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링컨은 실천하였다
<대구논단> 링컨은 실천하였다
  • 승인 2009.11.0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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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최근 미국의 저명한 사회학자 65명으로 구성된 학회에서 미국의 가장 위대한 대통령 제1위로 링컨 대통령을 뽑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인간으로서의 양심을 지켜 노예 해방을 이룩한 그의 업적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의 인간적인 면모도 그를 위인의 반열에 올리는데 손색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청년 시절, 링컨에게는 아주 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이 친구가 링컨에게 자신의 처제와 결혼해달라고 제의해 왔다고 한다. 링컨은 친구의 처제를 아주 오래 전에 보았기 때문에 그 모습이 제대로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지만 친한 친구의 제안이었기에 거절하지 못하고 약속을 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며칠 뒤 막상 친구의 처제를 만나보니, 그 사이에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될 수 있나 싶을 만큼 엄청나게 뚱뚱해져 있었다. 그러나 친구와의 약속을 어길 수는 없었다.

링컨은 마음속으로 `그래, 저 여자는 뚱뚱하다는 것만 빼면 이 세상에서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미인이다. 나무랄 것이 없다.’고 수만 번 자기에게 다짐하며 정식으로 청혼하였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담하였다. 놀랍게도 친구의 처제가 고개를 가로저었던 것이다. 링컨은 친구의 처제가 그냥 부끄러운 마음에 뒤로 빼는 줄 알고 몇 번 다시 청혼을 했지만 그때마다 어처구니없이 거절당하고 말았다.

링컨은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링컨의 마음은 매우 착잡하였다. 자신의 취향이 아닌 여자와 결혼하지 않게 된 것은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누구한테 거절당할 때의 쓰라린 좌절감을 깊이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내가 저런 여자한테도 거절당할 만큼 보잘 것 없는 남자였나?’하는 절망감이 들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사실 청년 시절 링컨은 하는 일마다 실패를 거듭하였을 뿐만 아니라 키만 덩그렇게 큰데다 얼굴에는 검은 수염 투성이었다. 그래서 두 번 다시 결혼 같은 건 생각도 하지 않겠다는 다짐까지 했다고 한다.

어쩌면 오늘날 많은 청소년들도 이때의 링컨과 같은 좌절감을 맛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 후 링컨은 외모보다는 지식을 가꾸어 상대방을 감동시켜야겠다고 다짐하고 열심히 책을 읽었다. 또한 상대방의 말을 진지하게 경청하였으며, 언제나 웃는 얼굴로 상대방을 대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러한 링컨의 노력은 헛되지 않아 마침내 대통령까지 되었다.

링컨은 대통령이 되어서도 상대방을 감동으로써 감싸 안았다. 링컨에게는 에드윈 스탠턴이라는 정적이 있었다. 스탠턴은 당시 유명한 변호사였는데 링컨이 갓 변호사가 되었을 때에 우연히 두 사람이 함께 사건을 맡게 된 적이 있었다. 이 사실을 모르고 법정에 나왔던 스탠턴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저 따위 시골뜨기와 어떻게 같이 일을 하라는 거야!’ 라며 나가 버렸다.

그 뒤에도 스탠턴은 링컨을 얕잡아 보고 무례하게 행동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심지어는 링컨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에도 “고릴라가 어쩌다가 높은 자리에 앉은 것은 국가적인 재난”이라며 비꼴 정도였다.

그러나 링컨은 이에 개의치 않고 내각을 구성하면서 스탠턴을 요직인 국방부 장관에 임명하였다.
참모들이 이러한 링컨의 결정에 놀라 재고를 요청하였다. 그러자 링컨은 “나를 수백 번 무시하면 어떻습니까? 그는 사명감이 투철한 사람으로 국방부 장관을 하기에 충분하다고 봅니다.”라며 도리어 스탠턴을 감싸 주었다.

그 후, 링컨이 총에 맞아 숨을 거두었을 때 가장 크게 통곡한 사람은 바로 스탠턴이었다고 한다. 스탠턴은 링컨을 부둥켜안고 통곡하며 “여기,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이 쓰러져 있습니다. 그야말로 원수를 사랑한 사람입니다.”

결국 링컨은 자기를 미워했던 원수까지도 용서하고 사랑하여 진정한 승리자가 되었던 것이다.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 링컨의 이야기는 우리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해 준다. 링컨은 진리를 실천에 옮긴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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