위공직자나, 학교의 주인이 학생이 아니라는 대학교수가 바로 톨스토이 작품에 나오는 제정러시아의 귀족나부랭이들과 다를 바가 없지 않는가.

필자와 같은 보잘 것 없는 문학도가 작품이 품고 있는 거대한 사실주의적·사상적 아우라를 다 파악하고 전달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강의에 수개월째 참여하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은 톨스토이의 사실주의가 지금 우리현실과도 너무나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뿌리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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