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삶과 고통을 어루만지다
여성들의 삶과 고통을 어루만지다
  • 황인옥
  • 승인 2016.10.04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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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윤 여섯번째 시집

‘여자, 새벽걸음’ 펴내

여성 화자의 목소리 빌려

이시대 여자이야기 그려

“남성 독자들이 많이 읽고

여성의 삶에 공감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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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사윤이 여섯번째 시집 ‘여자, 새벽걸음’을 출간했다.
시집 제목이 ‘여자, 새벽걸음’이다. 화자(話者)가 여자다. 시의 내용도 여자 이야기다. 사회적 약자로 억눌려 산 여자들의 억울한 사연들이 시 속에서 울음을 토한다. 시를 쓴 이는 김사윤. 그는 남자다. 그렇다. 이 시집은 남자가 여자로 빙의해 쓴 ‘시울음’이다. 모르긴 해도 국내에서 첫 시도일 터.

“여자들의 삶과 억울한 속내를 소재로 한 도서는 수없이 많지 않나요? 이들 대부분은 여자에 의해 쓰여진 여자이야기에요. 이제는 남자가 여자이야기를 건넬 때가 됐다고 봐요. 여자의 삶과 고통이 남자와 다소 얽혀있기 때문이죠. 남자가 여자의 고통을 제대로 이해해야 여자가 행복할 수 있지 않겠어요?”

시는 자기고백서다. 시를 불러일으키는 개인의 생각, 느낌, 흥취가 시심(詩心)으로 발아된다. ‘고독하다’, ‘행복하다’, ‘슬프다’, ‘화난다’, ‘좋다’, ‘나쁘다’ 등의 개인적인 감정이 시의 모태가 된다. 김사윤의 6집 ‘여자, 새벽걸음’은 타인이, 그것도 남자가 쓴 여자의 전기(傳記)와도 같은 시집이다. 남자가 철저하게 여자가 되어 여자의 마음을 시로 표현했다.

하지만 타인, 그것도 남자가 여자로 빙의하는 것이 가능할까? 김사윤이 이 의문에 피식 웃었다. “공감지수가 높으면 가능하죠. 시를 쓸 때는 저 자신 남자가 아니라 여자에요. 철저하게 여자의 감정에 빙의하죠. 아니면 시가 되지 않지요.”

김사윤 시에 공통으로 깔리는 정서는 ‘슬픔’이다. 그는 첫 시집이자 민중시집인 ‘나 스스로 무너져’를 시작으로 내가 부르는 남들의 노래’, ‘돼지와 각설탕’, ‘가랑잎 별이 지다’ 등의 시집을 통해 소시민의 슬픔과 아픔, 그리고 희망을 시로 녹여내 왔다.

사실 그의 성장기는 평화롭고 여유로웠다. ‘슬픔’이 비집고 들어올 환경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시인은 시의 핵심 정서인 ‘슬픔’을 ‘체화된 슬픔’이라고 고백했다. “어린 시절부터 슬프거나 상처받은 친구들이 제게 아픔을 토로하는 일이 잦았어요. 저는 그들과 헤어진 후에도 오랫동안 그들의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아파했죠. 그래서 시를 썼던 것 같아요. 제게 남다른 공감지수가 있나 봐요.(웃음)”

그러했다. 이미 그는 체화된 감정을 시로 써오고 있었다. 이번 시집에서는 여성이라는 특정 계층으로 제한됐을 뿐이다. 타인의 슬픔을 시로 대신 토해냈던 그에게 여성의 삶을 체화한 시가 전혀 낯설지도 새롭지도 않았던 것. 이 역시 남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공감하는 그의 성향이 작용했다.

“시 강연을 자주 다녔죠. 제 강연 스타일이 혼자 막 쏟아내기보다 함께 이야기를 풀어가는 쪽이에요. 강연을 들으러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여성들이었고, 그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성들의 삶을 듣게 됐죠.”

그가 여성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소위 말하는 여성상위 시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여권신장이 높아졌다고 떠들어대지만, 여성들이 토해내는 여성들의 삶은 여전히 피폐했다. 남자로부터 억눌리고, 짓밟히고, 휘둘렸다. 그는 점점 여성들의 상처와 슬픔 속으로 빠져 들어갔고, 그들의 슬픔을 시로 쓰기 시작했다.

“저요? 페미니스트는 아니에요. 여자의 입장에서 역지사지(易地思之) 하며 여성을 이해했을 뿐이죠. 이 시집은 여성보다 남성들이 더 많이 봐 주었으면 좋겠어요. 남자들의 무심한 행동에 여성이 얼마나 상처받는지 남성들이 알았으면 해요.”

김사윤은 사회적 약자를 다루면서도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거칠면서도 정제된 시들을 발표하며 중견 시인으로서의 족적을 쌓아왔다. 그는 ‘후백 황금찬문학상’을 수상하고, 대구를 근거지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트위터 팔로우 2만명을 보유하고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내친김에 시집에 이어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는 수필 등의 산문도 준비하고 있어요. 다음에는 노인이나 청년 등 또 다른 계층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어요.” 그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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