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는 법정에서 말해야 한다
변호사는 법정에서 말해야 한다
  • 승인 2016.10.11 21:4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병진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소송지원변호사
시위 과정에서 물대포를 맞고 병원에 입원 중 사망한 고 백남기 농민에 대한 압수수색검증영장의 발부 및 그 집행에 대하여 여야 및 사회 가계각층에서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있다. 최근 서울지방변호사회 직전 회장 등이 총 119명의 변호사가 ①부검이 필요없다 ②부검의 모든 과정에서 유족이 공동의 주체가 돼야 한다 등의 내용이 포함된 성명을 발표하였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어느 신문 기사에도 이들이 유족들과 상의해 이 건 영장을 발부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부검영장의 잘못을 탓하거나 또는 부검영장 집행과정에서 경찰의 의견을 문제삼으면서 형사소송법이 정한 재판절차로 다툰다는 이야기는 전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이 건은 압수수색검증영장의 발부 및 집행에 관한 내용이므로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들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압수수색검증영장의 발부가 타당한 것인지, 부당하다면 이에 대하여 변호사들이 어떻게 법적으로 다투고 권리구제절차에 협력하여야 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기사를 통하여 본 성명 내용에 의하면 종전 대법원판례 등을 종합할 때 ‘물대포와 사망’의 상당인과 관계가 인정되므로 부검이 필요없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변호사들은 발부된 압수수색검증영장에 대해 그 영장의 효력을 무력화시키는 방법인 형사소송법 제402조의 ‘보통항고절차’(영장발부가 잘못되었으니 영장발부결정을 취소하라는 재판)에 따른 재판을 청구하여야 할 것이다. 물론 압수수색검증영장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402조에 따른 보통항고절차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유사한 대법원판례가 있기는 하지만 판례변경을 위해서도 당연히 변호사 119명이 자신들의 법률지식을 총동원하여 ‘여러가지 증거에 의하면 물대포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었고, 반면 시신에 대한 부검은 망인을 2번이나 죽이는 것이므로 유족에게 너무나 가혹한 결과를 초래하므로 압수수색검증영장의 필요성이 없으므로 압수수색검증영장발부를 취소시키야 한다’는 취지의 재판을 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절차없이 장외에서 119명이 서명을 하여 의견을 발표한다면 신문기사감 및 이를 주도한 대표자의 이름을 날리는 것으로서는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이러한 영장발부절차 등이 잘된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는 알 수 없게 되고, 결국 변호사들 119명의 성명이나 의사들 및 교수들의 성명에 아무런 차이가 없게 되어 법률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꼴이 된다.

또 부검의 모든 과정에서 유족이 공동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경찰이 ‘유족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지만 반드시 반영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을 고수한다면 이에 대하여도 그 법률적인 방법에 대하여 논란은 있으나 우리 형사소송법 제417조는 준항고절차를 통한 권리구제의 길을 열어 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9명이나 되는 변호사들이 법이 허용한 절차 또는 판례 등에 의할 때 허용 여부가 다툼이 있는 사건에서 그와 같은 불합리한 판례를 변경시키기 위한 치열한 노력없이 법률지식이 없는 다른 전문가집단인 의사, 교수들과 동일한 방법으로 단순히 성명서를 낸다는 것은 너무나 안일한 대응인 동시에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들이 오히려 사법절차의 불신을 초래하는 행동에 앞장서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즉, 변호사들이 법적인 절차를 도외시하고 단순히 성명서로 자신들의 의견을 사회에 공포하는 것은 곧 ‘①이와 같은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발부한 판사는 엉터리 판사다 ②압수수색검증영장이 엉터리라도 법원에 그 취소를 청구하여도 법원은 전혀 시정하지 않는 고집불통의 집단이므로 재판도 필요없다 ③우리도 법률전문가이지만 실제로는 법률적인 문제를 법률적인 방법보다는 다중의 서명 등 실력행사로 나서는 것이 더 좋다’는 이미지를 국민에서 심어주는 것으로 최종적으로 변호사들이 나서서 법원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사법불신을 더 부추키는 꼴이 되는 것이다.

변호사는 법원에서 말하는 것이 기본인데, 변호사가 법원에서 말하지 않으려고 하니 어느 누가 사법부를 신뢰하겠는가. 사법에 대한 신뢰는 법조인이 세우고 유지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새삼 느껴진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