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다니는 아들 둔 주부
매일 챙긴 교사 간식 안챙겨
“해당 여부 몰라 일단은 조심”
개인사업자들, 서로 눈치만
사립 유치원에 다니는 7살 배기 아들을 둔 주부 이현진(여·40)씨는 매일 아침 습관처럼 하던 일을 못 하게 됐다. 그동안 이 씨는 아들이 먹을 간식거리를 만들며 종일반 교사들 것까지 함께 준비해 통학버스 지도 교사에게 주곤 했지만 29일 아침은 아차 싶어 아들이 먹을 것만 챙겼다.
이 씨는 “나 같은 사람은 뉴스말고는 김영란법 내용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어떤 게 되고 어떤 게 안 되는 건지 모르니 평소 습관처럼 하던 일이나 말을 조심하는 정도로 우선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와 같은 가정주부의 일상에도 조심하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지만 이들은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관련 정보 취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29일 정오께 전화국, 세무소 등 일반 사무실이 모여 있는 대구 남구 대명로 55길 일대 편의점에는 도시락을 구매하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었다.
편의점 직원 최소망(여·23)씨는 “평소에도 도시락이 인기가 많긴 하지만 요며칠 회사 유니폼 차림을 한 사람들이 점심시간에 와서 먹고 가는 게 는 것 같다”며 “24시간 기준으로 하루 평균 파는 도시락이 15~20개 정도인데 소진되는 시간이 좀 앞당겨 진 것 같다”고 말했다.
여럿이 먹은 밥 값을 한 사람이 한꺼번에 내고 다른 사람이 커피를 사는 등 더치페이 문화가 익숙치 않았던 중·장년층 등은 이제 음료 한 잔 사는 데도 고민하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 첫날이었던 지난 28일, 한 대학생이 “학교 수업을 듣는 다른 학생이 교수에게 캔커피를 줬다”며 112에 신고한 사례도 있었다. 이에 따라 법 시행 초기인 당분간은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일상생활 곳곳에서 눈치만 보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개인사업자들도 마찬가지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최 모(31)씨는 “법이 시행되고 이렇다 저렇다 말은 많지만 딱히 법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어볼 데도 없어서 친구들끼리도 눈치만 본다”며 “나 같은 개인사업자들은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 지 조차 잘 모르는 상황인데도 분위기에 휩쓸리다 보니 만날 사람 못 만나고 하고 싶은 말 속 시원히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적용대상은 공무원 및 공직유관단체 임직원 160만명, 사립학교 교직원 70만명, 언론사 임직원 20만명 등 총 250만명이다. 또 직접적인 적용대상자의 배우자까지 포함하면 전체 적용대상은 총 4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나리기자 nnal2@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