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헌법과 헌법정신
<대구논단> 헌법과 헌법정신
  • 승인 2009.01.2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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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열 (한국정치평론가협회장)

우리나라는 1948년 정부수립과 함께 헌법을 반포했다. 일제강점에서 해방된 1945년8월15일부터 시작된 미군정 3년을 청산하고 명실 공히 새로운 나라를 건설했다는 표시다.

물론 1919년 3월1일 만세운동을 기점으로 우리는 일본에 대항한 임시정부를 이미 선포한 바 있다. 일본이 빼앗아간 한반도는 일본의 땅이 아니며, 그 안에 살고 있는 조선인들은 당연히 일본인일 수 없다. 오직 눈에 보이지 않는 주권만을 일제가 불법적으로 행사하고 있었을 뿐이다.

이를 부인하고 단군 이래 5천년 이어져 내려온 적통을 되찾고자 우리 선열들은 임시정부를 선포한 것이며 극소수의 친일 매국노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임시정부를 인정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임시정부를 찾아 조국을 떠났으며 남부여대(男負女戴)로 만주 땅에 정착한 이들은 자진하여 독립군 대열에 합류했다. 이시영 일가는 엄청난 재산을 투입하여 신흥무관학교를 세워 독립군 양성에 힘썼다.

여기저기서 학교도 건설되어 배움에 목마른 이들을 충족시켰다. 이것은 무력투쟁으로 일본을 물리치고 학문을 연마하여 세계에 부끄럽지 않은 조국을 건설하겠다는 일념에서 자신의 희생을 무릅쓴 애국행동이었다. 따라서 근래 이승만의 위상을 놓고 초대대통령이냐, 건국대통령이냐를 다투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며 `대한민국’의 정통을 살리고 민족의 얼을 빛내기 위해서는 당연히 임시정부의 적통을 이어받았다는 자부심을 잊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임시정부는 비록 남의 나라 땅인 중국에서 셋방살이를 하며 꾸려 나갔지만 당대의 애국인사들이 모두 모였으며 그 기개는 하늘을 찌를 듯 드높았다. 헌법을 제정하여 공표한 것은 물론이며 수천 년 내려온 왕정을 폐지하고 세계적 추세인 공화정을 선포한 것은 시대의 변화에 맞춘 것이긴 하지만 획기적인 결단이었다. 그들은 정부조직의 근간을 선진국에서 도입하여 완성했다. 초대 대통령에는 유명한 역사학자 박은식을 선출했다.

그는 신채호와 함께 지금도 존경받는 민족사학자의 태두다. 그 뒤 이승만을 대통령으로 선출했으나 임시정부에 머무른 것은 잠시요, 주로 미국에서 외교활동에 의한 독립운동을 주도했다.

주도해야할 대통령의 장기부재는 자칫 조직의 해이와 분열을 가져올 우려가 있어 주석체제로 바꿔 김구가 주도하게 되며 광복 때까지 강력한 리더십으로 이끌어간다. 해방 후 임시정부 요인들이 귀국할 때 공식적으로 `권력’을 인정하지 않는 미군정 정책에 의해서 개별입국을 한 것은 참으로 한스러운 일이었다.

미군정 3년의 역사는 38선 이북을 차지한 소련과의 치열한 이데올로기 싸움이었다. 남한에서는 끊임없는 암살과 테러가 자행되어 송진우, 장덕수, 여운형이 암살되고 정부수립 다음해에는 김구마저 안두희의 흉탄에 쓰러졌다. 더구나 1950년 6월25일 적화통일을 내세운 소련의 주구 김일성은 남침을 강행한다. 순식간에 남한일대를 장악한 북한군은 유엔군의 참전으로 낙동강 전선에서 교착하며 인천상륙으로 전세는 반전된다.

패잔병과 부역자들이 지리산 등 산악지대에 은신하며 빨치산이 되었으나 모두 소탕된 것은 그 후의 일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이승만의 권력은 커져만 갔다. 유진오에 의해서 내각책임제로 기초되었던 헌법을 하루아침에 대통령제로 바꾼 것도 그였으며 간선제를 직선제로 개헌하고 3선 이상이 가능하도록 사사오입 개헌을 자행하여 국민을 무시한 사람도 한 때 국부로 추앙받았던 이승만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땃벌대’와 `백골단’ 등 테러단을 활용하며 나중에는 반공청년단을 만들어 반정부 활동을 폭력으로 제압한다. 이러한 작태가 계속되면서 3.15부정선거가 저질러지고 결국 4.19혁명을 맞이하여 장기집권에 종식을 고한다. 한 사람의 권력욕이 나라 망신은 물론이요, 아무 죄도 없는 무고한 학생들의 아까운 생명을 앗아갔다. 이러한 헌법위반, 헌법정신 파괴는 그 뒤 군사쿠데타 정권에 의해서도 끊이지 않고 계속되었다.

민주화운동 세력도 모진 탄압과 고문에도 굴하지 않고 저항을 거듭했으며 5.18항쟁은 그 백미다. 지금 우리는 자유를 구가하며 살고 있지만 아직도 곳곳에서 헌법을 위반하고 헌법정신을 유린하고 있음이 목격된다. 권력의 최고봉인 역대 대통령 일가의 친인척비리는 차마 더러워 눈 뜨고 볼 수 없으며 냄새도 맡기 싫다. 국민의 건강권을 빙자한 광우병 촛불은 좌파들의 교묘한 정권 뒤엎기 날조공작이다. 국회폭력도 그 후속타다.

이명박정부의 고소영과 강부자도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삼고초려’의 고사를 염두에 둬야 한다. 금년은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과 노예해방을 통하여 오바마를 가능케 한 에이브러햄 링컨이 태어난 지 200년 되는 해다.

두 사람 모두 2월12일 같은 날에 태어난 것은 우리 식으로 사주가 좋은 날이어서 일까. 모든 생명체는 진화하고 정치는 진보를 꿈꾼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헌법이 존중되고 헌법정신이 수호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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