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노벨 평화상을 꼭 받아야 할 사람들
<대구논단>노벨 평화상을 꼭 받아야 할 사람들
  • 승인 2009.11.0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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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열 (객원 大記者)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발표되자 여러 곳에서 말이 많다. 우선 미국 내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아직 이렇다 할 업적을 이루지 못한 초보 대통령인데 어떻게 노벨상을 수상할 자격이 있느냐 하는 시비를 비롯하여 그가 보여주고 있는 비전만으로도 충분히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변명도 다수다. 정작 당사자인 오바마 자신도 놀랐다. 오죽하면 “황송하다”는 최상급의 겸양으로 감사의 뜻을 표했겠는가.

그러나 상은 받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여 시중에서 떠돌고 있는 부질없는 시비를 잠재웠다. 문학상, 경제학상, 화학상, 물리학상, 의학상 등 다른 부문의 수상자에 대해서는 그동안 비교적 말썽이 없었지만 유독 평화상에 대해서만은 이론이 분분했다.

수상자가 종교인이나 재야인사인 경우에는 별다른 문제꺼리가 되지 않지만 정치인들이 선정되면 뒷말이 있게 마련이었다. 그 중에서도 일본의 사토가 받았을 때 가장 말이 많았고 한국에서 김대중이 수상했을 때에도 설왕설래 온갖 유언과 비어가 난무했다.

노벨상은 누구나 한번은 받아보고 싶은 상임에 틀림없다. 상금도 많지만 명예가 보통이 아니다. 10억이 훨씬 넘는 상금에 대해서 오바마는 아예 복지단체 몇 군데를 골라 나눠주기로 결정했다.

김대중 역시 장학금과 복지시설에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나중에 알려진 바로는 자기가 만든 아태평화 재단으로 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 돈 제가 쓰는데 남들이 감 놔라 배 놔라 할 처지가 아니지만 대통령의 약속이 허망하게 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러한 시비에 걸리지 않으려면 노벨상을 준다고 해도 거부하는 게 좋다. 실제로 노벨상을 받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의 인격은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인데 뒤끝이 좋지 않다는 것은 차라리 받지 않은 편이 나았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살아온 행적이나 업적으로 미뤄볼 때 이 사람 같으면 반드시 노벨 평화상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일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비폭력 저항운동을 전개해온 사람을 꼽으라고 하면 누구든지 `간디’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는 수십 차례의 투옥에도 불구하고 인도독립운동의 정신적 정치적 지도자로서 누구보다도 유명한 평화주의자다. 그가 노벨 평화상 후보자로 추천된 것은 생존 시인 1937년과 1947년이었으나 무슨 이유인지 수상자가 되지 못하였고 사후(死後)에도 추천받았지만 끝내 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대통령의 부인 엘리노어 루스벨트여사도 여성 인권운동가로 평화조직으로서의 유엔을 강력히 지지하고 세계 인권선언 제정에 헌신적 노력을 기울인 공로로 1947년과 1955년 물망에 올랐으나 수상자로 결정되는데 실패했다.

1989년 체코 민주화운동인 벨벳혁명을 지도했던 마츨다트 하벨은 원래 반체제 극작가 출신이다. 그는 비폭력을 내세워 벨벳혁명을 성공시키고 초대 대통령까지 오른 사람이다. 그가 공산 정권하에서 투옥되어 있을 때인 1989년 후보에 추천되었지만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한 일도 있다.

켄 사로-위와는 나이지리아의 환경운동가로 석유개발에 의한 환경파괴를 방지하는 비폭력저항운동을 지도하다가 군사재판에 회부되어 1995년 사형되었다. 세계적 환경운동가에게 주는 골드먼 환경상을 수상하고 평화상 후보에도 올랐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2001년부터 엘루살렘 주재 PLO대표를 역임하며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2000년에 걸친 양국의 구원(舊怨)을 해결하기 위하여 타협과 평화를 추구하는 끈질긴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던 알쿠스대학교 총장 사리 누세이베 역시 애쓴 보람을 찾지 못하였다.

마르코스 독재정권에 대항하여 투옥과 망명을 거듭하며 투쟁했던 필립핀의 야당 지도자 아키노가 암살되자 남편의 뒤를 이어 반독재 투사가 된 코라손 아키노는 비폭력 민중혁명을 이끌어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등장한다. 남편의 후광 속에 화려한 정치를 개막했지만 1986년 평화상 후보에 이름을 내밀었다가 하필이면 유대인 대학살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인 엘리 비젤에게 그 자리를 양보해야만 했다.

류사오보(劉曉波)는 중국의 대표적 반체제 인사로서 현재 투옥 중에 있다. 그는 체코의 하벨이 시행한 `77헌장을 모델로 중국의 일당독재폐지와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08헌장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민주화운동의 선봉장이다. 국제인권단체에서는 그의 석방을 요구하며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했지만 소식이 없다.

위에서 거론한 7인의 인사들은 어느 면으로 보나 지금까지 평화상을 받은 인사들에 비해서 그 공적이나 추구하는 바가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그들이 수상하지 못한 것은 대부분 정치적인 이유로 보인다. 코란손 아키노와 엘리노어 루스벨트를 제외하면 모두 체제 반대자였다.

이 한 가지만 보더라도 노벨상을 결정하는 노르웨이 평화상위원회가 얼마나 국제정치의 현실에 민감해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다이너마이트를 최초로 발명한 노벨이 엄청난 상금으로 이 상을 만든 이유는 평화와 인류의 이상실현에 있음을 먼저 깨달아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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