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뻔하지만 웅대한 '2012'
<새영화> 뻔하지만 웅대한 '2012'
  • 대구신문
  • 승인 2009.11.05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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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엄청난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아챈 미국 백악관 과학부 고문 햄슬리(치웨텔 에지오포)는 상관과 대통령에게 현재의 위급한 상황을 보고한다.

위기감을 느낀 대통령은 G8(서방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들에게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위기에서 벗어날 비밀 프로젝트를 함께 하자고 제안한다.

한편, 이혼한 소설가 커티스(존 쿠잭)는 아이들과 함께 오랜만에 캠핑에 나서나, 급히 돌아오라는 전처의 전화를 받고 로스앤젤레스로 향한다.

큰 재난이 닥쳐 인류가 멸망 직전까지 간다는 설정은 꽤 낡은 소재다. 멀게는 구약성서부터 가깝게는 '아마겟돈'과 같은 영화까지 수없이 반복, 재생산됐기 때문이다.

'인디펜던스 데이', '투모로우'를 연출한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영화 '2012'는 이런 소재에 도전하면서 참신함과 새로움을 무기로 내세우지는 않았다. 대신 압도적인 스케일이라는 안전한 길을 택했다.

제작진은 13개의 방음 스튜디오와 야자수, 블루스크린이 설치된 특수 세트를 제작했고, 해일장면을 찍고자 3만8천ℓ의 물을 썼다. 1천500여명의 스태프가 특수효과와 세트제작 등에 참가했다.

그렇게 쏟아부은 돈은 2억6천만달러(약 3천75억원). 하반기 최대 기대작인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보다 2천만달러(약 236억원)를 더 썼다.

엄청난 물량공세 탓인지 그래픽은 대단히 세밀하고 정교하다. 무너지는 건물더미에 대롱대롱 매달린 사람 하나하나까지 신경을 쓴 모습이 역력하다.

영화 초중반 LA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지진 장면은 입을 쩍 벌어지게 할 정도로 실감이 난다.

주유소는 불길에 휩싸이고, 도로는 하늘로 치솟으며 땅은 엄청난 속도로 갈라진다. '과연 할리우드'라는 경탄이 터진다.

이쯤 되면 이 영화의 주인공이 존 쿠잭이 아니라 지진과 해일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존 쿠잭은 연기파 배우이지만 그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기에는 커티스라는 인물자체가 너무 평면적이다.

압도적인 스케일을 제외하고, '2012'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별로 없는 듯 하다. 서사의 고리도 약하고 인물의 개성도 도드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요컨대 '2012'는 '포세이돈 어드벤처'나 '타워링'처럼 정교한 스토리와 인물들 간의 갈등을 세밀하게 다룬 명작 재난영화라고 보기는 어렵다. 너무 뻔해 보이는 가족주의와 휴머니즘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2시간47분에 이르는 긴 상영시간은 오히려 부담스럽다.

12세 관람가. 11월12일 개봉.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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