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트로스는 태풍을 기다린다 -역경을 기회로 바꾸자
알바트로스는 태풍을 기다린다 -역경을 기회로 바꾸자
  • 승인 2016.11.02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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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전설에 따르면 대붕(大鵬)이라는 새는 한 번 날아오르면 9만 리를 가는데 날개의 길이만 해도 3천 리나 된다고 하는 큰 새입니다. 그러자니 그 그림자는 일시에 온 산천을 뒤덮었을 것이고, 한번 울음을 토하면 온 세상을 울렸을 것 입니다.

이 전설을 들어보면 태초의 사람들이 어떻게 이처럼 큰 새를 상상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분명히 무엇엔가 기준을 두고 상상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시 사람들이 보았을 가장 큰 새는 무엇이었을까요? 아마도 당시에는 익룡(翼龍)으로 불리는 거대한 공룡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그러나 이들 익룡의 날갯짓은 완전한 새의 그것이라기보다는 파충류에서 갓 진화한 어설픈 날갯짓이었을 것입니다. 단거리 비행에다 그리 세련되지 못한 날갯짓으로 이곳저곳을 휘젓다가 서로 부딪치기도 하였을 법 싶은 이 익룡들을 보고 성스럽기까지 대붕 전설을 떠올렸다고는 선뜻 생각되지 않습니다.

만약 오늘 날 현존하는 새 중에서 가장 큰 새로 알려진 알바트로스와 비슷한 새가 당시에도 존재하였다면 또 모르겠습니다. 알바트로스는 한 번 날개를 펴면 5∽6m에 이르는 큰 새인데 바람을 만나면 4∽500km를 거뜬하게 날아간다고 합니다. 더구나 알바트로스는 날아오를 때에는 날개를 조금 퍼덕이지만 일단 날아오르면 공기의 흐름을 이용하여 활강비행(滑降飛行)을 합니다. 알바트로스는 멀리 날아가기도 하지만 그 모습도 우아하여 보는 이를 편안하게 합니다.

그리하여 중국에서는 알바트로스를 가리켜 신천옹(信天翁)이라고 합니다. 하늘을 믿고 몸을 맡기는 노인 새라는 뜻이 깃들어 있습니다. 편안히 하늘에 몸을 맡기고 거대한 몸짓으로 넉넉한 여유를 즐기는 새가 바로 알바트로스입니다.

오늘날의 대붕을 꼽으라면 바로 이 알바트로스에 비견(比肩)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골프에서 홀인원(hole in one)을 알바트로스라고 하는 것도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들어가는 의문은 왜 당시 사람들이 이처럼 큰 새 전설을 만들어내었을까 하는 의문입니다. 더구나 대붕은 북해(北海)에 살던 곤(鯤)이라는 작은 물고기가 변해서 되었다고 하였으니 이 인과관계에는 어떠한 지향점이 존재하는 것일까요?

혹시 이 전설은 이 세상에서 아무리 큰 것도 그 시작은 지극히 미약한 것에서부터 시작하며, 또한 역경을 이겨내어야 비로소 진정한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을 얻기 위해 이루어진 것은 아닐 런지요?

북해의 물속이라면 모든 것을 얼어붙게 하는 차디찬 물속일 터이고, 거기에서는 아무리 큰 몸집이라 하더라도 견디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하물며 작은 몹집으로는 얼마나 고통이 컸을까요?

그리하여 그 곤은 끊임없이 얼음을 벗어나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어 하는 열망으로 기회를 기다렸을 테지요. 그리하여 수많은 실패 끝에 마침내 생각의 DNA가 진화를 이루어 이윽고 날개를 돋게 한 것일 테고요.

그리하여 수많은 기다림 끝에 차디찬 얼음 속을 박차고 튀어 올라 온 세상을 내려다보며 날아가는 곤새의 감회는 어떠하였을까요?

이 곤새의 모습은 빙하기를 거쳐온 우리 인류의 꿈이기도 하였을 것입니다.

모든 전설은 그것을 만들어 낸 사람들의 열망이 담긴다고 보았을 때에 대붕을 만들어 낸 당시 사람들의 염원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알바트로스는 날아오르기 위해 태풍을 기다린다고 합니다. 위기일수록 거기에 적응하는 몸을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날아오르기는 힘들어도 한번 날아오르면 편안히 하늘에 몸을 맡기는 새 알바트로스의 모습은 바로 우리가 보아온 역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이제 우리도 이 알바트로스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바람의 방향을 향해 날아오를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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