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으로 지자체가 종무식을 취소하거나 간소화해 불우이웃을 돕는 사회 분위기와 반대로 가고 있어 주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21일 수성구 A주민센터와 관변단체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1일 지역 통장들과 각종 관변단체 회원 및 공무원 등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A주민센터 2층에서 종무식이 열렸다.
이 과정에서 주민센터 B동장은 주민자치위원회, 방위협의회, 희망나눔위원회 등 관변단체에 각각 30만~50만원씩 총 160만원을 행사지원비 명목으로 거둬들였다.
B동장은 이 돈으로 두부와 콩나물 등을 구입한 뒤 종무식 참석자들에게 선물로 나눠주고 현수막 제작 등에도 사용했다.
특히 이날 종무식 이후 밥값으로 총 96만원이 청구됐는데, 행사 참석자 중 한명인 Y씨가 자신의 사비를 털어 식사비 전액을 지불했다. 따라서 모금액 가운데 96만원이 남았는데도 B동장은 남은 돈을 관변단체에 바로 돌려주지 않아 물의를 일으켰다.
이후 주민들이 이 사실을 문제로 삼자 Y씨는 지난 5일 주민센터로부터 밥값 96만원을 돌려받아 16일 지역사회복지시설에 기탁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고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관할구청인 수성구청은 21일 문제가 된 A주민센터에 공무원 2명을 보내 진상조사에 나섰다.
주민자치위원회 소속 한 주민은 “요즘같은 불경기에는 시와 구청도 종무식을 취소하거나 축소하는 등 비용을 아껴 불우이웃을 돕는다는데,동 주민센터가 주민들로부터 돈을 거둬 거창하게 종무식을 할 필요가 뭐가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또 다른 주민은 “주민센터가 공무원 행사에 주민의 돈을 거두고 또 그 돈으로 통장들한테 선물까지 줬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주 불쾌했다”고 말했다.
B동장은 “관내 위원회 등을 활성화하기 위해 종무식 전에 위원들을 모아 회의를 했으며 이 과정에서 종무식 이후 다과보다 돈을 조금 내서 식사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와 자발적으로 돈을 모았다”며 “모금한 돈은 행사비로 사용할 예정이었으나 참석자 중 한명이 작년에 구청으로부터 상을 받고 기분이 좋아 즉석에서 밥값을 지불했고 이후 주민센터는 그 사람에게 밥값을 돌려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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